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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감무 Nov 24. 2024

이승우, 『식물들의 사생활』

그냥 문득 작가가 영감을 받았다는 홍유릉의 그 나무를 직접 보고 싶어졌다. 집에서 가까워서 곧장 출발했다. 가깝다는 걸 알고 있던 건 검색해 봐서였지 가본 적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런데 금곡역을 나와보니 낯설지가 않았다. 왜 그런가 계속 생각해 보니 코로나 시국에 서울에 시험장이 없어서 자격증 시험을 보러 온 적이 있던 곳이었다. 한여름이었다지만 유난히 햇빛이 강한 동네라는 인상이 있던 곳이었다. 작가의 다른 책인 『이국에서』의 보보 민주공화국의 햇빛 묘사가 금곡과 연관 있지 않을까 싶다. 

그 나무는 멀리서 봐도 뭔가가 달랐다. 서로 너무 다르게 생긴 두 나무가 하필 딱 붙어서 서로를 껴안은 듯 나있었다. 매끈하고 쭉 뻗은 때죽나무는 정말 여자 같았고 굵고 거친 소나무는 남자 같았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이루려다 신의 벌을 받은 연인 같았다. 그러나 그 나무에게서 받은 내 인상과 『식물들의 사생활』은 조금 다른 책이다. 이 책은 나무가 되어서라도 이루려는 사랑에 대한 책이다. 아닌가, 그리 다른 것 같지 않기도 하다. 소설 속 인물들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상태에 있다. 그 사랑은 나무가 아닌 상태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나무가 아닌 상태란 현실이고 나무는 초현실이다. 없는 것이고 곳이다. 그래서 나무가 아닌 상태로 있는 것은 벌이고 나무가 되는 것도 벌이다. 

아아… 뭔 소린지 모르겠다.

때로는 감상을 글로 남기기보단 이미지로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은 책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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