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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제 Oct 23. 2020

구급차도 소를 기다려야 하나요?

답을 아시는 인도 구급대원 찾습니다

  

  세계의 다양한 문화권에 대해 배우던 중이었다. 남부아시아 문화권 차례에 이르자 자연스레 그 대부분의 면적을 차지하는 인도에 대한 이야기로 흘렀다. PPT 화면에는 인도 길거리를 점령하고 있는 ‘소’ 사진을 띄워 놓은 채였다. 인도는 힌두교를 믿는 문화권이라는 설명으로 시작했다. 힌두교에서는 소를 숭배하기 때문에 거리에 소가 어슬렁거리거나 드러누워도 소가 지나갈 때까지 자동차도, 사람도 비켜서서 길을 양보해야 한다는 설명을 하던 차였다. 한 남학생이 갑작스레 물었다.



ㅡ선생님 그럼 구급차가 막 급하게 지나가야 되는 상황에서도 소를 기다려야 돼요??
ㅡ어? 글쎄...


  응급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예외가 있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갑작스러운 질문에 벙쪘다. 동시에 한가로이 드러누워 있는 소 앞에서 응급차까지도 기다려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학생의 궁금증이 귀여워 웃음이 터졌다. 질문하는 동기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천진함이 소중했다. 가끔 수업 중 마주하는 아이들의 눈빛에 벅차 멈칫하는 때가 있다.


  내 예상과 기대를 뒤엎는 학생들의 질문에 자주 놀란다. 나도 학창 시절 쓸데없는 질문을 너무 많이 한다고 선생님과 주위 친구들로부터 깨나 구박받았었는데.. 잃어버렸던 질문들을 학생들로 인해 다시 마주할 수 있다는 건 언제나 고맙고 신기한 일이다.

그래서 구급차가 소를 기다렸다 가야 하나?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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