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우리 식구 모두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 공원에 있는 강아지 놀이터에 갔다. 우리 버들이가 친구들과 신나게 놀기를 기대하며 제일 예쁜 옷을 입히고 단장했다.
갔는데… 버들이는 몸집도 작고 겁도 많아서 잘 놀지 못했다.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신나게 뛰어다니지도 않았다. 땅에 내려놓으면 두리번거리며 우리를 찾는 것 같았고, 남편 옷 색깔과 비슷한 검은 옷의 남자만 보면 주인인 줄 아는지 쪼르르 달려갔다. 잠깐 땅 냄새도 맡고 노는 듯하다가도, 이내 바들바들 떨면서 남편과 나를 찾아 안아달라고 오는 것이었다.
다른 강아지들은 저렇게 건강하고 사회성도 좋은데… 우리 집 사람 가족 세 명(나와 남편, 아들)은 어쩐지 속이 상해서 씩씩하고 활발한 다른 강아지들을 부러움의 눈길로 쳐다보았다. 푸들, 몰티즈, 비숑, 시츄, 포메라니안, 레트리버….
우리 버들이도 저렇게 몸무게도 적당히 나가고 튼튼하면 얼마나 좋을까?(버들이는 1.2kg 초소형견이다.)
저렇게 웃는 얼굴을 하고 먼지 나게 활발히 뛰어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보는 마음이 얼마나 흐뭇할까?
다른 친구들 엉덩이 냄새도 맡고 같이 복싱하면서 뛰어놀면 얼마나 기쁠까?
우리 버들이는 왜 이렇게 작고 나약하고 겁만 많고 할 줄 아는 게 없을까?(평소에도 공을 던져도 물어오지 않고, 장난감도 갖고 놀지 않는다.) 처음부터 덩치도 있고 활발한 강아지를 들일 걸… 이제 와서 되돌릴 수도 없고 너무 속상하다 속상해.
마치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떨고 있는 병약한 아이를 바라보는 심정이었다.
“엄마, 우리도 좀 큰 강아지 한 마리 더 키우자. 응?”
“두 마리는 못 키워. 새 강아지가 버들이를 괴롭힐 수도 있고.”
버들이는 원래 내 친구가 키우던 강아지였다. 싱글인 친구가 직장에 간 사이,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 힘들어하던 버들이를 우리가 데려왔다. 처음에는 강아지를 잘 몰랐고 작고 예쁜 버들이가 마냥 좋았는데….
직접 키워보니 버들이는 강아지에 대한 우리의 로망을 채워주지 못했다.
잘못 만지면 부러질 듯 작고 약하고, 털도 다른 몰티즈에 비해 숱이 적고 가늘다. 털을 기르면 푸석하게 갈기갈기 헝클어져 미워진다. 알레르기는 기본이고 소화기관도 약하다. 처음에 멋모르고 삼겹살을 주었다가 혈변을 봐서 기함한 적이 있다.
주인이 와도 본체만체 반기지도 않고, 공도 장난감도 물어오지 않는다. 늘 어딘가에 누워 쉬거나 잠만 잘 뿐이다.(지금 6살인데 2살 때부터 계속 그렇다.) 그래서 남의 강아지를 부러워하고, 다른 귀여운 강아지 유튜브를 보며 침을 흘린다.(버들이 미안;;)
주인이 부족한 탓도 있을 것이다…. 초기에는 책도 보고 방송도 챙겨보며 노력해봤지만 버들이는 바뀌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을 아무리 던져도 거의 달려가지 않는(100번 던지면 한 번쯤 달려간다) 버들이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
아쉬움이 많지만, 이런 버들이를 만난 것도 우리의 인연이겠지. 똥꼬 발랄한 보통 강아지와는 다른, 작고 약해서 우리가 보호해주어야 할 강아지.
“우리 강아지 놀이터에는 이제 오지 말자. 버들이는 여기가 별로고 스트레스인가 봐. 버들이가 이런 성격이니까 어쩔 수 없지 뭐. 우리 버들이에 맞게 잘 키우자.”
“그럼 엄마, 나중에 버들이가 하늘나라 가면 그때는 다른 강아지를 키우자.”
“응 그래”
그런데 너 설마, 버들이 하늘나라 가기를 기다리는 건 아니겠지? 그런 일을 겪고 나면 너무 슬퍼서 다시 키울 생각은 아예 못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우리 강아지는 이런 강아지.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