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 of gratefulness
이렇게 속 편하게 지내온 임산부가 또 있을까, 감사하다.
교직생활 6년 후 번아웃으로 인해 선택했던 휴직.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채로 시작했는데, 바라던 대로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찾아온 샬로미라는 새 생명의 축복...
그렇게 지쳐버리지 않았다면 아마 내 손으로 선택할 일은 없었을 것 같은 난임휴직과 산전휴직. 쉰 지 1년이 다 돼 가는 지금 돌아봐도 여전히 이 시간이 내 인생에서 지니는 의미는 무엇일까, 아직은 완전히는 알지 못하겠다. 늘 그렇듯 좀 더 시간이 지나고 점점 더 깨닫게 되겠지? 10대 시절은 이제 사실 기억이 자세히는 안 나기도 하고 ㅋㅋㅋ 20대부터는 '심심하다'는 감정을 길게 느껴본 기간이 없을 정도로 항상 뭔가에 늘 바빴던 것 같은데. 정말 (적어도 법적으로는) 어른이 된 후 처음 가져본 여유...
부족한 것도 많고, 아쉽게도 모든 것을 최고로 해줄 수는 없을지 몰라도..
우리 샬로미는 참으로 복 받은 아가다.
엄마아빠가 너무너무 기다리던 아가, 양가의 조부모님도 너무너무 기대하는 아가. 엄마 주변의 친구들과 지인들까지도 널 어서 보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는 우리 소중한 아가.
샬로미 아빠는 샬로미의 존재를 알게 된 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밤 튼살오일과 튼살크림을 정성스레 발라주고, 태담과 아빠의 기도를 해주고.
엄마아빠는 널 알게 된 이후 너와 엄마의 건강, 순산을 위해 매일 저녁식사 후 강변을 걸어. 너무 추울 때는 아파트 단지 헬스클럽 러닝머신 위에서라도 걸었단다. ㅎㅎㅎㅎ 너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여름, 불안과 걱정에서 안심과 기대로 넘어가던 가을, 춥지만 널 생각하며 마음이 따뜻하고 행복했던 겨울, 그리고 널 만날 날이 성큼 다가온 새로운 봄까지.. 강변을 걸으며 넌 어떻게 생겼을까, 누굴 닮았을까, 너와 무엇을 할까 행복한 기대에 부풀어 도란도란 대화하며 걷곤 해.
아직은 부족한 게 너무나도 많고, 오래도록 변하고 싶었던 면들과도 여전히 싸우고 있고, 때로는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에 휩싸여 울기도 하지만. 자격 없는 나에게 와줘서 고마워. 벌써부터 말 그대로 너는 내 인생에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이야. 너와 함께 할 인생에서 처음일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기대돼.
샬로미가 찾아와 준 것 자체가 너무나 큰 축복인데, 첫째 임신기간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보너스 선물까지 엄마가 받아 버렸어. 덕분에 엄마는 요리를 배우고, 여유롭게 행복한 마음으로 요리를 하고, 퇴근 후 현관문을 열자마자 나는 매번 다른 음식냄새에 행복해하는 아빠를 반겨줄 수 있게 되었어. 초등학교 때부터 갖고 싶었던 전자피아노도 드디어 집에 들여 피아노도 치고, 널 꿈꾸며 그림을 그리다가 니가 생긴 후에는 너를 위한 옷가지들을 뜨고 있어. 책을 읽고 가끔은 글도 쓰고, 반가운 친구들과 만나 즐거운 수다를 떨기도 해. 가족과의 퀄리티타임을 갖기도 하고. 순산을 꿈꾸며 임산부요가도 꾸준히 하고 있단다.
무엇보다 행복한 것은 너를 기다리며 하는 모든 준비들이야. 귀엽고 예쁜 샬로미 옷을 고르고 세탁하고 정리할 때, 너를 위해 기도하고 책을 읽고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까 고민할 때, 아빠와 끊임없는 '나중에 샬로미랑 ~이러면 어떻게 할까' 이야기를 나눌 때, 너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예쁘고 의미 있는 이름을 고민할 때.
정신없이 맞벌이를 하고, 남은 시간에는 밖으로 나다니기 바빴던 신혼부부에서, 너라는 존재가 와준 후 엄마아빠는 비로소 진짜로 가족이 되어가는 것 같아. 때로는 서운함에 싸우기도 하고,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후회하기도 하지만.. 그 모든 시간까지 포함하여 진정으로 더욱더 단단한 하나가 되어가는 것 같아.
늘 바쁘게 일을 하던 사람이어서인지, 임신 기간에 누릴 수 있었던 이런 여유와 행복이 더욱 감사하다. 임신 기간에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나 힘든 일들이 아예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한 생명을 품는데 당연한 수고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 절실하게 필요했던 때에 과감히 쉴 수 있게 해 주고, 엄마의 모든 감정들과 순간들을 존중해 주고 지지해 준 아빠에게도 참 고맙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들을 느껴보게 해 줘서 고마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넌 참 축복받은 아가야. 이야기하다 보니 깨달아지는 게 엄마도 참 축복받은 엄마네. 감사와 기쁨을 잊지 않고 남은 하루하루를 보낼게. 곧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