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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화살이 되어 겨누는 단 하나의 과녁, 타겟 독자

2-3. [타겟 독자 설정] 단 한 사람을 위해 쓴다는 것

by jaha Kim

<창작은 결정이다>

Part 2: 당신의 창작을 위한 의사결정 노트


2-3. [타겟 독자 설정] 단 한 사람을 위해 쓴다는 것



[딜레마] 모두를 위한 이야기, 아무도 읽지 않는 이야기


첫 번째 비극: 광장의 연설

여기, '행복'에 대해 글을 쓰기로 한 창작자가 있다. 그는 20대부터 60대까지, '모두'에게 유용한 글을 쓰고 싶다. 그래서 그는 특정 세대나 상황에 치우치지 않는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조언을 모은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라" 등. 그의 글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옳은' 이야기다. 하지만 이 글은 누구의 마음도 사로잡지 못한다. 독자들은 '나에게 하는 이야기'가 아닌, 광장에서 울려 퍼지는 공허한 외침으로 받아들인다.

두 번째 비극: 잠겨있는 일기장

여기, 또 다른 창작자가 있다. 그는 오직 자신만의 고통과 경험에 몰두한다. 그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글을 쓴다.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진실하다. 하지만 그는 이 글을 읽어줄 독자를 상상하지 않는다. 그저 쏟아낼 뿐이다. 그 결과, 이 글은 타인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잠겨있는 일기장'이 된다. 독자는 이 글 앞에서 무엇을 느껴야 할지 알지 못한 채, 그저 관음 한 것 같은 것 같은 불편함을 안고 떠나간다.


초점이 아닌 ‘대화 상대’의 부재

우리는 종종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욕심(광장)과 '나'의 이야기에만 매몰되는 함정(일기장)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 이 두 가지 실패는 내 이야기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할 명확한 '대화 상대', 즉 명확한 타겟 독자가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다.




[문제 재정의] 실패는 '대화 상대'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글쓰기의 본질: 보이지 않는 독자와의 대화

책을 쓴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비대면, 비동시적 대화'이다. 청자가 누구인지 알고 대면하지는 않지만, 글의 본질은 보이지 않는 독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다. 이 '대화'의 관점에서 볼 때, 앞선 두 가지 비극이 실패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광장의 연설'이 실패하는 이유

'광장의 연설'은 '대화'가 아니라 '연설'이기 때문에 실패한다. '모두'라는 불특정 다수의 허상을 '대화 상대'로 삼는 순간, 우리의 언어는 초점을 잃고 공허한 외침이 된다. ‘모두’를 위한 글은 결국 ‘아무’를 위한 글도 아니다. 이는 '모두'는 나의 대화 파트너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잠겨있는 일기장'이 실패하는 이유

반대로 '잠겨있는 일기장'은 '대화'가 아닌 '독백'이다. 그것은 커뮤니케이션을 포기하고 자신에게만 몰두하는 행위이며, 타인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폐쇄적인 글이다. 독자는 대화에 초대받지 못했기에 그 글 앞에서 불편함을 느낄 뿐이다.


타겟 독자 설정의 진정한 의미: 가상의 대화 상대를 세우는 일

따라서 타겟 독자를 설정한다는 것은 내 글에서 누군가를 배제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이 '비동시적 대화'를 성공시키기 위해, 내 앞에 앉아있을 '가상의 대화 파트너(페르소나)'를 명확히 정의하는 행위이다. 그 한 사람의 마음을 완벽하게 관통할 수 있다면, 그와 비슷한 고통과 욕망을 가진 다른 수많은 '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기 시작한다.




[결정 기준] 과녁의 중심점을 그리는 세 개의 좌표: 코호트, 니즈, 그리고 가치


그렇다면 그 '가상의 대화 파트너'는 어떻게 찾아내야 할까? 불특정 다수(모두)가 아닌, 내 이야기에 가장 격렬하게 반응할 단 하나의 과녁을 그리기 위해, 나는 다음 세 가지 좌표를 기준으로 삼는다.


기준 1. 독자의 코호트(Cohort): 그들은 누구인가?

첫째, 독자의 인구통계학적 정보(나이, 성별)를 넘어, 그들이 처한 '상황'과 '경험'을 공유하는 '코호트(특정 집단)'를 정의해야 한다. '20대 여성'이 아니라, '첫 이직을 준비하며 매일 밤 채용 공고를 뒤지는 3년 차 직장인'처럼 구체적인 집단을 정의할 때, 우리가 사용해야 할 언어와 예시가 비로소 명확해진다.


기준 2. 그들의 Needs와 Wants: 그들은 무엇을 고통스러워하고 원하는가?

둘째, 그 코호트가 가진 '니즈(Needs)'와 '원츠(Wants)'를 구분해야 한다. '니즈'는 그들이 피하고 싶은 근원적인 고통(결핍)이고, '원츠'는 그들이 얻고 싶어 하는 표면적인 욕망이다. '이직하고 싶다'(Want)는 욕망의 이면에는, '현재 직장에서 낙오자가 될까 봐 두렵다'(Need)는 결핍이 숨어있다. 훌륭한 글은 종종 표면적인 '원츠'가 아닌, 근원적인 '니즈'를 건드린다.


기준 3. 이야기의 가치(Value): 내 이야기는 그들에게 무엇을 주는가?

셋째, 나의 이야기가 그들의 근원적인 '니즈(결핍)'를 채워줄 수 있는 '고유한 가치'가 무엇인지 정의해야 한다. '이직 성공담'(Want 충족)을 들려줄 것인가? 아니면 '이직에 실패했지만 나만의 길을 찾은 경험'(Need 충족)을 공유할 것인가? 내 이야기가 그들에게 '실질적 팁'을 주는지, '깊은 위로'를 주는지 명확히 결정해야 한다.




[적용과 사례] 이 브런치북의 명확한 독자, '당신'


이 챕터의 증명: 이 책은 어떻게 '당신'을 겨누었나

이 챕터의 중요성을 증명하기 위해,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이 책, <창작은 결정이다>가 설정한 과녁의 과정을 공유하는 것보다 더 정확한 사례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이 만약 '모두를 위한 자기 계발서'를 목표로 했다면, "열정을 따르라"는 식의 공허한 메시지만 가득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명확한 과녁을 설정했다.

소재: 영감을 지속 가능한 결과로 바꾸는 '창작자의 의사결정법'

페르소나 (대표 독자): "최 작가" (30대 초반, 직장인 겸 예비 작가)


1. 코호트 (Cohort): 그들은 누구인가?

브런치나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쓰며 '작가'라는 정체성을 갖고 싶어 한다. 출판사 투고를 망설이거나, '나만의 콘텐츠'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예비 창작자' 집단이다.


2. 니즈(Needs)와 원츠(Wants): 그들은 무엇을 고통스러워하고 원하는가?

이들은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다'거나 '작가로 불리고 싶다'는 선명한 욕망(Wants)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욕망의 이면에는 더 깊고 근원적인 결핍(Needs)이 자리한다. '이거 대박이다!' 싶은 영감은 떠오르지만, 그것을 끝까지 완성해내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내 글에는 나만의 목소리가 없는 것 같다'라고 고민하며, 이 모든 과정 속에서 '나는 재능이 없는 걸까'라며 남몰래 자책한다.


3. 제공 가치 (Value): 이 책은 그들의 결핍에 어떻게 답하는가?

이 책은 '재능'이나 '영감'이라는 신화를 부정한다. 대신, 창작은 수많은 '의사결정'의 영역임을 선언하고, 흩어지는 아이디어를 '시스템'으로 완성시키는 구체적인 '기준'들을 제공한다.


과녁을 겨눈 문장과 허공을 가른 문장의 차이

페르소나 '최 작가'가 정해진 순간, 이 책의 모든 문장은 달라졌다. '모두'를 위한 글을 쓸 때는 "창작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마세요!"라는 공허한 문장을 썼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최 작가'의 고통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프롤로그에 담긴 핵심 문장이다.


"(…) 이 책은 ‘재능이 없나 봐’라며 자책하는 동료 창작자들을 위한 것입니다. 창작은 재능의 영역이 아니라, 수많은 ‘의사결정’의 영역입니다."


이 문장은 창작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한다. 하지만 '최 작가'에게는, 그리고 그와 비슷한 '완성의 고통'을 겪는 수많은 예비 창작자들에게는 자신의 문제를 정확히 지적하고 해결해 줄 단 하나의 책으로 인식될 것이다.




[챕터 요약] 핵심 원칙 되새기기


가장 뾰족한 글이 가장 넓게 퍼진다


당신의 독자는 '모두'가 아닌 '그'이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단 한 명의 가상 독자(페르소나)를 설정하고, 그의 입장에서 모든 문장과 장면을 결정하는 것. 그것이 '모두'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아무'도 아닌 '단 한 사람'의 마음을 얻는 유일한 길이다. 한 사람을 정한다는 것은 나머지를 버린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단 하나의 아픈 지점을 정조준하겠다는 선언이다.


미국의 소설가 E. L. 닥터로(E. L. Doctorow)는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글쓰기는 어둠 속에서 밤새 차를 모는 것과 같다.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2~3피트 앞밖에 볼 수 없지만, 그렇게만 해도 전체 여정을 끝마칠 수 있다."


우리의 페르소나는 그 헤드라이트 불빛과 같다. '모두'라는 아득한 어둠이 아니라, 불빛이 비추는 단 한 사람의 표정에 집중할 때, 우리는 비로소 막막한 창작의 여정을 완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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