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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유인간 Apr 08. 2020

가까이 있는 사람에 대한 비교

휴가지를 정할 때 가장 참고가 되는 것은 주변 사람들이 다녀온 곳이다. 옆자리 직장 동료가 여름휴가로 다녀온 강릉, 학교 후배가 명절 연휴에 다녀온 제주도, 친구가 이번 겨울에 다녀온 베트남 푸꾸옥 같은 곳 말이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흔히 올라오는 천국 같은 휴가지도 많은데 내 다음 휴가를 결정할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것은 결국 내 주변인들이 다녀온 곳이다.


전에 옆에서 남편이 부모님과 통화하는 것을 잠깐 들었는데 무척 인상 깊은 말이 있었다. 아버님의 회사 동료 중 한 분이 아마도 얄미운 행동을 했나 보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분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를 하셨던 것 같다. 그때 남편이 한 말이 이 세상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왜 굳이 그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냐는 것이었다. 엉뚱하게도 옆에서 그 대화를 듣고 있던 내가 이마를 탁 쳤다. 


나는 84년 생이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 연예인 신민아, 이제훈, 산다라박이 나와 동갑이다. 그럼에도 나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그들보다 어제 새 차를 뽑은 내 친구가, 이번에 집을 장만한 회사 동료가, 연봉 많이 주는 회사로 이직하는 동기가, 해외 유학하고 취업한 후배가 부럽다. 분명 훨씬 성공한 사람이 많은데, 가까이 있다는 이유 만으로 더 신경이 쓰인다. (단, 가까이 있다고 해서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


어차피 타인인 이상 나와 그 사람을 비교할 필요 자체가 없는데, 굳이 찾아내어 비교하는 대상이 마크 주커버그 까지는 아닐지언정 그저 나와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는 내 주변인이라니... 일상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의 현황을 체크하며 부러워했던 내 마음이 보잘것없이 느껴졌다. 꼭 나만 그런 것은 아닐 터이다. ‘엄친아’, ‘엄친딸’이라는 말처럼 항상 가까이 있는 주변 사람의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인류 차원으로 보면 그런 비교는 부질없는 짓이다. 굳이 비교하고 부러워하거나 질투할 대상을 찾는다면 가까이 있는 사람 말고, 더 멀리 있는 대상을 찾는 게 낫다. 위인전에 나올 법한 사람들 말이다. 


'세종대왕님도 이건 못 드셔 봤을 거야.', '광개토 대왕도 여긴 못 와봤겠지.', '스티브 잡스도 분명 맘대로 안 되는 일이 있었겠지.', '일런 머스크한테도 뭐라고 하는 상사가 있었을 거야.', '대통령님도 꾹 참고 하는 게 엄청 많을 거야.'와 같은 생각들을 하면 그래도 위안이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 주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웃으로써 따뜻한 관심을 보이되, 내 인생에는 참고만 하는 편이 더 나은 세상의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Cover photo by Ryoji Iwat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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