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쌓여 있는 설거지.
미루면 안 되는데 늘 생각하면서도
늘 제자리.
맨손으로 뽀독하게 닦아내며
그에 대한 원망을 품어본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무채색 어두운 마음들이
세제 거품처럼 씻겨나가면 좋을 텐데.
깨끗해진 그릇에도
마음은 나아지지 않는다.
차라리 -했다면 좋았을까.
차라리 -안 했다면 좋았을까.
무의미한 후회를 해본다.
삶은 곧 외로움과 괴로움의 싸움이라고
왜 말해주지 않았을까?
그들조차도 그 괴로움 안에 있었기에
여유가 없었던 것일까?
쌓이는 설거지처럼
나아지지 않는 버릇, 마음, 우울감들.
20년 전 홀로 천장을 보던 아이는
여전히 그곳에 있는 것 같다.
세상에 아무도 없는 것 같은 깊은 침묵 안에.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까?
삶의 답을 찾는 길은 과연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 맞나
의심스럽다.
연어처럼 물길을 거스르지 말고
흐르는 데로 살아가야 맞는 걸까.
그럼 삶이란 강에서
편히 유영할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