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요즘 '네가 부럽다' '네 팔자가 부럽다'라는 말이 제일 불편하고 듣기 싫다. '내 인생을 네가 아니, 맘대로 생각하렴'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면 좋은데, 양희은 선생님 풍으로 '그러라 그래'하고 돌아서면 편할 텐데, 특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경우일수록 그 서운함을 오래 곱씹게 된다. 회사 때부터 좋아하고 존경해 온 선배가 한 명 있는데, 그 선배도 최근 내게 종종 그런 말을 한다.
내가 정말 남들이 부러워할 팔자일까? 그들이 말하는 부러움 포인트는 무엇인가?
1 아이가 하나라서 편하다?
: 부러워할 거면 당신들도 하나만 낳지 그랬니?(과격해서 죄송. 때론 과격한 것이 의견을 선명하게 만들어주므로 오늘만 다소 과격하겠다.) 나도 남편도, 아이 둘을 가지고 싶었지만 잦은 유산으로 잘 되지 않았고, 마지막 임신에서는 임신 중기에 아이를 보내야 했다.
아이가 하나라서 손이 편하다 싶을 때도 있지만 아쉬움이 훨씬 크다. 남편과 내가 늙어 세상을 떠난 후 형제도 없이 홀로 남을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가까이 지내는 친척도 없는데 아이를 외동으로 만들어서 미안할 뿐이다.
2 돈 걱정이 없다?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받은 부동산으로 내게 생각지도 못한 수입이 생겼다. 아버지에게 감사해야 할까? 나는 이 아버지를 가진 탓에, 암울하고 피폐한 유년기, 청년기를 보냈다. 내 유년기를 평범하게 되돌릴 수 있다면 이런 부동산 따위 전혀 받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제대로 된 사회성, 자존감을 발달시킬 수 없었으며, 20~30대를 심한 우울증과 외로움에 시달렸고, 지금은 불안장애와 함께 살고 있다.
또한 이런 가정환경의 결과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없게 된 동생의 삶을, 인생 후반에 챙겨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이래도 부러울까.
3 일을 안 해도 된다?
: 나는 일을 하고 싶다. 얼마나 많은 경단녀들이 자존감의 바닥을 치면서 일하고 싶어 하는지 아는가. 적어도 나의 경우엔 살림과 육아로는 도저히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이 있었다. 나는 일하는 내가 좋다.
여러 가지 시도와 방황을 거쳐 간신히 찾은 일을 현재 소소하게 취미처럼 하고 있다. '취미처럼'이라고 말하는 것은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풀잡(Full Job) 대비 훨씬 적기 때문이다.(그래야 육아와 병행 가능하다.) 취미처럼 한다고 말은 하지만, 세상에 남의 돈을 버는 데 쉽기만 한 일이 있을까. 지금 하는 일도 초기에는 새 회사로 이직한 것만큼 적응이 힘들고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지금도 정말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남의 인생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전부 알 수 있는가. 제발 함부로 남의 팔자에 대해 논하지 말자.
아무리 좋아 보이는 누군가의 삶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늘이 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짐을 지고 묵묵히 살아갈 뿐이다.
그러니 제발, 남의 인생을 이러쿵저러쿵 평가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