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그 중에서도 강성 민원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있어 화두가 된 것 같습니다. 당하는 입장들에서는 '민원' 그 자체를 강성 민원이라 여겨서 "민원 들어왔다"고 하면 "강성 민원 들어왔다"로 해석하기도 하죠. 특히 공무원 사회에서 이게 심각한 듯 합니다. 정확히는 공무원 사회에서만 이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고 봐야겠죠. 콜센터 직원들이 감당하는 스트레스 등은 아직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지 않으니까요. XSFM이 이 이슈를 한 번 다루긴 했습니다. 콜센터 직원들의 흡연율이 높은 이유를 분석한 분이 인터뷰이로 참여했죠. 해당 콘텐츠의 제목은 이렇습니다. "콜센터 건강노트: 누가 칼들고 담배피우라고 협박했습니다."
2023년 7월에 서초동에 있는 서이초등학교에서 교사 한 분이 사망하셨습니다. 마치, 학교의 일 때문에 생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메시지를 던지듯이, 해당 교사는 자살 장소로 교실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이 커지면서 또다른 죽은 교사의 아버지가 나타납니다. 자신의 자식도 학교 민원 때문에 자살을 했는데 서이초 때처럼 이슈가 되지 않았다면서 본인의 자식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 처절하게 언론에 부탁했죠.
서이초등학교 사건이 이슈가 되면서 사건의 디테일이 밝혀졌습니다. 한 아이가 또다른 아이의 얼굴을 연필로 그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두고 피해자 학부모와 가해자 학부모가 선생에게 민원을 넣었습니다. 왜 사고가 벌어지는 걸 방치하고 있었냐는 식으로 민원을 넣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학부모들은 자기들끼리 논쟁을 벌이거나 소송전을 벌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랬다면 진작에 알려졌겠죠.
대신에 그들은 선생 하나를 표적으로 삼아 문제의 진짜 원인으로 만들었습니다. 자기 자식 새끼가 소위 연필 사건의 가해자가 되었는데, 부모는 이에 대해 전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교사는 이미 죽었기에 사람들의 분노는 학부모들을 향했습니다. 최소 저 부모들의 신원은 밝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실제로 한 쪽 부모에 해당하는 두 인물은 밝혀졌습니다. 경찰 공무원 부부였죠. 하지만 다른 쪽 부부의 신상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엄청나게 강력한 사람이거나 유력자의 친족이라 밝혀지지 않는다는 음모론이 창궐했지만, 전 그렇게까지는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렇다면 더 알려지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기자라는 족속들은 조회수만 나올 수 있으면 씁니다.
여하튼, 경찰 당국은 양쪽 부부에게 혐의가 없다고 보고, 결국 서이초 사건은 아무런 '가해자'도 없는 사건으로 남게 됩니다. 그 흔한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는 없는 사건으로 남겨지게 되죠. 경찰로서는 민원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는 걸 입증하기 어려웠을 거라 생각합니다. 담배가 암의 원인이라는 것도 입증하기 힘든 게 소위 법의 세계이니까요.
서이초의 한 선생이 자살한 이후로, 교사들의 죽음은 계속됩니다. 원인은 추측할 수 밖에 없지만, 민원인, 그러니까 학부모들 때문에 이런 선택을 했을 거라는 의견이 다분했고, 저 역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떻게하면 교사들의 죽음을 끊어낼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가 계속 되었습니다. 논의만 계속 됐고, 사실 변한 건 그다지 없습니다. 여전히 학부모들은 교사들의 개인 폰 번호를 공유할 것이고, 그 폰 번호로 주말에도 연락을 때리겠죠. 교사들은 사실상 휴식이라는 개념 없이 24/7 학부모들에게 쩔쩔매며 살게될 겁니다. 이 문제를 고치려면, 최소, 학부모들이 감히 선생들에게 전화를 못하게끔하는 제도 내지 시스템이 필요할 것 같은데, 글쎄요, 이게 가능할까 의문입니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만 봐도 미국의 학교에서 소위 문제가 발생하면 어떤 식으로 일이 진행되는지를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는 일단 학교마다 경찰이 상주합니다. 그래서 교사가 담당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경찰이 담당하죠. 연필 사건의 경우, 한 학생이 폭행을 저지른 것이므로, 경찰이 와서 끌고가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정서는 그렇지 못하죠. 만약 교사가 그 학생을 경찰에 신고했다? 학부모들은 또 들고 일어날 겁니다. 자기들 금쪽이를 어떻게 경찰에 신고할 수가 있냐면서요. 애들 미래를 니가 다 망치고 있다면서요.
경찰이 굳이 뜨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선생은 학생에게 교장실로 가라고 말할 겁니다. 그러면 교장은 학생에게 처분을 내리겠죠. 5일 간 정학을 내릴 수도 있고, 퇴학 조치를 내릴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조치를 취하기 전에 교장이 부모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학교에 오라고 전화를 때릴 겁니다. 그러면 부모들은 '아 이새끼가 또 뭔 짓을 했나'이러면서 쩔쩔매는 태도로 학교에 올 겁니다. 그리고 제발 퇴학만은 시키지 말아달라고 빌겠죠.
한국에서 교장은? 아무것도 하는 게 없습니다. 마치 현대의 신처럼(?) 그저 모든 문제 앞에서 아무것도 안하며 존재할 뿐이죠. 교장은 선생들은 고기방패로 내세워서 모든 민원을 떠맡게끔 한 뒤, 본인은 모든 책임에서 벗어납니다. 아마 교장들은 '문제가 커지지 않게 하라'는 지령만 하달할테죠. 연필 사건에서 서이초등학교의 교장이 한 일도 이렇습니다. 그저 존재했거나, 사건을 축소시켰죠. 교사 개인사로 사망했다고 발언했으니까요.
교장이 학생들의 '과한 행동'에 있어서 직접적으로 하는 행동이 없는 한, 앞으로도 이런 일은 계속해서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학교에 경찰을 들이는 건 제도적으로 갈 길이 머니 힘들다손 치고, 교장이 일을 직접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문제가 조금이라도 덜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자살은, 외로운 사람들이 합니다. 교장이 서이초 교사의 힘든 부분을 조금이라도 나눠 받았더라면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교장은, 교감은, 서이초는 그의 생이 끝난 이후에서도 모르쇄로 일관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짜칩니다.
짜치는데, 일단 올리는 것에 의의를 두려고 합니다.
다음에는 마이크에 더 가깝게 들어가서 녹음을 떠야겠어요.
지금은 맥의 "음성 메모"를 쓰고 있습니다.
썸네일은 차차 개선해나가기로 하고 음성 퀄리티만 일단 올려봐야겠습니다.
하루에 메일 한 통 보내고, 또 하루에 영상 하나 올리는 게 일단의 목표입니다.
많은 홍보와 응원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