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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작꼬작 Oct 21. 2023

익숙함을 찾아, 새로움을 찾아

한인 마트와 가끔 가는 마트들

지난 글에서 쓴 비교적 일반적인, 그래서 자주 가는 미국 마트들에서 모든 것을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한국인 입맛에 꼭 필요한 몇 가지 식재료는 다른 곳에 가서 구해야 한다. 한편, 항상 같은 곳에 가서 장을 보면 그것만큼 지루한 것도 없다. 그래서 Covid-19로 인해 제약이 많아지고 삶이 무료해졌을 때, 필수 업종으로 지정되어 문을 열 수밖에 없었던 마트들이 나름의 놀이터가 되어주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익숙함을 주는 한인 마트와 가끔 가서 새로움을 느끼는 마트들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지난 글의 1. 일반 미국 마트, 2. 창고형 할인 마트)

3. 한인 마트


방문 빈도: 낮음, 한두 달에 한 번

가격대: 보통-높음

주로 사는 것:  장류 (고추장, 된장), 특이한 채소 (깻잎, 콩나물, 무), 냉동간식, 해산물


한인 마트는 가까이 있으면 한없이 자주 가고, 없으면 또 아쉽지만 없는 대로 살 수 있는, 그런 존재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차가 없었으니 한 달 동안 걸어갈 수 있는 미국 마트에서만 장을 봤다. 그 안에서 살 수 있는 야채와 과일, 고기 등등으로 나름 식단을 꾸며 먹었다.


미국 마트에도 아시안 섹션이 있어서 몇 가지 라면과 과자 (주로 일본 과자)를 판다. 비록 아쉽더라도 그런 것을 먹으며 잘 살고 있었는데, UCSD에서 만나 친해진 언니가 한인마트를 데려가 주었다.


처음 가 본 샌디에이고의 한인마트는 '시온마켓'이라는 곳이었다. 들어가니 한국 음악이 나오고, 한국인들이 가득하고, 한국 먹거리가 잔뜩 있었다.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비록 모든 물건의 품질이 최상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 무척 익숙하기에 반가운 곳이었다.


그곳에서 사 온 것은 김치를 담을 때 필요한 재료였다. 김치를 담을 통, 고춧가루, 새우젓, 액젓 같은 것을 사다가 집에 놓았다. 배추는 미국 마트에서도 구할 수 있지만 저런 것은 한인마트에 가야 살 수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한인마트에서만 사는 것들이 있다. 장류가 떨어지면 한인 마트에 가고, 간 김에 보기 힘들거나 미국 마트에서는 유난히 비싼 채소를 산다. 깻잎이나 콩나물은 미국 마트에서 보기 힘들고, 배추나 파는 한인 마트가 더 싼 품목이다. 


확실히 한인 마트가 가까우면 간식을 더 많이 먹게 되는데, 한국 과자에 입맛이 길들여져서 그렇다. 참새가 방앗간 못 지나치듯 과자 섹션을 꼭 들르게 되니 말이다. 요즘에는 한인 마트가 40분 떨어져 있어 샌디에이고에서만큼 자주 가지 못하는 거리이다 보니 간식 소비가 줄었다. 대신, 오랜만에 가면 구경하기 바쁘다. 지난번에 산 냉동 붕어빵을 어제까지 데워 먹었다. 요즘에는 냉동 떡이나 분식 종류도 어찌나 잘 나오는지!  


그래서, 한인 마트 최고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입맛에 맞는 먹거리 천국이라는 것이다. 가격대는 좀 높은 편이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수입해 들어오는 비용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점점 한인 마트도 많아지고 배달 서비스도 다양해져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으로, 할인도 자주 한다.

 

단점은 어디에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샌디에이고에서는 집에서 십오 분 거리에 한인 마트가 세 곳 있었다. 시온마켓과 에이치마트 (HMart)라는 곳들이다. (행복한 날들이었다.) 지금은 사십 분 거리에 하나 (메가마트), 한 시간 거리에 세 곳 (HMart와 교포마켓)이 있다. 한인이 많은 캘리포니아에 살아서 이런 접근성이 가능한 것이고, 다른 주에서는 몇 시간을 걸려서야 한인 마트에 갈 수 있어서 아예 잊고 사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한다.


4. 그 외 가끔 가는 곳들


누군가에게는 자주 가는 곳이겠지만, 나는 가끔 가는 곳들도 있다. 


트레이더조스 (Trader Joe's)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좋은 마트' 설문조사에서 늘 순위에 드는 마트다. (최근에는 독일계 Aldi에 1위 자리를 내주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장점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트레이더조스만의 상품이다. 트레이더조스에서 파는 대부분의 물건에는 자사 마크가 찍혀 있을 만큼 자체 생산을 많이 하고, 그만큼 새로운 것에 도전도 아끼지 않는다. 그러니 상품 구성이 자주 바뀌고 갈 때마다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 친절하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직원들, 다양한 냉동식품, 저렴한 가격도 인기 요인이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생산한 냉동 김밥을 론칭했는데 인기가 너무 많아서 품절되고, 한 사람당 두 개까지만 구매가 가능한 해프닝도 있었다.


트레이더조스를 좋아하긴 하지만, 집에서 약간 떨어져 있고 가면 무엇을 살지 잘 모르겠다는 점 때문에 잘 가지 않게 된다. 아무래도 항상 사던 것을 사는 게 에너지는 절약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을 때 지나가다 한 번씩 들르는 편이다.


두 번째로는 홀푸즈마켓 (WholeFoods Market)이 있다. 홀푸즈마켓은 가격대가 높다. 비싸더라도 몸에 좋은 것, 유기농을 전문으로 취급해서 그렇다. 우리는 아직 아이도 없고 유기농을 사는 것보다 저렴하게 사는 게 더 중요했기에 홀푸즈는 가끔만 갔다. 하지만 꼭 홀푸즈에서 사는 것도 있는데, 케이크다. 꾸덕하고 아주 단 케이크보다 가볍고 신선한 식감을 선호해서, 다른 미국 베이커리보다 홀푸즈 베이커리가 입맛에 맞았다.


홀푸즈를 자주 가는 분들은 건강한 고급 식재료를 살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육류, 해산물, 채소, 과일 모두 신선하다. 심지어 조개를 사면 한알씩(!) 만져보며 깨진 것이 없는지 확인해서 주는 곳이 홀푸즈다. 아마존이 홀푸즈마켓을 몇 년 전 인수했기 때문에 아마존 프라임 회원은 추가 할인을 받을 때도 있다.


99 랜치마켓 (99 Ranch Market)도 가끔 가는 곳이다. 이곳은 중국 마트다. 같은 아시아권 마트여서 한인 마트를 못 갈 때 어느 정도 대체제로서 가기도 한다. 무는 코리안 래디쉬 (Korean Radish), 대파를 (DaePa)라고 해서 파니 나름 정감이 갈 때도 있다. 한국의 냉동만두나 과자, 양념장, 라면 같은 것도 미국 마트보다 다양하게 있다. 옆동네에 세 곳이나 있는데, 한 동네에 우선 입점한 후 가까운 곳에 많은 지점을 오픈하는 것이 99 랜치마켓 특유의 전략이라고 한다. 은근히 캐셔분들이 친절하고, 항상 베이커리 할인 쿠폰을 주는 게 특이하다.


이렇게 많은 마트들을 돌아다니며 장보기를 해야 하는 것이 재미있을 때도 있고, 가끔 피곤할 때도 있다. 파 한 단을 사기 위해 한인 마트에 갔다가 각양각색 간식에 정신이 팔려 훨씬 많은 것을 사 올 때도 있다. 자주 가서 과소비를 하고 오나? 하는 생각이 들 때는 장 보는 횟수를 줄이기 위해 더 철저히 전략을 짜기도 한다. 


마트 종류가 많은 만큼 식재료도 다양해서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고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에게는 미국 마트가 아주 매력적일 것 같다. 여기에 적은 마트 말고도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국적의 마트들이 '진짜' 그 나라의 물건을 팔고 있다. 인도인을 주 고객으로 하는 마트에 가면 곡물과 향신료 종류에 깜짝 놀라고, 베트남 마트에 가면 쌀국수 면의 종류에 놀라는 식이다. 


그러니 마트야말로 어떤 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섞여사는 미국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곳일 것이다. 언젠가 더 많은 국적의 친구를 사귀어서 온갖 마트들을 돌아다녀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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