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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ks Oct 21. 2019

돈도 중요하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시간이 중요하다는 말은 많이 듣고 배운다. 하지만 돈에 대해서는 중요성도 강조하지만 다른 시각이 더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 같다. 왠지 돈에 대해서 말을 하려고 하면 ‘부정’, ‘부패’ 같은 단어가 떠오른다. 젊은 나이에 돈이 많은 사람을 보면 부모 잘 만났다고 생각하거나 버르장머리 없는 재벌 3세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게 아니면 뭔가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돈을 번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기도 한다.

     

  이제 돈과 관련하여 조금 살펴보자. 이 ‘돈’이라는 단어는 어떨 때는 기분이 좋다가도 어떨 때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행복과 돈은 상관없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근데 정말 상관이 없을까? 이 문장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뒤 글 흐름을 모른 채 이 문장만을 잘라내어서 보니 잘못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문장이 있다. 항상 웃고 다닌다. 웃으면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진다. 따라서 긍정의 결과를 낳는다. 긍정의 결과를 낳으니 복이 온다. 그러나 이 문장이 과연 모든 상황에 맞을까? 장례식장에서 이 문장이 맞을까? 


  나는 ‘행복과 돈은 상관없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는 문장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이 문장은 어떤 상황에서는 맞을지 몰라도 어떤 상황에서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이를테면 지금 바로 직장을 그만두어야 한다면 나는 무엇으로 먹고사는 것을 해결할 수 있을까? 내가 직장을 그만두어 벌이가 없어 내 가족들이 밥을 굶게 된다면 행복할까? ‘행복과 돈은 상관없다’라고 하는 말은 어느 정도 돈을 이미 가지고 있거나, 어느 정도 벌이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덤으로 들어오는 돈’과 ‘행복’이 그다지 관련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조금 얘기를 달리해 보자. 동기부여 방법과 관련해서 ‘당근과 채찍’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과거에 ‘당근과 채찍’이라는 관리방식에 대해 배웠고 이를 직장에서 사용해왔다. 즉 어떤 행위에 보상(금전, 포상 따위)을 하면 더 많은 성과를 낼 것이고, 어떤 행위에는 벌을 주면 다시는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론이다. 

  그런데 ‘기준선 보상(baseline rewards)’(다니엘 핑크의 『드라이브』에 나오는 용어)이라는 용어가 있다. 즉, 먹고살기 위한 최소 기준이 있다는 것이다. 월급, 보너스, 복지, 기타 혜택 따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공정하고 적절한 정도의 기준선 보상을 받지 못하면 우리는 자신이 처한 부당한 상황과 불안한 환경에만 마음을 쓴다. 다시 말해 기준선을 충족하지 못하면 어떠한 동기부여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반대로 일단 기준선이 충족된 뒤에는 당근과 채찍이 원래 의도와는 전혀 다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즉 기준선이 충족된 후에는 당근과 채찍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돈으로는 행복을 살 수 없다’라고 하는 말은 앞에서 말한 기준선 보상처럼 내가 먹고살고, 내 가족이 먹고살기 위한 최소한의 금전적 기준이 충족된 뒤라야 맞는 말이다.

  당장 내가 먹고살기 힘들고, 아내와 자식 밥을 굶기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행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어떤 사람이 처자식 밥을 굶기고, 당장 길바닥으로 내몰려야 하는 처지인데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성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 생각한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갖고,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나누고 싶은 것을 나누기 위해서는 반드시 돈이 있어야 한다. 즉 돈이 있어야 꿈도 이룰 수 있다. 아니면 원시시대로 돌아가거나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돈이 필요 없을 먼 뒷날 태어나야 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돈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까지는 돈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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