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지기 전에 너는 어떤 형태였을까.
바닥에 나뒹구는 조각을 주워들고
온전한 덩어리를 이루고 있던 네 모습을 상상한다.
너는 그때 주발이었을까 화병이었을까.
아니면 하나의 오브제였을까.
처음엔 그것이 궁금했다.
아마도 너는 이런 나를 참을 수 없었겠지.
너는 나를 부수고 싶었을까.
아니면 나 역시 망가져 네 옆에 뒹굴기를 바랐을까.
세월이 이만큼 흘러도 나는 그것을 모르겠다.
우려와 달리 나는 깨어지지도 마모되지도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 발 떨어져
건너편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강 너머에는 네가 있고
내가 껴안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나는 건너편을 보는 것이 힘들고
가끔은 억울하기도 하다.
너를 궁금해 해서 벌을 받는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나는 고작 이런 사람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밥을 먹거나 꽃을 꽂거나
항아리를 어루만질 때
네가 담으려 했던 꿈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그게 삶일지 아름다움일지 모르겠다만
나는 지금도 그것을 궁금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