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을 돌아보게 되는 고래없는 고래영화
매주 다가오는 월요일이 유달리 힘들 때
다가올 추위보다 삶의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질 때
앞만 보고 달리다 하루 쯤은 숨돌리고 싶을 때
그 고래만 죽이면 삶이 나아지리라 믿지만
그에게 아무 도움이 안될 테니까.
이 책을 읽으며 내 삶을 생각하게 됐다.
영화 더 웨일(The Whale)은 오스카에서 3개 부문 노미네이트를 받고 국내외로 입소문을 탔다. 오로지 찰리 집에서만 모든 일들을 보여주기에 처음엔 지겹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걱정과는 달리,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은 찰리의 삶을 함께 되감기하며 그 대신 주마등을 함께그려간다.
초고도비만인 주인공 찰리(브랜던 프레이저)가 죽음을 앞두고 일주일 간 일어난 일들을 그린다. 찰리는 대학에서 온라인 강사로 일하고 있으나, 카메라를 켜지않고 학생들에게 자신의 거구를 숨긴다. 영화는 찰리대신 찰리의 건강을 걱정하는 간호사 친구, 리즈(홍 차우)의 '선고'와 함께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위 문장은 찰리가 아이들에게 과제로 낸 <모비 딕> 에세이에 쓰인 문장이다. 찰리는 혈압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잘 쓴 에세이의 문장을 읽어내려가며 심호흡을 한다.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처음부터 위 문장으로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찰리가 이 문장을 곱씹은 것도 찰리가 과거에 얽매였던 일을 암시하기도 한다.
찰리에겐 일주일의 시간이 남아있다. 찰리가 왜 이토록 힘겨운 거구가 되었는지에 대해 각 인물들과 관계를 통해 그의 과거 서사를 풀어간다. 그의 딸 엘리(세이디 싱크), 선교하러 왔다가 찰리를 도운 토마스(타이 심킨스), 그의 전 아내 메리(사만다 모튼), 단순 간호사 친구가 아닌 리즈와의 관계를 보여준다.
이 영화가 더욱 주목받은 이유는 찰리 역을 맡은 브렌든 프레이저의 삶이 찰리의 삶과 동기화되어서일지 아닐까. 영화 <더 웨일>로 그응 오스카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 미이라 시리즈로 얼굴을 알렸지만, 꽤 긴 시간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수상소감에서 이전엔 감사함을 다 표현하지 못했으나, 작품이 끊기고 나서 감사함을 표현했어야 했다며 고마움을 전달했다. 그 동안 공백기를 통해 '바다 가장 밑바닥까지' 경험했다고 말한다.
모비 딕의 에이헴처럼 그 고래만 죽이면, 이라는 생각을 갖고 삶의 희망을 그렸으나 잘 풀리지 않았을까라고 감히 예상해본다. 누구나 마음 속 고래를 품고 있다. <더 웨일>은 그런 영화다. 집념으로 만들어 낸 고래가 '집착'이 되버리면 고래만 쫓아간다. 고래를 쫓느라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포가 일부 포함되었습니다*
주인공 찰리 역시 전 애인에게 일어난 사건으로 죄책감과 좌절감에 오랫동안 빠져산 것으로 보인다. 그와의 관계로 이혼한 아내, 그의 딸까지 상처를 줬다. 그가 애인과 함께한 순간부터 다른 파도를 보지 못하고 '고래'를 잡다가 더 깊은 파도로 빠졌을지 모른다. 죽음을 앞둔 일주일 중, 딸과 이혼한 아내와 속마음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좀 더 솔직하게 다가간다.
반항기 가득한 사춘기가 된 딸, 엘리는 에세이를 낙제받았다. 뾰족한 비판만 가득하지만 찰리는 그 글속에서 엘리를 받아들인다. 엘리, 친구 리즈, 아내 메리, 얼떨결에 목숨을 살려준 선교사 간의 대화로 결국 '믿음'을 이야기 하고 생각했다. 각자가 믿고 있었던 것들에 차이가 있다. 엘리는 자신이 받은 시선들로 사회에서 도태된 존재라 믿고 있었고, 찰리는 그가 가족에게 준 상처가 자신을 떠나야만 하는 이유로 믿고 있었다.
영화를 보며 우린 얼마나 진실만 보고 다가갔는지, 우리가 가진 고래에만 너무 매달린 건 아닌지 돌아보게 만든다.
영화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오늘 밤을 그냥 보내기 아쉬운 하루라면, 잠들기 전 무겁지만 끝까지 본다면 후련한 마음이 드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