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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녀 Feb 23. 2021

기후 위기,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

세계의 날씨가 확실하게 이상해지고 있다. 가끔 뉴스에서 보던 이상 기후 소식은 점점 자주 등장하고, 그 소식에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기후 위기가 매우 가까이에 도래한 느낌이다.

사람들은 종잡을 수 없이 극단적으로 변한 지금의 기후 변화에 대해 자주 한탄한다. 그러나 그 한탄만큼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의 삶을 바꾸어야 한다고 결심하지는 않는 것 같다.

오래전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해온 나는 뭐가 다를까. 호프 자런의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를 읽으며, 나 또한 무엇을 바꿀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솔직하게 생각해 보았다.  


- 초록색 텍스트는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241쪽에서 발췌한 것이다.-


실행할 수 있는 변화를 하나만 골라보자. 자동차를 조금만 덜 탈 수 있을까? 나는 대중교통이 조금 불편한 동네에 산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자동차가 두 대다. 남편의 출근용 한 대, 나의 살림용(마트, 도서관, 서점, 병원 등을 갈 때 이용하는) 한 대. 날씨가 좋을 때, 너무 춥거나 덥지 않을 때 근거리를 자동차 대신 도보나 자전거로 이동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서울시에는 따릉이가 잘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자동차를 한 대로 줄이기는 힘들 것 같다.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을 조금 줄일 수는 없을까? 지금은 코로나 19 때문에 외국은 물론 제주도조차 가지 못한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완료되고 코로나에서 자유로워지면, 그동안 억눌렀던 여행 욕구가 폭발하면서 어디라도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안 가고 싶어도 남들이 가면 결국 억울해서 나도 가야 한다. 인스타 속 화려한 여행 사진을 구경하며 ‘좋아요’만 누르고 있을 자신은 없다.

횟수를 줄이는 건? 자력으로 노력한다면 1년은 제주도, 그다음 1년은 해외여행을 하는 정도? 이미 외국 여행의 매력을 경험했기 때문에 자력으로 제한이 힘들 것 같다. 이것은 국가에서 제한해 주면 좋겠다. 공평하게 모두에게 5년에 1회만 해외 출국을 허용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나만 못 가는 것이 아니므로 억울한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어떨까?

앞서 이야기했듯 우리 동네는 대중교통이 편리하지 않아서 대부분의 목적지가 대중교통으로 갈 경우, 훨씬 시간이 더 걸린다. 많이 돌아가지 않는 경우에는 버스를 이용했지만, 대부분의 목적지는 자가용으로 갈 경우 훨씬 빨라서(거의 시간이 절반으로 준다) 이것을 포기하기는 힘들겠다.

식료품(특히나 사놓았다가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것)을 40퍼센트 덜 구입하면?

주부로서..... 할 말이 없다. 입 짧은 식구들, 장 볼 때와 다르게 급격히 사라지는 요리 의욕....... 덕분에 매일 음식물 쓰레기가 상당하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 이렇게 버리려고 마트에 가서 돈을 쓰고 무겁게 들고 와 힘들게 요리한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대량으로 장을 보는 편이 아니고 그날그날 필요한 것만, 하루 이틀 치 정도만 간단히 사는 편인데도 이러하니, 개선할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설탕이 든 음식을 피하는 방법은?

나는 단맛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설탕을 많이 소비하지는 않는다. 대신 탄산음료를 좋아하는 남편, 젤리, 사탕, 초콜릿을 좋아하는 아이는 설탕이 포함된 식품을 꽤 많이 먹는 편이다. 건강을 위해 좋지 않다고 생각하므로, 가급적 집에 그런 제품들을 사다 놓지 않는다.

매주 육류 섭취를 줄여볼 수 없을까?

지난 일주일의 식단을 살펴보면 거의 매일 약간이라도(국물 재료에라도) 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먹었고, 하루 정도는 고기를 메인 요리로 먹었다. 고기를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지만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 고기를 (거의) 안 먹는 날로 지정해 실천해 볼 수 있겠다.

플라스틱 제품을 두 번 이상 재사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아니, 세 번 이상 사용은 가능할까?

이미 나는 장바구니와 텀블러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는 쓰지 않은지 1년쯤 된다(음료 자체에 빨대가 붙어있는 경우는 예외).  배달이나 포장 용기 중에 모양이 괜찮으면 깨끗하게 씻어 화분이나 정리함, 반찬통으로 재사용하기도 한다.

마침 이번 주부터는 음식을 포장해올 때(가능할 것 같은 종류일 경우) 집에 있는 반찬통을 들고나가서 담아오기로 결심했다. 그 첫 시작으로 오늘 아파트 단지 내의 장터에서 타코야끼를 반찬통에 포장해와서 먹었다.

겨울에는 난방 온도를 조금 내리고 여름에는 냉방 온도를 조금 높인다면 어떨까?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겨울 동안 난방 온도를 24~25도로 유지했는데 조금 더 내려볼 수 있을 것 같다. 냉방의 경우, 에어컨 바람을 좋아하지 않아서 정말 너무너무 더울 때 26~28도 설정으로 켜는 정도다. 난방 온도는 좀 더 노력, 냉방은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지역에서 만드는 제품을 사용한다면?

지역이라면 한국 제품? 너무 많은, 저렴하고 품질 좋은 외국 제품이 사방에 널려 있다. 이것을 외면하기는 힘들다.

조금 덜 사들인다면?

집에 물건이 쌓이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려고 노력한다. 특히 덩치가 큰 물건일수록 있는 것을 오래 쓰고 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거실 TV는 남편이 결혼 전에 사용하던 것이며(남편은 호시탐탐 새 TV를 사자고 한다), 냉장고는 결혼 초 샀던 단문형 냉장고다(양문형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침대는 남편이 결혼 전 사용하던 침대에 싱글 침대를 하나 더 붙여, 아이와 셋이 자고 있다. 건조기와 식기세척기는 없다. 사지 않을 생각이다.

이 원칙이 잘 적용되지 않는 영역은 나의 옷이다. 옷에는 욕심이 있는 편이다. 멋진 옷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싸고 이상한 옷을 많이 산다). 그래서 계절마다 옷을 사게 되고 또 그만큼 버린다.

가능하면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품질 좋은 옷을 사서 오래 입어야겠다고 생각한다.

편리함을 조금 더 많이 포기한다면?

하나하나 따지고 들면 나는 편리함을 포기할 준비가 그다지 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진심으로, 기후 위기를 막고 싶은 것일까. 지금껏 누린 편리함을 그 대가로 내려놓을 수 있을 만큼? 웬만큼 절실하지 않고서는 편리함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고, 그러다가 결국 타의로 그 편리함을 박탈당하는 순간이 오고야 말 것이다. 코로나로 멈춰버린 2020년처럼.

호프 자런이 말한 저 항목들에 대해서, 개인의 자발적인 노력만으로 개선되길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노력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하나씩 생각해보고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개인이 많아져서 그것이 사회적 감수성을 형성하고,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너무 늦은 것 같지만.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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