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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윤 Apr 04. 2022

살아 돌아와 줘서 고마워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J는 나의 수영 선생님이다. 보조개가 귀엽고. 검지 손꾸락에는 돌고래 타투를 했다. 검지를 가로지르면서 수영하는 모습이 꽤 멋지다.


인사성도 굉장히 밝다. ( 나는 은근히 낯가려서 데면데면한 사이면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못한다. ) J의 당당하고 우렁찬 인사성은 보면서도 감탄한다. 그리고 얼굴에 이렇게 쓰여 있다. “ 나 결코 만만하지 않다”  그래서, 진상을 상대로 기선제압을 정말 잘한다.


J를 처음 만난 해에는, 물 잡기 못 해서, 비효율적으로 수영하고 있었다. 들어오는 물을 제대로 못 잡아내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J는 가여운 나를 바른 수영의 세계로 지도해주었다.


회원님 ~ 신체는 배와 같아요.
구동시켜서 나아가야죠.
다리는 모터니까 주동력이에요.
그렇지만 팔도 중요해요.
노와 같은 거예요.
물 잡기를 제대로 해야 해요.


수영이라는 운동이 참 어렵다. 이론으로 되는 게 아니라, 몸이 익어야 한다. 하면 할수록 해가 거듭할수록 점점 나아진다…. 요즘에는 수영 잘하려고 웨이트를 시작했다. 몸을 잠수함처럼 구동시키고 싶다. 고 야무지게 꿈꾼다.


J의 지도를 받으며, 나의 수중 구동력을 발전시키고 있던 중에, 수영 클래스에 동갑내기 S가 들어왔다.

J와 S는 같은 학교였고, S와 나는 알고 보니 한 다리 건너서 다 아는 네트워크였다.


그렇게 우리는 주말에는 수영하고, 매운 냉면에 고량주 먹으러 가는 42가 되었다.


J는 하계에는 수영 강습하고, 동계에는 스키 강습한다. 그래서 겨우내에 못 보다가 봄이 되어야 만날 수 있다. 오랜만에 돌아온 J가 다리를 미세하게 절면서 걷는다. 맙소사, 이번 시즌에 시합 나가서 사고당했다. 고 했다.


영상으로 뒤늦게 모니터링하는데 너무 무서웠다.

웨이브 타다가 웨이브에 파뭍혀서 그녀의 형체가 사라져 버렸다. 밑에 있던 친구도 울고 난리났다는 후문이었다.

 언젠가 스키가 굉장히 위험한 스포츠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다리가 엇갈리면서 넘어지면 하반신 마비 올 수 있는 스포츠라고 했다. 상상하니까 너무 무서웠다.


J는 원래 술을 안 마시는데, 올 시즌이 지나고 돌아와서는 애주가인 언니들과 냉면에 고량주 마셔 주었다. 2차 가서 맥주도 마시고, 3차 가서 해장국에 소주 마시고, 4차 가서 노래까지 불러준다고 했는데, 우리는 열두시 전에 경건하게 귀가했다.


집 가는 길에 50킬로도 안 나가는 S가 그녀의 무거운 백팩을 들어준다. 60킬로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J는 말한다.

가방 말고,
나를 업어 달라고~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녀를 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뒤에서 조용히 둘을 지켜본다. 안도한다.

삶은 계란 한 판의 나이에 이런 동네 친구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건강하게 생존해서 매 시즌마다 보자.

두 시간 수영하고, 고 칼로리 섭취하는 게 도루묵 같지만, 즐거우려고 만나는 거 아니겠니? 너희를 만나면 뇌에 녹색불이 켜지는 느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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