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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아 Sep 21. 2020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 구분할 수 있다면

당신이 살아온 연애가 보이는 질문

그럼에도 어쩌다가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 결혼식 자리에 서있습니다. 정말 안면도 없는 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게되는 제 직업. 그것이 꽤나 근사해요.


하나 둘 셋. 나보다 세 살이 많으니 37살. 찹쌀떡 같은 피부의 하얀 피부, 몽상적이고 엉뚱한 그 언니는 의외로 다부지기도 하고 자기 생각이 또렷한 사람이다.


언니와의 몇 달만의 통화에서 “승아는 좋아하는 거랑 사랑하는 거랑 구분할 수 있어? 나는 너무 그게 늦게왔나 봐-“ 그 질문에 그 하얀 얼굴이 잠시 빨개졌을까 아니면 무덤덤한 눈빛일까 상상했다.


“좋아하는 거랑 사랑하는 거의 구분? 음... 나는 예전에는 좋아하는 게  너무 좋아서 힘들었었는데, 사랑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생기는 애정 같은 거? 음 그러니까 덜 힘든 거 같아” 내가 답해놓고도 뭔 말인가 싶은 이 대답은 지금의 나의 현재 사랑의 모양이 이렇기 때문일 거다. 아마도 순간, 내 머릿속에 지금의 남편이 사랑이라는 정의를 두고 한 말일 테다.


 언니는 아직 미혼이다. 그러기에  가보지 않은  너머의 궁금증도 있을 테고 뜨겁거나 따뜻한 사랑도   있는 사람.  오랜 연애를 하다가 언니는 새롭게 겪어보지 못한 사랑의 통증을 느끼고 있다 했다. 그녀의 사랑의 모양은 전화선 넘어 모르긴 몰라도 꽤나 울퉁불퉁 복잡하고 많이 시뻘건 색일  같다. 아이고 상상만 해도 가슴도 눈도  시려라.



“숭아” (언니는 나를 종종 이렇게 부르는데 좋다.) 숭아~  내가 요새 마음이 휑하고 그렇다 보니 할 일이 자꾸 없고 그래서 책을 많이 보는데 내가 읽다가 확 정리된 말을 찾았어” 그녀의 엉뚱함이 좋은 나는 진심으로 그 답을 기대했다. 어느 누가 그 문장을 말했다면 그만큼 기대하지 못했을 거다.

“그건 있잖아- 좋아하는 건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고 그런 좋아하는 이유가 많이 있는데 사랑하는 건 이렇고 저렇고 한 사람이라 마음에 걸리는 게 많아도 그래도 좋은 거야. 안 좋은 게 다 참아지고 그래도 어쨌든 좋은 게 사랑인가 봐 ” 언니의 그 마침말에 그 인용구를 책에서 보았다는 건지 아니면 보다가 영감을 얻어 자신이 그렇게 정의했다는 건지는 아리송했다. 근데 모르긴 몰라도 내 옆에서 그녀가 바로 말해주었다면 나는 그녀의 허벅지를 찰싹 때리거나 박수를 세 번쯤 치며 ‘맞다 맞다’ 했을 것이다.


나는 언니가 했던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구분을 할 수 있어?’ 그 질문이 그 사람이 살아온 연애가 보이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내 대답에서 현재 내 사랑의 모양도 알았다. 아마 내 남편도 비슷하게 닮은  모양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하얗고 엉뚱한 그 언니는 생각보다 많이 고민하고 결정하기까지 오래 걸린다. 언니가 좀 더 덜 고민하기를 그냥 내 마음속으로만 바라본다. 이렇게 최악으로 마음이 힘든 순간에는 내 바람을 이야기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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