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평평하다.”, “기후변화는 사기다.”, “백신은 몸에 해롭다.“라는 말을 농담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요즘이다. 애초에 농담거리가 아닌 말들이지만 차라리 농담이길 바라게 되는 말들이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해야 하지만 틀림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러한 의문에 대해 답을 줄 책이지 않을까 기대했다.
우선 독특한 재질의 표지와 호기심이 이는 제목에 눈길이 갔다. 정말 그들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눌 방법이 있을지 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독자들이 이 책의 표지를 보고 기대하는 것은 재미가 우선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평한 지구 국제 학회에 잠입해서 그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해 본 경험으로 시작하는 머리말과 1장은 재밌었지만 그 뒤로는 다소 아쉬웠다. 온갖 자료와 생소한 용어, 인용의 홍수였다. 읽기가 상당히 빡빡했다.
재미를 기대한 독자들은 실망할 것 같았다. 분석을 기대하고 살 책이 아닐 것 같기 때문이다. 좀 더 가벼웠으면 어땠을까 싶은 책이었다. 어떤 식으로 가벼워야 할까는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내용에 흥미를 잃은 반면, 편집에 대해서는 정말 감탄한 책이다. 수없이 등장하는 약어와 용어, 끔찍한 분량의 미주와 참고문헌을 보며 편집자가 들인 노력이 얼만큼일지 가늠되지 않았다. 책의 표지 컨셉과 상통하는 깔끔하고 귀여운 도비라, 차례도 인상 깊었다. 편집과 디자인을 구분해서 생각하면 안 된다는 어느 베테랑 편집자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원활한 협업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었다. 내용과는 별개로 이 책이 원활한 협업과 소통의 결과물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덧붙여서 다양하게 읽을 필요를 느꼈다. 스터디 모임을 하며 읽은 책이었는데 나만 다 못 읽은 것 같다. 읽고 싶은 것만 읽을 수는 없다. 편집자는 아예 그런 직업이지 않나. 읽고 싶은 것만 읽을 수는 없지만 무엇이든 잘 읽어야 하는 게 편집자라고 배웠다. 가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