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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작꼬작 Jun 28. 2023

갈 때는 걸어서, 올 때는 차를 타고

첫 차를 산 날

가장 좋은 가격에 원하는 차를 내주겠다던 딜러는 마침 또 집에서 가장 가까운 딜러샵에 있었다.

집에서 십오 분 거리, 한식당을 비롯해 아시안 식당과 마트들이 밀집해 있는, 나름 샌디에이고의 한인 지역이라 할 만한 콘보이 (Convoy st.)에 있는 딜러샵이었다.


우리가 진짜 타게 될 차를 시승해 보고 계약을 하러 두 번째로 방문을 했다. (첫 방문은 가장 낮은 트림의 차를 타 봤던 그 방문이었다.)


한국에서는 차를 사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미국에서는 딜러샵에 차가 있는 경우가 많다. 야외 딜러샵 주차장에 있던 차를 그대로 끌고 집에 오는 것이다. 내 소중한 차가 이렇게 방치되어 있다니 약간 묘한 기분이다. 가끔 고속도로에서는 새 차를 천 같은 것으로 덮어 여러 대 한꺼번에 운반하는 트럭도 볼 수 있는데, 저렇게 가져가다 돌이라도 튀면 차 주인이 속상하겠다는 오지랖 넓은 걱정을 할 때도 있다.


시승해 본 차는 마음에 들었고 본격적으로 금액에 대해 합의를 했다. 이메일에서 오고 간 대로 우리가 원하던 금액에 맞춰주었다.


차 자체에 대한 계약서에 무수히 많은 서명을 했다. 그럼에도 우리의 계약은 비교적 간단한 편이었을 것이다. 전액을 현금으로 지불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60개월 할부 같은 것은 생각도 못 했던 것이, 미국에 신용도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같이 외국인이 아닌, 일반적으로는 차를 살 때 할부로 사기 위해 이자율을 알아본다고 한다. 거래 은행이나 크레딧 유니온 같은 곳에 이자를 알아보고 가장 싼 곳에서 대출해 차를 사고 대금을 갚는 식이다. 그렇게 되면 더 꼼꼼히 서류를 봐야 한다.)  


딜러가 자리를 비우고, 파이낸셜 매니저(?)라는 새로운 직원분이 들어왔다.

이 분의 역할은 추가 상품의 프로모션인 것 같았다. 인터넷에서는 절대 딜러샵에서 권유하는 패키지를 사지 말라고, 현혹되면 바가지 쓰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경계심을 가득 품은 채로 설명을 일단 들었다.


우리는 결국 두 가지를 추가로 구입했는데, KARR 알람과 메인터넌스 쿠폰이었다.


KARR은 일종의 도난 방지 시스템인데, 샌디에이고에서는 차에 KARR 알람 스티커가 붙어있는 차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유는 차를 훔쳐서 고작 30분 거리의 멕시코 국경을 넘어버리면 차를 영영 되찾을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위치 추적 기능이 있는 이 알람을 쓰기 때문이다. 이 알람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우리에게는 이것이 마음의 안정에 조금 도움이 되었다.


두 번째, 메인터넌스 쿠폰은 약 $1,300이나 하는 꽤 큰 금액을 주고 산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6,000마일마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열 장의 쿠폰이 들어있다.

한 장에 $130 수준인  쿠폰으로 엔진 오일 교체와 기본적인 인스펙션이 포함되고 때에 따라 (1만 5천 마일이나 3만 마일처럼 권장되는 정비가 있는 마일리지일 때) 각종 부품 및 윤활유를 교체하는 것이나 타이어 위치 교환 서비스가 들어있을 때도 있었다.


이것 덕분에 별달리 정비소를 찾아 헤매고, 이곳이 믿을만한 곳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정비 후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가격이 너무 비싼 것은 아닌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쿠폰을 쓰기 위해 더 규칙적으로 차를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은 덤이다.


쿠폰을 써서 정비를 가면 전체적인 차 상태에 대한 보고서를 주는데, 이 보고서가 꽤 구체적인 것도 도움이 되었다. 각종 벨트들의 신축도가 얼마나 떨어졌고, 브레이크 패드가 몇 밀리미터 남았다는 등의 정보를 주는 보고서가 고마웠다. 다른 곳에서는 한 번 엔진 오일 교체할 가격에 이런저런 관리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마음의 평화도 얻을 수 있으니 매출을 올린 딜러샵과 윈윈인 셈이었다.

서비스 센터에 갈 때마다 받았던 보고서의 일부. 덕분에 차의 어떤 부분을 점검했고, 점검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만약 이 패키지를 사지 않았다면 자동차 관리에 대해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이사를 와서 더 이상 쿠폰을 쓸 수 없는 지금, 믿을만한 정비소를 찾아다니는 중이기에 더 실감이 난다.


때때로 갈지 않아도 되는 에어필터 따위를 갈아야 한다고 프로모션을 시도하긴 했지만 우리는 그런 것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교체했다. '생각해 본다'라고 말하면 더 이상 강매하지 않았다. 정비하는 데에는 (미국의 모든 것이 그렇듯) 항상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온라인 예약이 가능하고, 예약할 때 대기할 것인지 셔틀을 이용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셔틀을 타면 원하는 곳에 데려다준다.  


다시 차량 구매 당일로 돌아와서,

두 개의 추가 상품까지 구입하기로 하자 최종 가격이 나왔다. 이 금액대로 수표를 끊어서 (Cashier's Check) 다음 날 다시 방문했다.


수표와 서류 뭉치를 교환했다. 자동차 소유증인 타이틀 (Title, 핑크 슬립이라고도 불린다.)과 차 키를 받자 우리 차라는 것이 실감 났다!


딜러샵 건물 뒤편에 우리 차가 있었다. 바닥과 트렁크에 있던 보호용 종이를 딜러가 치워주고, 좋은 딜을 끝낸 기념으로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그 후로, 지금까지 우리 차는 우리의 발 역할을 충실히 해 주고 있다. 4만 8천 마일 (7만 7천 킬로미터)를 탈 때까지 큰 고장 없이 잘 나가주고 있다.

샌디에이고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출퇴근을 하고, 친구들을 태우고 놀러 다닐 때도, 온갖 로드트립과, 캠핑과, 가족 여행과, 이사에도 함께 했다.


안쓰러운 것은 그동안 무려 네 번의 수리를 거쳤다는 것이다. 처음과 같은 철판(?)인 곳은 뒤쪽 문짝 하나밖에 없을 정도로 다사다난한 일들을 겪었다.


차를 타고 다니면 피하고 싶어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사고를 겪게 된다. 미국에서의 차 사고 후 보험 처리를 어떻게 했는지, 자동차 보험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음 글부터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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