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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텐션 없는 마케팅, 시시포스의 형벌과 다를 게 없다

마케터가 리텐션에 기여하는 법

by 생각을 파는 사람 Mar 01. 2025

프롤로그

산 정상까지 바위를 아무리 밀어 올려도 정상에 도달한 바위는 결국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끝없는 노동, 이는 그리스 신화 속 시시포스가 받은 영원한 형벌의 이야기다. 마케팅에서도 리텐션(Retention, 기존 고객이 서비스에 지속적으로 머물며 가치를 느끼게 하는 과정) 관리가 부실하면, 막대한 광고비를 투자하거나 프로모션을 진행해도 대부분의 유저는 쉽게 이탈한다. 이는 끝없는 리소스와 비용을 초래하는 비효율적인 과정이다. 리텐션 관리는 이 비효율적 과정을 멈추게 만드는 열쇠다. 유저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하고 가치를 느끼며 떠나지 않도록 한다면, 기존 유저를 기반으로 확장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이 된다.


aha momentaha moment


결국, 제품

그렇다면 리텐션 관리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당연하지만 제품이 좋으면 마케터가 리텐션 관리를 위해 리소스를 투입할 필요가 없으며, 기업들이 아하 모먼트(aha moment)를 찾기 위해 매진하는 이유다. 아하 모먼트란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가치를 발견하는 순간으로, 이 경험을 한 유저는 높은 확률로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10일 동안 7명의 친구와 연결되는 순간이 아하 모먼트였다. 토스는 처음 가입 이후 4일 이내에 두번 이상 송금하면 리텐션이 95%가 넘었다고 하며, 앱에 접속한 모든 유저가 4일 이내 두번 송금할 수 있는 경험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이처럼 리텐션을 높이고 싶다면, 우리 서비스의 아하 모먼트를 찾고 아하 모먼트를 더 많은 유저가 경험하게 해야 한다.


마케터가 기여하는 법, 우선 데이터

그러나 제품 만으로 완벽히 리텐션 우려를 해소하는 제품을 만나기란 어려우며, 마케터라면 우리 서비스의 리텐션을 높이는데 기여해야 한다. 우선 데이터로 해결이 필요한 리텐션 문제 영역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서비스의 리텐션을 지표화하고 관리해야 한다. 대표적인 리텐션 지표는 리텐션율(retention rate)로 사용자가 앱을 설치한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이는 사용자가 앱에 얼마나 충성도가 있는지 그리고 앱이 지속적으로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가 된다. 이 리텐션율을 기반으로 가입자 세그먼트를 관리하는데 예를 들어 가입 이후 6개월 동안 앱을 사용하지 않는 유저는 세그먼트를 이탈 유저로 규정하고 별도로 관리하는 식이다.


cohort 예시cohort 예시


더 나아가 리텐션율를 통해 고객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고 이탈하고 있거나 이탈 가능성이 높은 고객군의 특성을 파악하여 리텐션을 높일 수 있는 인사이트를 찾아야 한다. 흔히 코호트(cohort) 분석 리텐션을 활용하는데 코호트란 동질적인 특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합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1월1일주에 가입한 사람들이나 서울에서 가입한 사람들처럼 데모그라픽적 특성 (성별, 나이, 지역)을 가진 집합이나 프로덕트에 특정 행동 여부(가입 후 1주일 내 콘텐츠 조회 여부)로 특정 성격을 가진 집합의 리텐션을 확인해서 리텐션이 낮은 집단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다.



고객 딥다이브

데이터를 통해 리텐션이 낮은 구간을 발견했다면, 이제 문제 해결을 위해 고객을 면밀히 분석(deep dive, 타켓 인사이트 도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건 직관(유저에 대한 정성적 관찰)과 데이터를 활용하여 고객 행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다.데이터를 통해 유저의 행동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순한 숫자로는 유저의 맥락까지 읽어내기는 어렵다. 따라서 직관과 정성적인 관찰도 병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카카오T’나 ‘타다’ 같은 택시 호출 앱 서비스의 마케터라고 가정해보자. 서비스 재탑승자의 비율을 높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면 재탑승 고객 데이터부터 살펴봐야 한다. 이 때 직관적 분석으로 인사이트를 발견해야 한다. "고객들이 우리 서비스가 정말 필요한 순간은 언제일까?" "그 순간을 위해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택시 호출 앱 서비스 관점에서 “고객에게 택시가 정말 필요할 때는 언제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본다면 “비가 오는 날”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 누구나 비 오는 날은 불편한 대중교통보다 택시를 이용하며 편리하게 이동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데이터 검증을 통한 액션 유무 판단

그렇다면 우리 서비스의 데이터로 검증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재탑승 고객 중 비 오는 날 이용한 경험이 있는 유저의 비율이나 비 오는 날 탑승 후에도 계속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지표를 확인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디테일이 생긴다. 비 오는 날 서비스를 처음 이용한 고객들의 리텐션이 상대적으로 높다라는 점을 확인했다면, 이제 데이터를 통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가설을 세우고 실천하면 된다. “비 오는 날 첫탑승 고객에게 탑승 경험을 유도하면, 재탑승율이 올라갈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우고 ‘비 오는 날 첫 탑승 유도 쿠폰을 증정하는 캠페인’ 같은 커뮤니케이션 액션을 전개하여 실제 효과를 검증하는 것까지가 마케터의 역할이다. 


물론 데이터 검증 과정에서 마케터의 감과는 다른 데이터가 확인되거나 비즈니스 관점에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순간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비 오는 날은 운영하는 택시 자체가 줄어들어 공급은 부족한데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굳이 비 오는 날에 수요공급에 영향을 주는 이벤트는 진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아니면 비 오는 날에 탑승한 고객은 비 오는 날 외에는 탑승하지 않을 수 있다. 데이터로 내 가설이 맞는 지 확인하며 커뮤니케이션 액션까지 넘어갈 지 판단하는 것은 오롯이 마케터의 역량이다.



에필로그

시시포스의 형벌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바위가 정상에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리텐션 관리란 이 바위가 정상에 멈추고 더 이상 굴러 내려가지 않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마케터라면 고객이 서비스를 이탈하지 않도록 24시간 감시망을 켜두고 고객을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리텐션이 낮은 고객들이 왜 떠나는지, 어떻게 하면 이탈을 막을 수 있을지를 데이터 리터러시와 직관적 통찰을 결합하여 해결해야 한다. 


시시포스의 노동을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들어낼 것인가?
그 답은 리텐션 관리에 있다.

*어패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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