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살아온 연애가 보이는 질문
하나 둘 셋. 나보다 세 살이 많으니 37살. 찹쌀떡 같은 피부의 하얀 피부, 몽상적이고 엉뚱한 그 언니는 의외로 다부지기도 하고 자기 생각이 또렷한 사람이다.
언니와의 몇 달만의 통화에서 “승아는 좋아하는 거랑 사랑하는 거랑 구분할 수 있어? 나는 너무 그게 늦게왔나 봐-“ 그 질문에 그 하얀 얼굴이 잠시 빨개졌을까 아니면 무덤덤한 눈빛일까 상상했다.
“좋아하는 거랑 사랑하는 거의 구분? 음... 나는 예전에는 좋아하는 게 너무 좋아서 힘들었었는데, 사랑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생기는 애정 같은 거? 음 그러니까 덜 힘든 거 같아” 내가 답해놓고도 뭔 말인가 싶은 이 대답은 지금의 나의 현재 사랑의 모양이 이렇기 때문일 거다. 아마도 순간, 내 머릿속에 지금의 남편이 사랑이라는 정의를 두고 한 말일 테다.
그 언니는 아직 미혼이다. 그러기에 더 가보지 않은 저 너머의 궁금증도 있을 테고 뜨겁거나 따뜻한 사랑도 할 수 있는 사람. 오랜 연애를 하다가 언니는 새롭게 겪어보지 못한 사랑의 통증을 느끼고 있다 했다. 그녀의 사랑의 모양은 전화선 넘어 모르긴 몰라도 꽤나 울퉁불퉁 복잡하고 많이 시뻘건 색일 것 같다. 아이고 상상만 해도 가슴도 눈도 다 시려라.
“숭아” (언니는 나를 종종 이렇게 부르는데 좋다.) 숭아~ 내가 요새 마음이 휑하고 그렇다 보니 할 일이 자꾸 없고 그래서 책을 많이 보는데 내가 읽다가 확 정리된 말을 찾았어” 그녀의 엉뚱함이 좋은 나는 진심으로 그 답을 기대했다. 어느 누가 그 문장을 말했다면 그만큼 기대하지 못했을 거다.
“그건 있잖아- 좋아하는 건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고 그런 좋아하는 이유가 많이 있는데 사랑하는 건 이렇고 저렇고 한 사람이라 마음에 걸리는 게 많아도 그래도 좋은 거야. 안 좋은 게 다 참아지고 그래도 어쨌든 좋은 게 사랑인가 봐 ” 언니의 그 마침말에 그 인용구를 책에서 보았다는 건지 아니면 보다가 영감을 얻어 자신이 그렇게 정의했다는 건지는 아리송했다. 근데 모르긴 몰라도 내 옆에서 그녀가 바로 말해주었다면 나는 그녀의 허벅지를 찰싹 때리거나 박수를 세 번쯤 치며 ‘맞다 맞다’ 했을 것이다.
나는 언니가 했던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구분을 할 수 있어?’ 그 질문이 그 사람이 살아온 연애가 보이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내 대답에서 현재 내 사랑의 모양도 알았다. 아마 내 남편도 비슷하게 닮은 모양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하얗고 엉뚱한 그 언니는 생각보다 많이 고민하고 결정하기까지 오래 걸린다. 언니가 좀 더 덜 고민하기를 그냥 내 마음속으로만 바라본다. 이렇게 최악으로 마음이 힘든 순간에는 내 바람을 이야기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