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라고 했던가. 인생은 정착이나 도달이 아닌 그것을 향한 길이다. 길에서는 잠시 머무를 수는 있으나 정착할 수 없다. 정착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라고 있는 것이 길이기 때문이다. 길 위의 삶이자 삶이 길이다. 삶이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라면 자기 자신에게 이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기 자신에게 이른다는 것은 무엇일까.
주인공 황선호는 이곳에 머무를 수 없게 되어 저곳으로 가야만 했다. ‘네가 원하는 일을 해라. 남이 원하는 일이 아니라’라는 어머니의 말을 실천하기에는 현실이 그를 이곳에 있을 수 없게 했다. 그래서 그는 저곳으로 쫓겨나듯 가야만 했다. 그러나 이곳이나 저곳이나 어느 한자리 그가 맘 놓고 있을 곳은 없었다. 오도 가도 못하는 길 위에서 그는 ‘친구들의 집’에 대해 듣게 된다.
이상적 공동체인 ‘친구들의 집’은 언제 어디서나 외부인이었던 이들에게 정착할 수 있는 곳이 되어주었다. 그곳은 뜻대로 들어왔다가 나가고 나갔다가 들어올 수 있는 곳이었다. 기본적인 의무만 지킨다면 누구나 ‘친구’로 지낼 수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황선호는 아주 오랜만에 두통 없이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나는 그 도시에 없는 사람이에요. 벌써부터 그랬지만 지금은 더욱 그래요. 여기 있기 때문이지요. 나는 앞으로도 여기 있는 사람이기를 원해요.“
자기 자신에게 이른다는 것은 남이 원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을 통해 실현된다. 내가 있는 곳이 길인지 광야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원하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면 그것이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것이라는 주인공 황선호의 이야기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기도 하다.
부유하는 삶에 대한 이승우의 질문과 답을 담은 이 소설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로 읽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