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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의 작품을 죽여야, 당신의 진짜 작품이 살아난다

1-5. 창작자가 가장 극복하기 힘든 5가지 애착 편향

by jaha Kim

『창작은 결정이다』

: '영감'을 '작품'으로 만드는 창작자의 의사결정 노트


1-5. 창작자가 가장 극복하기 힘든 5가지 애착 편향



문제 제기: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


피드백 앞에서 작아지는 나

몇 날 며칠을 고심해 쓴 글, 드디어 용기를 내어 동료에게 보여준다. 당신이 기대한 것은 칭찬과 찬사지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지적이다.

"이 부분은 좀 지루한데?", "주제가 명확하지 않은 것 같아."

그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상대방은 분명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우리는 마치 '나 자신'이 공격당한 것 같은 모욕감을 느낀다.


가장 달콤한 독, 자기애(自己愛)

이것은 모든 창작자가 겪는 '애착 편향'이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자신의 작품과 사랑에 빠진다. 내가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 고통의 순간들이 작품에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내 눈에는 모든 문장이 자식처럼 소중하고, 모든 장면이 특별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이 과도한 애착은 객관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는 가장 달콤한 독이다. 성장의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고, 더 나은 작품이 될 기회를 빼앗는 가장 큰 장애물인 것이다.




관점 전환: 당신의 작품은 ‘자식’이 아닌 ‘실험체’다


[기존의 생각]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위험한 착각

작품을 ‘자식’이라 부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내 안에서 태어났고, 나의 시간과 고통을 먹고 자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부모가 된다. 내 자식 같은 작품에 누군가 흠집을 내면 방어하고, 약점을 지적하면 어떻게든 변호하려 한다. 부모의 눈에는 자식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 하지만 바로 이 맹목적인 사랑이, 내 자식(작품)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막아서는 가장 큰 벽이 된다.


[관점 전환] 부모가 아닌, 냉정한 건축가의 눈을 가져라

성장하는 창작자는 이 위험한 애착에서 한 걸음 물러나, 부모가 아닌 냉정한 ‘건축가’의 역할을 선택한다. 작품을 '보호해야 할 자식'이 아니라, '견고하게 지어야 할 건물'로 바라보는 것이다. 건축가는 자신이 설계한 건물의 아름다움을 꿈꾸는 예술가이지만, 동시에 그 건물이 무너지지 않도록 단 하나의 구조적 결함도 용납하지 않는 엔지니어여야 한다. 그들은 자신의 설계도(초고)를 펼쳐놓고, 가장 약한 지점을 스스로 찾아내고, 외부 전문가(편집자, 동료)의 구조 진단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영감의 원천] 비판은 공격이 아닌, 최고의 ‘건축 구조진단서’다

이 관점의 전환은 놀라운 변화를 가져온다. 부모의 마음은 작품의 약점을 덮어주려 하지만, 건축가의 눈은 건물의 가장 약한 지점을 찾아내 보강하려 한다. 이제 피드백이나 비판은 더 이상 나를 향한 인신공격이 아니라, 내 건물을 더 안전하고 위대하게 만들어줄 최고의 ‘ 건축 구조진단서’가 된다. 실패는 개인적인 상처가 아니라, 더 나은 설계를 위한 필수 데이터가 되는 것이다. 당신은 당신의 건물이 아니다. 당신은 그 건물을 짓는 위대한 건축가다.




원칙의 구체화: 5가지 애착 편향과 그 해독제


작품과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편향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지 그 실체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다음은 창작자가 가장 극복하기 힘든 5가지 애착 편향과, 그것을 이겨낼 구체적인 행동 원칙(해독제)이다.


1. 노력 보상 편향 (Effort Justification)


✓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밤을 새워가며 단 한 문장을 완성했다. 그 과정은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이제 그 문장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고통의 증거'이자 '노력의 훈장'이 된다. 누군가 그 문장이 어색하다고 지적하면, "이 문장이 얼마나 힘들게 나왔는지 몰라서 그래"라며 반발심부터 느낀다. 작품의 객관적인 가치가 아니라, 거기에 들어간 나의 노력을 기준으로 작품을 판단하고, 그 노력을 보상받고 싶어 하는 마음. 이것이 노력 보상 편향의 본질이다.


✓ 해독제: 의도적으로 숙성시켜라

초고를 완성했다면 즉시 평가하지 말고, 최소 일주일은 서랍에 넣어 완전히 잊어버려야 한다. 시간이라는 냉각기는 작품에 쏟았던 뜨거운 감정과 노력의 기억을 식혀준다. 일주일 뒤에 다시 꺼내 읽는 글은, 마치 남이 쓴 글처럼 낯설고 객관적으로 보일 것이다.



2. 매몰 비용 편향 (Sunk Cost Fallacy)


✓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소설의 초반 30페이지를 쓰는 데 한 달이 걸렸다. 그런데 쓰다 보니 이야기의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당신은 생각한다. "이미 한 달이나 썼는데... 이걸 버리고 새로 시작할 수는 없어." 결국 잘못된 길인 줄 알면서도, 이미 투자한 시간과 에너지가 아까워서 그 길을 계속 걸어간다. 결국 이야기는 산으로 가고, 작품은 완성되지 못한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 아까워 남은 물까지 모두 쏟아버리는 격이다.


✓ 해독제: ‘삭제’ 하지 말고 ‘보관’하라

과감히 삭제하는 대신, '언젠가 쓸 부록' 혹은 'B사이드'라는 이름의 별도 파일에 잘라낸 부분을 옮겨두는 것이다. '삭제'가 아닌 '보관'이라고 생각하면 심리적 저항감이 훨씬 줄어들어, 더 냉정하고 과감한 편집을 할 수 있다.



3. 주인 의식 편향 (Endowment Effect)


✓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똑같은 아이디어라도 남이 말했을 때는 시큰둥했지만, 막상 내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게 느껴진다. 내 글이기 때문에, 내 작품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가치 이상의 후한 점수를 매긴다. 다른 사람의 글에서는 쉽게 발견하던 비문이나 논리적 오류도, 내 글에서는 보이지 않거나 사소한 문제로 치부해 버린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는 속담처럼, ‘나의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객관적인 판단력이 마비되는 것이다.


✓ 해독제: 역할을 바꿔서 읽어라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의 가면을 쓰고 당신의 작품을 읽어봐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까칠한 비평가라면?’, ‘내 분야를 전혀 모르는 어린아이라면?’, ‘나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라면?’ 이들은 내 글을 어떻게 읽고, 어떤 질문을 던질까? 이 역할 놀이는 당신의 작품이 가진 치명적인 약점을 스스로 발견하게 만든다.



4. 확증 편향 (Confirmation Bias)


✓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당신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감성적이고 깊이가 있다’고 믿고 있다. 여러 사람에게 피드백을 요청했을 때, “감성적이네요”라는 칭찬은 마음 깊이 새기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라는 비판은 ‘그 사람이 내 작품을 이해할 깊이가 안 돼서 그래’라며 무시해 버린다. 이처럼 자신의 원래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해 주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반하는 정보는 외면하는 것이 확증 편향이다.


✓ 해독제: 비판 노트를 따로 만들어라

피드백을 받을 때, 칭찬은 가볍게 흘려듣고 오직 부정적인 지적만을 따로 기록하는 ‘비판 노트’를 만들어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 비판이 타당한지 아닌지가 아니라, ‘왜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 이유를 파고드는 것이다. 이 과정은 당신이 외면하고 싶었던 약점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5. 단순 노출 편향 (Mere-Exposure Effect)


✓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퇴고를 위해 쓴 문장을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해서 읽는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졌던 문장이었지만, 계속 보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지고 심지어 정이 들어버린다. 이제 그 문장은 너무나 친숙해서, 마치 원래부터 완벽했던 문장처럼 느껴진다. 객관적인 좋고 나쁨이 아니라, 단지 ‘자주 봤다’는 이유만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이다.


✓ 해독제: 포맷을 바꿔서 읽어라

익숙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낯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컴퓨터 화면으로만 보던 글을 종이로 출력해서 읽거나, 다른 글씨체와 글자 크기로 바꿔서 읽어보는 것이다. 심지어 소리 내어 직접 읽거나, TTS(Text-to-Speech) 기능을 이용해 기계가 읽어주는 것을 들어보는 것도 좋다. 포맷의 변화는 익숙함에 가려져 있던 어색한 문장과 논리적 오류를 드러내 준다.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당신은 지금 당신의 작품을 '변호'하고 있는가, 아니면 '분석'하고 있는가?




4. 챕터 요약: 핵심 원칙 되새기기


기억하라, 당신은 당신의 작품이 아니다.
위대한 창작물은 언제나 작가와 작품 사이의 건강한 거리에서 태어난다.


수많은 작가들이 인용한 유명한 창작 격언이 있다. 네 자식(처럼 아끼는 문장)을 죽여라(Kill your darlings)” 이 말은 당신이 어떤 문장을 썼을 때, 그 문장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감탄하게 된다면, 바로 그 문장을 삭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문장은 아마도 작품 전체의 흐름을 방해하는, 작가의 자기만족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때로는 내 자식처럼 아끼는 부분을 도려낼 수 있는 냉정함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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