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후감

장 라신, 『페드르와 이폴리트』

by 김감감무

닭과 알 중에 뭐가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성과 본능 중에는 무엇이 먼저인가. 언어와 인식 중에는 무엇이 먼저인가. 감정과 이성중에는…모르겠다. 그런 것이 무 자르듯 탁! 하고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무엇은 이렇고 무엇은 저렇다. 어제 출판학교 동기들과 만나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결론은 내지 못했다. 결론을 낼 수 없는 대화였고 누구도 결론을 바라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런 이야기다. 그래선 안된다는 것의 앞에 끓어오른 본능, 욕망으로 인해 시작되는 파멸의 도미노. 저지르지 않아도, 행하지 않고 그저 그런 마음을 품은 것만으로도 죄인 것이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이 작품은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아름다운 극이다.

고전 『히폴리토스』의 다시 쓰기인 이 작품을 읽으며 다시 쓰기에 대해서도 또 생각해 보게 된다. 다양하게 리메이크 됐다는데 이것이 가장 히트작인 이유는 뭘까. 형식주의와 고전주의에 집중한 것이 이 버전의 장점이라고 옮긴이는 말씀하신다. 나는 다시 쓰기는 이해해 보려는 노력과 원작에 대한 불만족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리 잘못된 생각은 아닌 것 같지만 생각해 볼게 더 있다는 것.

읽으면 읽을수록 모르는 것만 많아진다. 읽을 건 또 왜 이렇게 많은가. 어쨌거나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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