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른 그 땅, 포르투갈
A said :
7. 25 Lisbon
P.S.1 T형과 함께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며 건전하고 보람찬 나날들을 보낼 때는 몸은 힘들었지만 머리는 멀쩡했고, 이 힘들었던 시간을 남기지 않는다면 너무 억울하겠다 싶은 쓸모없는 오기에 꾸준히 기록을 해 왔다. 하지만 리스본에서 만난 친애하는 두 룸메이트와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펜을 잡기가 영 힘들었다. 함께 한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저녁에는 항상 함께 한 손에 알코올이 담긴 잔이 들려 있었고 주위는 환호 소리가 가득했다. 숙취를 밀어내며 느지막이 점심쯤 일어나서 전날의 기억을 되새김질해볼까 싶으면 어김없이 그들이 비릿한 미소와 함께 다가와 방문 밖으로 이끈다. 그 덕에 둘과 함께 지내는 동안은 함께 다니며 가끔 찍은 사진이 기록의 전부이다. 이 날 역시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쯤 일어나서 숙소에서 만난 리스본 토박이 친구의 안내를 받아 시내를 하루 종일 구경했다. 오르락내리락 끝없는 언덕, 그 사이를 내달리는 전차, 멍하니 앉아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미항(美港), 토박이 친구의 가족이 운영하는 골목 식당에서의 환대 그리고 역시나 마지막은 술잔 부딪히는 소리 가득한 저녁. 사진들을 보면 언뜻 떠오르는 그 날 하루의 기억들이다.
T said :
DAY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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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텔에 쉬고 있는데 너무 빨리 가고 싶다.
자전거를 타고 싶다.
아니, 그 평화를 빨리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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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기대했던 호스텔에 개미새끼 한 마리 없다.
너무 덥고, 외롭다.
내가 살아온 삶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