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트인과 옵트아웃의 정의
옵트인(Opt-in)은 옵션인(Option-in)의 약자고 옵트아웃(Opt-out)은 옵션아웃(Option-out)의 약자다. 보통 옵트인과 옵트아웃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개인정보 정책을 다루는데, 옵트인과 옵트아웃에 대해 논하는 데 이야기의 폭을 개인정보에만 제한할 필요는 딱히 없다. 사실상 인간이 선택하는 모든 사항에 옵트인과 옵트아웃은 적용될 수 있으며, 실제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옵트인과 옵트아웃은 뭘까? 간단히 말해서 옵트인은 '체크박스에 체크가 안되어있는 상태', '동의가 필요하기 위해선 어떤 행위가 필요한 상태'를 말한다. 반대로, 옵트아웃은 '체크박스에 체크가 되어있는 상태', '동의를 요구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뜻한다.
복잡해보일지도 모르겠는데 간단하다. 우선 옵트인부터. 당신이 어떤 웹사이트에 가입을 하는데 계정이름과 비밀번호와 집주소와 이메일 등등을 입력했다고 치자. 그런데 웹사이트 측에서" 이 사이트에 가입하려면 우리가 너의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는 걸 동의해야한다"라며 체크박스를 체크해야한다고 요구한다. 이 경우는 가입신청자의 동의가 있어야 웹사이트가 가입신청자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이게 옵트인이다.
옵트아웃은 반대다.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딱히 체크박스를 통해 "나의 개인정보를 너네 웹사이트에 넘기겠어!"라고 동의하지 않아도 웹사이트에 개인정보를 넘기게 된다. 개인정보를 넘긴다는 건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한 '사전에 동의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웹사이트는 모두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옵트인 정책을 쓰고 있다. 옵트인 하에서는 개인정보의 소유자가 동의하지 않는 한 정보를 수집할 수 없기 때문에 좀 더 정보 정보공급자에게 유리한 방식이며 개인의 권리를 더 위한다고 볼 수 있겠다. 대부분 법을 지키는 웹사이트들은 옵트인 정책을 지키고 있는데 국정원처럼 해킹팀에게 프로그램을 구입한다면 굳이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도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최근에 개인정보가 말소된다는 식의 이메일이 무더기로 날라왔을 것이다. 이것도 옵트인, 옵트아웃과 관련이 있다. 만약 당신이 특정 웹사이트의 계정으로 한동안 로그인을 안했다면 이런 식의 메일이 날라왔을 것이고, 이런 메일이 날라왔음에도 불구하고 로그인을 안한다면 아이디는 휴면처리 될 것이다. 계정을 가만히 냅두면 웹사이트는 당신이 "계정이 휴면처리된다는 것 사전에 동의했다"라고 판단 내리고 계정을 휴면처리할 것이다. 당신이 아무것도 안하면 계정이 자동으로 휴면처리된다는 점에서 이것은 옵트아웃이다.
옵트아웃은 강력크하다
너무 개인정보 이야기만 했으니 다른 얘기도 좀 해볼까? 당신이 다음이 만드는 팟플레이어를 PC에 설치하려고 한다. 그런데 왠 체크박스가 하나 보인다. "Daum을 첫 페이지로 하시겠습니까?"라는 체크박스. 그런데 그 체크박스에 체크가 되어있으면 그건 옵션아웃이고, 체크가 되어있지 않으면 옵션인이다. 대부분의 설치프로그램들은 이런 식의 체크박스를 제공하는데 대부분 옵션아웃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는 옵션아웃의 강력한 힘에 대해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선택권이 있음에도 이미 선택되어져 있는 것을 굳이 바꾸진 않는다. 즉, 네이버나 다음이 옵트아웃으로 "우리 사이트를 시작 페이지로 할래염?"이라고 하면 대부분 체크박스는 쳐다보지도 않고 "다음" 버튼을 누르기에 바쁘기 때문에 네이버나 다음의 의도대로 그들의 사이트가 첫페이지가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 동영상 플레이어나 다음의 팟플레이어, 아니, 그들이 만드는 모든 소프트웨어들은 잦은 업데이트를 하는데, 그 때도 "우리 사이트를 시작페이지로 할래염?"이란 체크박스를 "예"라는 옵션아웃으로 제공한다. 그러니까 그들이 우리에겐 별로 득될 것도 없는 업데이트를 잦게 한다면 '아, 네이버 애들이 내가 네이버에 접속하기를 원하는구나.'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스웨덴의 장기기증 의사는 2012년 기준 81%로 세계 1위다. 한국은29.2%. 스웨덴의 장기기증 의사가 타국들에 비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국가가 스웨덴의 모든 국민들이 장기기증 사전에 동의를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에서 장기기증을 하려면 미리 신청을 해야하는데(옵트인), 스웨덴은 따로 신청을 할 필요가 없다(옵트아웃). 옵트아웃으로 이미 장기기증엔 "사전동의"한 것으로 되어있으니까 불상사로 죽게되면 자동으로 장기기증을 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불상사로 사망을 하게되었는데 장기기증에 의사를 표하지 않았다면 장기기증은 되지 않을 것이다(부모님이 원하면 될 수도있겠지만). 물론 스웨덴의 국민들은 원하면 얼마든지 장기기증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해서 장기기증을 하지 않을 수도있다. 아마도 장기기증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자들이 19%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옵트아웃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
스웨덴의 장기기증 사례는 윤리적으로 이슈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옵트아웃을 통해 장기기증자를 늘리고, 이를 통해 많은 생명들을 살렸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장기기증을 원하지만 절차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옵트아웃은 꽤나 유용할 것이다. 그들에 한해선 불필요한 절차를 없애주고, 그 덕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옵트아웃을 통한 시간절약
옵트아웃은 시간을 절약시켜주는 데 꽤나 유용하다. 옵트아웃만 잘 이해해도 웹사이트를 더욱 아름답게(UX관점에서) 만들 수 있다. 최근에 내가 헌혈을 다녀왔으니 헌혈을 예로 들어보겠다. 당신이 남성인데 헌혈을 하러 갔다. 그때 당신은 여러가지를 체크해야한다. 질병이 돌고 있는 지역에 갔다왔는 지, 최근에 발열 증상이 있었는 지 등등. 질문들에 해당사항이 없으면 "해당없음"을 체크해야한다. 그리고 당신은 최근에 임신을 했는 지 묻는 질문지도 받게 된다. 이때 적십자사는 해당 사안에 대해 "해당없음"을 옵트아웃으로 체크해놓는다. 다른 질문들에는 "해당없음"에 미리 체크를 해놓지 않음에도 임신 관련 질문에는 "해당없음"에 체크를 해놓는 건 당신이 남성이기에 임신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꽤나 사려깊은 UX다. 생각없는 바보들이 만들었으면 당신은 여전히 임신에 대해 묻는 질문에 "해당없음"을 체크해야될 것이다. 이는 낭비다. 설계만 잘 한다면 옵트아웃을 통해 사용자의 자잘한 시간을 절약시켜줄 수 있다.
내가 말한 것들은 사소한 사례들이고, 정책으로 가면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더 많은 사례가 궁금하신 분들은 칼 선스타인의 책 <넛지>나 <심플러>를 참고하시라. 책 홍보라고 오해하실 분들이 있으실지도 모르겠어서 말씀드리는데, 딱히 출판사에서 홍보요청을 받진 않았다. 내가 그냥 넛지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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