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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드쉠 Dec 04. 2023

프롤로그

나는 자유민이었다

내 인생이 여기까지 오게 된 사연을 생각해보니 기가 막힌다. 나는 전혀, 이렇게 살 생각이 없었다. 25년 전의 내가 이런 인생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나는 철학도였고, 유학을 가서 미술사 석사 과정을 밟고 싶었으며 생계를 위한 직업같은 건 가질 생각이 없었다. 하기 싫은 걸 할 생각따윈 없었다.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혹은 마음을 상하지 않기 위해 신경쓸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 시절 나를 움직인 것은 오로지 나의 욕망이었고 그걸 방해하는 게 있다면 자금부족으로 인한 약간의 불편 정도였겠지.


나무위키에 '자유민'을 검색하니 얼음과 불의 노래의 등장 세력으로 장벽 너머에 살고 있는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수백 개의 부족, 씨족 등등을 통칭하는 명칭, 바깥 사람들은 그들을 wildling-야인이라고 부른다고 나온다. 이 것은 노예에 반대되는 '자유인'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자유인은 인권을 가진 주체적 존재의 의미에 가깝지만, 자유민은 사법적 권리를 넘어선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자연 외, 그 어떤 것에도 속박받지 않는 존재로서의 인간. 그들은 문명을 이루고 사는 칠왕국 사람들을 Kneeler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랬다. 내가 꿈꿨던 것은 오히려 자유인에 그치지 않는 자유민이었을 것이다. 20대의 나는 당연히 그렇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세상의 관습을 무시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면서. 내가 자라면서 보아왔던 우상들 70년대의 히피들, 락스타들, 컨템포러리 아트계의 악동들. 타인의 시선에 엿을 날리면서 시니컬하게 비웃어주는 그들의 포즈는 얼마나 멋진가


하지만 나는 쿨내 나는 자유민은 커녕, 자유인도 되지 못한 노예로 2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게 된다.

심지어 초기 몇년 간은 내 처지가 어떤 것인지 눈치채지도 못했던 것 같다. 개가 목줄을 달면 밥값을 하겠다고 짖는 소리가 커지는 법인 게지.


이 것은 내 한심하고도 치열했던 22년의 기록이다.

팔려온 게 안심이었던 순간부터,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던 시절, 내 운명을 깨닫고 좌절했던 그리고 다시 해방을 꿈꿨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그 세월동안 만났던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다

물론 그 시절들에 고통만 가득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 안에는 어쩌면 주인의 삶보다 충만힌 희노애략이 있었다


자 그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봐야겠다. 내가 노예로서의 삶을 시작했던 순간.


영화 노예 12년의 솔로몬 노섭은 속임수에 의해 납치 당한 후 갑작스레 노예 시장에 서게 되는데, 내가 노예가 된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나 역시 그처럼 자유인 시절과는 다른 새로운 호칭을 얻게되었다. 그 것은 '팀장'이라는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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