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독창적 관점] 어떻게 다르게 보여줄 것인가?
여기, 번아웃에 대해 글을 쓰기로 결심한 창작자가 있다. 그는 번아웃의 정의, 원인, 증상, 그리고 극복 방법에 대해 열심히 자료를 조사하여 완벽하게 정리한다. 그의 글은 논리적이고 유용하며, 정보의 측면에서는 흠잡을 데가 없다. 하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이미 수백 번 들어본 교과서 같은 이야기에 아무도 마음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실패는 그에게 질문을 남긴다. “이렇게나 유용한 이야기를, 왜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걸까?”
여기, 또 다른 창작자가 있다. 그는 남들과 다른 이야기를 하겠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지극히 개인적이고 난해한 상징으로 가득 찬 글을 쓴다. 그의 글은 분명 독창적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아무도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독자들은 불친절한 그의 세계에 들어오기를 포기하고, 그는 자신만의 성에 고립된다. 이 실패는 그에게 또 다른 질문을 남긴다. “이렇게나 독창적인 이야기를, 왜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관점의 중요성을 아는 것과, 나만의 독창적인 관점을 적용하는 기술을 아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 두 가지 실패는 바로 그 지점에서 비롯된다. 흔한 소재를 그저 나열만 하거나(교과서), 세상과 연결되지 못한 채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는(고립) 것. 이는 기술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흔한 소재를 당신만의 이야기로 바꿀 명확한 '관점 설정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창작 실패의 원인을 ‘소재가 너무 흔해서’ 혹은 ‘너무 독창적이어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소재가 아니라 ‘균형의 부재’에 있다. 세상의 ‘정보’에만 기울면 교과서가 되고, ‘개인적 세계’에만 몰두하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일기장이 된다. 따라서 우리가 풀어야 할 진짜 문제는 ‘어떤 새로운 소재를 찾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나의 세계와 세상의 언어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관점을 찾을 것인가’이다.
수많은 창작자들이 나만의 관점을 만들기 위해 의지하는 세 가지 기준이 있다. 바로 ‘나의 고유한 경험’, ‘당연함 비틀기’, 그리고 ‘전달할 핵심 메시지’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이 세 가지를 각각 ‘불완전한 나침반’처럼 따로 사용하려는 실수를 저지른다. ‘경험’이라는 나침반만 보거나, ‘메시지’라는 나침반만 좇는다. 하지만 각기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을 들고는 목적지에 닿을 수 없다. 이들은 따로 쓰이는 나침반이 아니라, 단 하나의 ‘독창적 관점’이라는 지점을 찾아내기 위한 ‘삼각측량의 세 좌표’로 함께 쓰여야 한다. 이 세 좌표가 홀로 존재하거나 균형을 잃을 때, 우리는 앞서 본 두 가지 비극의 함정으로 이끌린다.
평범한 소재(돌멩이)를 모두를 매혹할 보석으로 다듬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기준(숫돌)으로 아이디어를 갈고닦아야 한다.
첫째, ‘나의 고유한 경험’은 이야기에 지문을 남기는 숫돌이다. 이야기에 ‘진정성’과 ‘차별성’을 부여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세상에 똑같은 인생은 없기에, 당신의 고유한 경험이 녹아든 이야기는 그 자체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것이 된다.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둘째, ‘당연함 비틀기’는 세상을 뒤집어 보는 숫돌이다. 이야기에 ‘파격’과 ‘깊이’를 더하는 기술이다. 모두가 ‘그렇다’고 믿는 것을 ‘정말 그럴까?’라고 비틀고 어울리지 않는 것을 조합해 보는 순간, 남들이 보지 못했던 새로운 길이 열린다. 이 기준이 당신의 이야기를 평범한 의견이 아닌, 날카로운 통찰로 만든다.
셋째, ‘전달할 핵심 메시지’는 길을 잃지 않게 하는 방향키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궁극적으로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 명확한 목적지가 없다면, 당신의 이야기는 아무리 화려해도 방향을 잃고 산으로 가게 된다. 핵심 메시지는 당신의 모든 문장과 에피소드를 한 방향으로 정렬시키는 강력한 북극성이다.
이 독창적 관점을 만드는 세 가지 기준('고유한 경험', '당연함 비틀기', 그리고 '핵심 메시지')은 따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돌아갈 때 가장 강력한 시너지를 낸다. 이제 각 기준을 실제로 어떻게 내 아이디어에 적용하고, 평범한 소재를 보석으로 깎아낼 수 있는지 구체적인 기술들을 익혀보자.
‘고유한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그런 보석 같은 경험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핵심은 특별한 경험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흩어져 있는 경험의 파편들을 의식적으로 수집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당신만의 ‘경험 보석함’을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보석함 준비하기: 노트나 디지털 문서 하나를 ‘나의 경험 보석함’이라고 이름 붙여라. 이곳은 당신의 모든 기억과 감정을 판단 없이 담아두는 안전한 공간이다.
2. 기억 채굴하기: 다음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떠오르는 모든 기억의 파편들을 짧게 기록해 보자. 절대 멋지게 쓰려하지 마라. 단어, 문장, 이미지 무엇이든 좋다.
· 내 인생 최초의 기억은 무엇인가?
· 가장 강렬했던 기쁨, 슬픔, 분노, 두려움의 순간은 언제였는가?
· 나만 아는 비밀이나, 떠올리기 싫은 실패의 경험은 무엇인가?
·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나 책, 영화가 있는가?
· 남들은 이해 못 하지만 나에게는 중요한 사소한 습관이나 집착은 무엇인가?
3. 소재와 연결하기: 이제 당신이 다루고 싶은 소재(예: 사랑)가 생겼을 때, 이 보석함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소재와 관련된 당신만의 보석(예: ‘첫사랑의 어색했던 순간’, ‘10년간의 장거리 연애 경험’)을 꺼내 이야기의 심장으로 삼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 되는 순간이다.
남들과 다른 관점은 세상을 낯설게, 때로는 거꾸로 뒤집어 볼 때 탄생한다. 모두가 ‘그렇다’고 믿는 명제에 ‘정말 그럴까?’라 되묻고,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조합하는 순간 남들이 보지 못했던 새로운 길이 열린다.
1. 반대로 말하기: 세상의 격언이나 통념을 정반대로 뒤집어보고, 그것이 왜 말이 되는지 억지로 증명해 보라. 이 낯선 명제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당신은 남들이 보지 못했던 새로운 논리와 통찰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통념)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 (뒤집기) 노력은 어떻게 우리를 배신하는가?
· (통념) 사랑은 뜨거워야 한다 → (뒤집기) 식어버린 사랑이 더 위대한 이유
2. 주어와 서술어 뒤섞어 조합하기: 서로 어울리지 않는 주어와 서술어를 무작위로 결합하여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보라.
· (주 어) 사랑은 / 성공은 / 돈은 / 실패는
· (서술어) 계산한다 / 도망친다 / 속삭인다 / 복수한다
→ (결합) “사랑은 계산한다”, “성공은 도망친다” 이처럼 모순적인 문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강력한 문학적 관점이 되며, ‘성공했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도망치는 삶’에 대한 전혀 다른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든다.
좋은 관점은 단순히 낯선 시각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의 마음에 단 하나의 명확한 메시지를 남긴다. 당신의 경험과 질문을 ‘한 문장의 북극성’으로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소재 정하기: 내가 다룰 이야기는 무엇인가? (예: 회사 생활의 ‘번아웃’)
2. 관점(경험+질문) 더하기: 이 소재에 대한 나만의 경험과 질문은 무엇인가? (예: 번아웃의 진짜 원인은 과로가 아니라 ‘의미 없는 업무의 반복’이다.)
3. ‘그래서 무엇을?’ 질문하기: 그래서 이 관점을 통해 독자에게 궁극적으로 무엇을 주고 싶은가? (예: 독자가 자신의 일에서 작은 의미라도 스스로 찾도록 돕고 싶다.)
4. 한 문장으로 압축하기: 위의 내용을 모두 합쳐, 당신의 글이 나아갈 단 하나의 방향키를 만든다.
(북극성) “이 글은 번아웃의 진짜 원인이 ‘의미 없음’에 있음을 보여주고, 독자가 자신의 일에서 작은 의미를 재발견하도록 돕는다.”
이제 당신의 모든 문장과 에피소드는 이 북극성을 향해 정렬된다. 이야기는 더 이상 길을 잃지 않고, 독자의 마음에 정확하게 가 닿게 될 것이다.
영화 <기생충>은 '계급 갈등과 가난'이라는 가장 흔한 소재를 세 가지 기준을 통해 누구도 본 적 없는 날카로운 보석으로 깎아냈다.
1. 고유한 경험/관점: 가난을 ‘냄새’로 구체화하다
봉준호 감독은 가난을 찢어진 옷이나 허름한 집 같은 시각적 상징 대신, 몸에 배어 결코 사라지지 않는 ‘냄새’라는 후각적 경험으로 표현했다. 이 ‘냄새’는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계급의 낙인으로 작용하며, 흔한 소재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적인 지문을 남겼다.
2. 당연함에 대한 질문: 선악의 이분법을 뒤집다
<기생충>은 '가난한 자는 선하고 부자는 악하다'는 통념에 "정말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 속 부자 가족은 악의 없이 무지하고, 가난한 가족은 살아남기 위해 다른 약자를 공격한다. 이처럼 선악의 경계를 무너뜨림으로써, 영화는 모든 인물이 상황의 논리에 갇힌 복잡한 존재임을 보여주며 이야기의 깊이를 더했다.
3. 핵심 메시지: 모든 비극은 ‘구조의 문제’ 임을 보여주다
‘냄새’라는 독창적 관점과 선악을 뒤집는 질문을 통해, 영화는 궁극적인 메시지에 도달한다. 이 모든 비극은 개인의 선악이 아닌, 노력만으로 벗어날 수 없는 사회 구조의 문제라는 것이다. 영화는 쉬운 해답 대신 이 냉혹한 구조를 직시하게 만들어, 관객에게 훨씬 강력하고 불편한 질문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세상에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오직 당신의 관점으로 빚어낸 새로워진 이야기만 있을 뿐이다.
독창성은 '무엇을'이 아닌 '어떻게'의 영역
결국 독창성은 ‘무엇을’ 찾느냐가 아니라, 익숙한 것들을 당신의 세계로 가져와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능력이다. 당신의 경험으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지문을 남기고, ‘당연함 비틀기’로 이야기의 날을 세우고, 선명한 메시지로 나아갈 방향을 잡을 때, 당신의 이야기는 비로소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것이 된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이러한 관점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진정한 탐험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당신의 시선이 곧 이야기가 되는 순간
결국 우리 창작자들이 해야 할 일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신대륙을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미 딛고 서 있는 이 익숙한 풍경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당신의 시선이 닿는 모든 곳에 이미 이야기는 존재한다. 그것을 어떻게 발견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세상에 어떤 목소리로 들려줄 것인지 결정하는 순간, 당신의 시선은 곧 당신의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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