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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 속 잠자는 아이디어를 깨우는 세 가지 질문

2-1. [소재 발굴] 무엇에 대해 쓸 것인가?

by jaha Kim

<창작은 결정이다>

Part 2: 당신의 창작을 위한 의사결정 노트


2-1. [소재 발굴] 무엇에 대해 쓸 것인가?



[딜레마] 무엇에 대해 쓸지 선택의 갈림길에 선 당신에게


나만 사랑한 이야기의 비극

여기,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창작자가 있다. 그는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주제에 대해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쳐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든다. 그의 눈에는 모든 문장이 보석 같고, 모든 장면이 특별하다. 마침내 떨리는 마음으로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이다. 조회수는 바닥을 기고, ‘좋아요’는 친구 몇 명이 전부다. 이 고통스러운 실패는 그에게 질문을 남긴다. “내가 사랑하는 이 이야기는, 나만 사랑하는 것이었나?” 텅 빈 방에서 홀로 외치는 듯한 이 깊은 허탈감, 이것이 ‘나만 좋아하는 선택’이 부르는 첫 번째 비극이다.


세상만 따라가는 선택의 공허함

여기, 영리하게 트렌드를 좇는 창작자가 있다. 그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알고리즘이 좋아할 만한 키워드로 제목을 짓고, 유행하는 형식으로 콘텐츠를 만든다. 그의 작품은 제법 인기를 끈다. 하지만 밤이 되면 공허함이 밀려온다. 이 이야기는 진정한 ‘나’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가면을 쓰고 춤을 추는 광대처럼, 사람들의 박수를 받지만 정작 자신은 텅 비어 간다. 결국 열정은 모두 소진되고, 창작은 더 이상 즐거움이 아닌 고역이 된다. 이것이 ‘세상만 따라가는 선택’이 부르는 두 번째 비극이다.


재능이 아닌 기준의 문제

저 역시 이 두 가지 비극 사이를 수없이 오갔다. 그리고 깨달은 것은, 이 실패가 결코 재능이나 노력의 탓이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것은 출발점에서부터, 즉 당신의 열정을 지켜주면서도 세상과 연결될 수 있는 단단한 ‘결정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문제 재정의] 실패는 소재가 아닌 ‘균형’의 문제다


실패의 본질: '소재'가 아닌 '균형'

우리는 종종 실패의 원인을 잘못된 '소재' 탓으로 돌리곤 한다. '이 소재는 너무 어려웠어' 또는 '저 소재가 유행이었는데'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앞서 본 두 가지 비극의 핵심은 소재 자체가 아니라 ‘균형의 부재’에 있다. ‘나’에게만 치우치면 세상과 멀어지고, ‘세상’에만 치우치면 나를 잃어버린다. 따라서 우리가 풀어야 할 진짜 문제는 ‘어떤 특별한 소재를 찾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나와 세상 사이의 균형을 맞출 것인가’이다.


우리를 함정으로 이끄는 불완전한 나침반

돌이켜보면, 수많은 창작자들이 저를 포함하여 알게 모르게 의지하는 세 가지 불완전한 나침반이 있다. 바로 ‘진정성’, ‘시장성(독자의 관심사)’, 그리고 ‘전문성’이다. 이들은 각각 강력한 힘을 가졌지만, 홀로 존재할 때는 우리를 함정으로 이끈다.




[결정 기준] 당신만의 나침반을 세울 시간


세 개의 나침반을 결합한 완전한 지도

꺼지지 않는 창작의 불을 지피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불완전한 나침반을 결합하여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완전한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기준 1: 진정성, 꺼지지 않는 연료

첫째, 당신의 ‘진정성’은 꺼지지 않는 불씨, 즉 핵심 연료이다. 진정성은 당신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믿는 것이다. 이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시간 속에서 당신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거의 유일한 동력이다. 하지만 진정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나의 진심은 통할 거야’라는 낭만적인 믿음에만 기댄다면, 세상의 관심과 멀어져 ‘텅 빈 방에서 홀로 외치는’ 고립을 마주하게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의 시작은 진정성이다.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면,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지쳐 ‘가면을 쓴 광대’가 되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기준 2: 독자의 관심사, 불길을 키우는 산소

둘째, ‘독자의 관심사’는 불길을 키우는 산소이다. 독자의 관심사는 당신의 이야기가 가닿을 세상의 필요와 욕망이다. 당신 안에서 타오르는 작은 불씨가 세상을 밝히는 거대한 불길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산소와 같다. 하지만 독자의 관심사만 좇는 것은 위험하다. 트렌드라는 파도에만 올라타려 하면, 결국 방향을 잃고 ‘나’의 이야기가 사라진 공허한 창작만 남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과의 연결은 필수적이다. 독자의 관심사라는 산소가 없다면, 당신의 이야기는 아무리 진실되더라도 당신만의 일기장으로 남게 될 것이다.


기준 3: 나만의 전문성, 오래 타오를 장작

셋째, ‘나만의 전문성’은 오래도록 타오를 장작이다. 나만의 전문성은 당신의 고유한 경험, 깊이 있는 지식, 남다른 시선이다. 당신의 이야기를 그저 그런 ‘의견’이 아닌, 귀 기울일 만한 ‘통찰’로 만드는 단단한 장작이다. 하지만 전문성은 때로 ‘지식의 저주’가 될 수 있다. 나에게는 당연한 것들이 독자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어, 존경받을 수는 있지만 공감받지 못하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하게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성은 당신의 이야기를 위대하게 만든다. 깊이가 없는 이야기는 쉽게 소비되고 잊히지만, 단단한 전문성을 갖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도 빛을 잃지 않는다.




[적용과 사례] 소재 선정 공식: 세 개의 원이 만나는 교집합을 찾아라


소재 발굴의 공식: 세 원의 교집합

최고의 소재는 이 세 가지 원—진정성, 관심사, 전문성—의 교집합에서 탄생한다.


균형 잡힌 소재가 오래 지속된다

어느 한 원만 충족된 소재는 쉽게 꺼지거나, 외면받거나, 깊이가 없어 휘청이게 된다. 그러나 세 가지가 겹치는 그 지점의 소재는 시간이 지나도 지치지 않고, 사람들에게도 사랑받을 가능성이 높다. 당신이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이야기, 동시에 세상도 기다리는 이야기—그것이 바로 우리가 찾아야 할 소재의 교집합이다.


적용 1: 3년 만에 폐업한 카페 사장의 ‘실패 일지’


1. 내가 선택한 브런치 매거진명은 무엇인가?

- "자기계발: 서툰 사장의 마지막 영업일지"


2. 이 소재가 두 가지 비극을 어떻게 피하게 해주는가?

- 진정성 (광대의 비극 방지): 화려한 성공담이 아닌, 3년간의 처절했던 나의 실패 기록이다. 창업을 꿈꿨던 순간의 설렘부터 폐업을 결심한 날의 눈물까지, 내 감정과 경험이 100% 담겨있다.


- 관심사 (외침의 비극 방지): 브런치에는 창업과 퇴사를 꿈꾸는 직장인 독자들이 많다. 막연한 성공 신화보다, 현실적인 실패담에서 더 큰 위로와 실질적인 조언을 얻고 싶어 한다.


- 전문성 (깊이와 신뢰도 추가): ‘성공하는 법’은 몰라도 ‘나는 왜 실패했는가’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깊이 있는 전문가다. 상권 분석 실패, 잘못된 메뉴 선정 등 나의 뼈아픈 경험 자체가 다른 예비 창업자에게는 돈 주고도 못 살 귀한 정보다.



적용 2: 극 내향인(I)의 '혼자 떠나는 시끄러운 도시 여행법'


1. 내가 선택한 소재는 무엇인가?

"에세이: 극도의 내향인을 위한 뉴욕, 도쿄 등 대도시에서 살아남기 가이드"


2. 이 소재가 두 가지 비극을 어떻게 피하게 해주는가?

- 진정성 (광대의 비극 방지): 나는 시끄러운 장소를 싫어하지만 여행은 하고 싶은, 모순된 욕망을 가진 극 내향인이다. 이 콘텐츠는 나의 실제 생존기이자 고군분투의 기록이다.


- 관심사 (외침의 비극 방지): MBTI가 보여주듯 수많은 내향인들이 존재하며, 이들은 여행 정보의 홍수 속에서 '조용히 쉴 곳', '혼자 가기 좋은 곳'을 절실히 찾고 있다.


- 전문성 (깊이와 신뢰도 추가): 화려한 관광지를 소개하는 대신, '대도시에서 에너지를 방전시키지 않는 노하우', '사람 없는 숨겨진 장소'를 알려주는 것은 오직 같은 고통을 겪어본 나만이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조언이다.



적용 3: 동네 고양이 탐정의 사건 일지


1. 내가 선택한 소재는 무엇인가?

"브런치 소설: Cat Person이 보는 우리 동네 길고양이들의 미스터리한 사건 관찰기"


2. 이 소재가 두 가지 비극을 어떻게 피하게 해주는가?

- 진정성 (광대의 비극 방지): 나는 매일 동네 고양이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삶을 상상하는 것을 진심으로 즐긴다. 이 일은 나에게 놀이이자 행복이다.


- 관심사 (외침의 비-극 방지): 반려동물, 특히 고양이에 대한 콘텐츠는 언제나 강력한 수요가 있다. 사람들은 동물의 이야기에 쉽게 감정적으로 연결된다.


- 전문성 (깊이와 신뢰도 추가): 매일 같은 고양이들을 관찰하며 쌓인 데이터(어떤 고양이가 누구와 친하고, 어디를 좋아하는지 등)는 다른 사람은 가질 수 없는 나만의 독점적인 전문성이 된다. 여기에 탐정 추리라는 형식을 더해 재미를 극대화한다.


교집합이 만드는 흥미로운 이야기

이렇게 사례로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롭지 않은가?



사례: 곤도 마리에는 어떻게 세계를 사로잡았나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는 메시지는 이 세 가지 기준의 완벽한 교집합을 보여준다.

✓ 진정성: 그녀는 어릴 적부터 정리 정돈에 대한 열정과 철학이 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녀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믿는 이야기였다.

✓ 전문성: 그녀는 수년간의 컨설팅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곤마리 정리법’이라는 체계적인 노하우를 쌓았다.

✓ 관심사: 그녀의 이야기는 ‘미니멀리즘’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복잡한 삶에 지친 현대인들의 보편적인 욕구를 정확히 관통했다. 이 세 가지가 겹치는 지점에서, 그녀의 이야기는 단순한 노하우를 넘어 전 세계를 움직이는 철학이 될 수 있었다




[챕터 요약] 핵심 원칙 되새기기


가장 위대한 이야기는 가장 개인적인 것에서 출발하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가장 개인적인 것에서 모두의 이야기로

결국 우리가 찾아야 할 단 하나의 소재는 ‘나’와 ‘세상’ 사이의 완벽한 균형점 위에 존재한다. 나의 진정성과 전문성이라는 단단한 땅 위에 발을 딛고, 독자의 관심사라는 창문 너머의 세상을 향해 손을 뻗는 것. 이 세 가지 기준의 교집합을 찾는 여정은, 단순히 ‘될 만한 아이템’을 찾는 기술을 넘어, 창작자로서 나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연결의 창의성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이러한 연결의 창의성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창의성은 그저 여러 가지를 연결하는 것뿐입니다. 창의적인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런 일을 해냈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약간의 죄책감을 느낄 겁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실제로 한 일이 없기 때문이죠. 그저 무언가를 보았을 뿐입니다. 그것이 시간이 지나자 명확해 보였을 뿐입니다.”


당신 안에 이미 존재하는 진정성과 전문성을, 세상이 필요로 하는 관심사와 연결하는 것. 그것이 모든 위대한 창작의 시작점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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