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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아 Jan 21. 2019

어쩌다, 엄마

디테일하게는 6주 6일


제목 그대로 나는 어쩌다 엄마가 된 걸까.

은근한 메슥거림의 입덧으로 모든  맛없게 느껴지는 식사를 하면서 생각했다.

모든 것이 맛없다는 느낌은 살아서 느껴본 적이 없는 건데... 

(그건, 그저 멍 때리면서 무언가를 씹고만 있다. '이건 그래도 먹어지는군' 하면서)

'그러게 나는 어쩌다 엄마가 된 걸까'


대부분의 엄마들은 계획하고 기다리고 기대하고 소망해서 아이를 갖는 걸까. 

이런 입덧의 순간도 인내하고 기쁘게 받아들여질 만큼?

뭐 어쨌든 그런 남들의 의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저 잠깐의 궁금증이 들었다. 

아기를 가진 사람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아기를 기대하고 가졌을까 하고.

그리고 '아 나는 역시 이런 사람이었구나' 한번 더 나를 깨달으며.


임신을 했다는 것을 알고 나는 더 나의 주체를 찾고 싶어서 속으로 더 난리가 났다.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면 뭐든 초조해지기 마련이니까.)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같은 영화를 찾아보거나 인터넷 초록창 네모 박스에 '임신 7주 차 해외여행' 또는 '12주 차 해외여행'등을 하루에도 한번 이상 찾아본다. 한 한 달 정도 해외에서 살면서 '자아 찾기'를 하고 싶다며. 마침 지금 하는 샵을 잠시 닫아야 하는 계획도 있고 해서 나는 두 달 나와 나의 브랜드에 점검할 생각이었다. 매우 느슨하게 (내가 못했던 일).

그러한 계획이 있었던 터라 뜬금없이 자아 찾기에 발동이 걸린 것 같다.


그런 나의 행동들에 크게 죄책감 같은 것은 느끼지는 않으려 한다.

아이와 나를 독립되게 생각하는 것에는 장, 단이라는 것이 있을 테니.

그것이 애정이나 사랑과 비례하는 것들이 아니라는 것을 믿고 있고 믿어야 한다.

키우는 모양새가 다른 뿐이라고 어쩌면 멀리 보면 아이도 나를 키우는 모양새일지도 모른다.

함께 자라나는 것.


지금은 '내가 만든 가족'의 시작점이라 내 감정과 생각을 장담할 수가 없지만

생각의 흐름의 변화가 매우 많을 것 같은 몇 년들이 될 거 같다. 낳아보면 너무 귀여워서 출근하기 싫은 역효과가 난다던데. (가족을 직접 내가 만들다니 처음 겪는 일이다. 사람을 만드는 신의 영역을 내가 잠시 허락을 받고 침범한 것 같다.)


이전에 아이를 갖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의 고민이 길었다. 결혼하고 4년 동안의 고민은 끝없이 이어졌다. 그래도 '아이를 가져볼까?' 했던 마음의 파도를 줬던 이유들은 '나를 위해서'였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다른 행복감을 느낄지 궁금했다.

내 감정의 움직임이 궁금했고 그 감정의 움직임이 글이든 무엇이든 표출되는 결과도 궁금했다.

아이로 인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살아도 보고 싶었다. 


결국에는 내 새로운 영역의 감정과 변화가 궁금하고 엄마와 아이라는 새로운 사랑의 모양을 알고 싶고

그 에너지로 인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었다. 나는 줄곧.

덕분에 나의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뚜렷이 드러났다. '다양한 경험 축적과 나에 대한 발전에 대한 욕심'  내 아이는 '엄마가 이기적으로 엄마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살아서 행복한 것도 있겠지.' 나는 그렇게 믿고 6주 7일을 시작해본다. 


지금 나의 목표는 추후 "엄마는 너 때문에 이것도 포기하고 저것도 포기했어. 희생하고 살았어"라고 말하는 삶을 살지 않는 것이다. 네가 나를 자라게 해주는 사람이니 나도 너를 존중하고 사는 삶. (너무나 쉽지 않겠지만)


'같이 성장하자. 별 수 없잖니. 우린 서로가 당첨되었어'





역광으로 만나는 꽃 그림자. 덩어리 진 큰 쉐입은 꽃의 또 다른 이면 같다. 결국 모든 일에는 숨은 이면이 있지. 그것을 긍정으로 발견하는 것이 나의 힘이되기를. 걱정이 많은 일일수록 알고 보면 더 쉽고 더 재밌을 때가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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