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수업이 끝나면 루틴처럼 선생님과 동기들이랑 믹스커피 한 잔과 담배로 일과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느 날의 그 시간에 우리는 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실습 원고가 전부 번역서라서 겪는 이런저런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선생님은 한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하셨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였다. 그중에서도 어느 특정 출판사본을 꼭 읽어보길 권하셨다. 읽는 와중에는 당신께서도 뭔 소리인지 전혀 감이 안 오는 "지독한 직역체"라 힘들었는데 다 읽고 나서 찾아오는 감동이 있었다고 하시면서 읽어볼 것을 강권하셨다.
어떤 의도셨을까를 이 책을 읽으며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저 술술 읽히는 번역이 좋은 번역이라 생각하는 천둥벌거숭이 후배들을 보며 더 깊게 고민해야 할 문제가 있다는 것을 그 책을 읽으며 몸소 깨닫길 바라셨던 거 아닐까라는. 책 읽는 사람은 책 읽음으로 깨닫는 게 최선일 테니까.
그렇지만…그 책이 아닌 이 책을 읽으며 그 일화가 생각났다. 부드럽게 읽히면 좋은 번역이라 생각했던 좁았던 번역에 대한 인식을 넓힐 수 있는, 직역과 의역, 낯설게 하기와 길들이기의 줄타기 같은 끝없을 고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저자께서는 의역을 선호하신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 글을 전개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에세이 다운, 시중에 널려있는 에세이라고 포장한 쓰레기들과는 다른, 개인의 글, 사람 향기가 물씬 나는 책이었다. 뚜렷한 주제와 필력에서 나오는 힘이지 않을까.
같은 말도 다르게 이해하곤 하는데 다른 말을 이해하기는 더 어렵다. 번역가들의 노력은 정말로 “흰고래를 표현하기 위해 흰고래가 아닌 모든 것을 표현하는 일”과 같을지 모른다. 완전할 수 없음은 물론, 매번 실패를 예감하는 작업, 그럼에도 할 수밖에 없는…
독서가일수록 더욱 좋아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