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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초고' 완성이 '완벽한 문장'보다 위대한 이유

1-4. ‘완벽주의’의 함정에서 탈출하기

by jaha Kim

『창작은 결정이다』

: '영감'을 '작품'으로 만드는 창작자의 의사결정 노트


1-4. ‘완벽주의’의 함정에서 탈출하기



1. 문제 제기: ‘완벽한 시작’이라는 신기루


백지 앞에서 얼어붙는 이유

우리 앞에는 새하얀 백지가 놓여있다. 커서는 끝없이 깜빡이며 다음 단어를 재촉하지만, 우리의 손은 차마 키보드 위로 올라가지 못한다. 머릿속에는 분명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을 꺼내는 첫 문장이 ‘완벽하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 결국 나의 첫 결과물이 ‘끔찍한 초고’가 될 것이라는 공포가 우리를 얼어붙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 문장을 썼다가 지우고, 다른 문장을 썼다가 또 지우기를 반복한다. 이 문장이 과연 내 아이디어의 위대함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까? 사람들은 이 첫 문장을 보고 나를 비웃지 않을까?


창작의 가면을 쓴 괴물, 완벽주의

이것이 바로 ‘완벽주의’라는, 창작의 가장 교활한 적이다. 완벽주의는 마치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열정처럼 보이지만, 그 본질은 실패에 대한 극단적인 두려움이다. 이 두려움은 ‘아직 준비가 덜 되었어’ 혹은 ‘더 좋은 아이디어가 필요해’라는 그럴듯한 핑계를 대며 우리를 시작조차 못 하게 만든다. 결국 완벽한 첫 문장을 찾아 헤매다 한 달을 보내고, 완벽한 작품을 꿈꾸다 아무것도 완성하지 못하는 것. 이것이 완벽주의라는 함정에 빠진 창작자가 겪는 가장 흔한 비극이다.




2. 관점 전환: ‘완벽함’이 아니라 ‘완성’이 목표다


[기존의 생각] 처음부터 완벽한 초고를 써야 한다.

우리는 완성된 작품의 아름다운 모습만을 본다. 그래서 우리 역시 처음부터 그와 같이 빛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환상에 빠진다. 어설프고 부끄러운, ‘끔찍한 초고’는 실패의 증거라고 믿으며, 단 한 번의 시도로 완벽에 도달하려 한다.


[관점 전환] ‘끔찍한 초고’를 쓸 권리를 스스로에게 허락하라 .

하지만 진정한 창작자는 안다. 세상에 완벽한 초고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오히려 ‘어설픈 초고라도 일단 끝내는 것’이 ‘완벽하게 만드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어설픈 초고라도 일단 ‘완성’이라는 마침표를 찍어야만, 우리는 비로소 작가가 아닌 편집자의 시선으로 내 작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개선할 기회를 얻게 된다. 완벽은 시작점이 아니라, 수십 번의 수정과 개선 끝에 간신히 도달하는 목적지일 뿐이다.


[사례] 모든 작가들의 구원자, 앤 라모트의 ‘쓰레기 초고’

작가 앤 라모트(Anne Lamott)는 그녀의 책 <쓰기, 그게 뭐라고(Bird by Bird)>에서 모든 작가 지망생에게 구원과도 같은 말을 건넨다. 바로 “끔찍한 초고(Shitty First Drafts)를 쓸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허락하라”는 것이다. 그녀는 헤밍웨이 같은 대문호조차 처음에는 쓰레기 같은 초고를 썼을 것이라고 말한다. 초고의 유일한 목표는 완벽함이 아니라, 그저 ‘이야기를 종이 위로 내려놓는 것’이다. 이 ‘쓰레기 초고’라는 개념은 수많은 창작자들을 완벽주의의 저주에서 해방시켰다. 일단 무엇이든 써야,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위대한 진리다.




3. 원칙의 구체화: ‘완성’을 위한 3가지 행동 원칙


완벽주의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완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지침은 다음과 같다.


첫째: ‘쓰레기 초고’를 의식적으로 허용하라

작업을 시작하기 전, 스스로에게 “지금부터 나는 쓰레기를 쓸 것이다”라고 선언하라. 이것은 실패를 허용하는 의식이다. 맞춤법, 문장의 아름다움, 논리적 흐름 따위는 모두 무시하고, 오직 머릿속의 생각을 날 것 그대로 쏟아내는 데만 집중해야 한다. 초고의 목표는 ‘좋은 글’이 아니라 ‘써진 글’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둘째: ‘15분 규칙’으로 멈추지 말고 써라

‘끔찍한 초고 한 편 완성하기’조차 때로는 너무 거대해서 우리를 압도한다. 이때 목표를 결과물(분량)이 아닌, 시간으로 바꿔야 한다. 바로 ‘15분 규칙’이다.


스마트폰 타이머를 15분으로 맞추고, 알람이 울릴 때까지 절대로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단 하나의 규칙은 ‘손가락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쓸 말이 없으면 “나는 지금 쓸 말이 없다”라고 계속 타이핑해도 좋다. 오타가 나도, 문장이 엉망이어도 절대 수정하지 않는다. 이 규칙의 목표는 좋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수정하고 판단하려는 완벽주의자의 뇌’를 멈추고 ‘일단 쏟아내는 창작자의 뇌’를 깨우는 데 있다. 이 짧은 15분의 성공이 완벽주의의 두려움을 몰아내고, 우리를 다음 15분으로 나아가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된다.


셋째: 당신만의 마감일을 설정하고 공개하라

완벽주의는 시간이 무한할 때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 스스로에게 ‘이번 주 금요일까지 초고 완성하기’와 같은 명확한 마감일을 부여하라. 그리고 그 사실을 친구나 SNS에 공개적으로 약속하는 것이다. 외부의 압력은 ‘더 잘하려는 욕심’을 누르고 ‘어떻게든 끝내려는 의지’를 발동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가 된다.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당신은 지금 완벽한 한 문장을 찾고 있는가, 아니면 일단 어설픈 한 단락이라도 끝내려 하고 있는가?




4. 챕터 요약: 핵심 원칙 되새기기


완벽은 과정의 끝에 있는 것이지, 시작의 조건이 아니다.


미국의 유명 방송인 아이라 글래스(Ira Glass)는 창작 초기, The Gap(간극)의 고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창작을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은 좋은 안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능력은 그 안목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 둘 사이의 간극(The Gap)이 있죠… 이 간극을 메우는 유일한 방법은 엄청난 양의 작업을 하는 것뿐입니다.”


결국 우리의 높은 안목(완벽)과 서툰 실력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유일한 길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수많은 ‘완성’을 쌓아나가는 것뿐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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