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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송작가 황초현 Sep 12. 2022

남극일기 -  최고의 갑옷은 인내심

로알 아문센  &  로버트 팔콘 스콧 




1911년,

세계 최초로 남극점에 발을 디뎠던 로알 아문센 (Roald Amundsen).


그는 1872년 노르웨이의 작은 항구 보르게에서 선장의 아들로 태어났고

일찍부터 탐험가가 될 마음으로 체력을 단련했는데요,


어머니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의과대학에 진학했다가

얼마 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1893년, 

학교를 그만두고 탐험가가 될 준비를 본격적으로 했습니다.     


1903년, 일등항해사 자격을 얻고 선장이 된 그는 

묘어호를 타고 북극으로 떠나 킹 윌리엄성 남쪽에 도착하지요.


그곳에서 에스키모인들과 겨울을 보낸 뒤 다시 항해를 떠났고,

그의 나이 서른 셋 되던 1905년 8월 


그린랜드와 알래스카 북안을 거쳐, 베링해협을 통과하는 

북서항로를 처음 개척합니다.     


그가 북극점을 탐험할 계획을 세웠을 때

노르웨이의 유명한 탐험가 난센은 자신이 탔던 프람호를 주었는데요,


미국의 탐험가 피어리가 북극점에 도달했다는 소식을 들은 아문센은

남극점 도전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결국, 1911년 겨울.

프람호는 남극대륙 서쪽의 로스섬 연안에 닻을 내렸고


때마침 그곳에서 65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선

영국의 스콧 탐험대도 기지를 세워놓고 남극탐험을 시도하고 있었지요.     


그는 스콧 일행을 앞지르기 위해 극점에 이르는 최단거리 코스를 선택해 

쉰 두 마리의 허스키 개가 끄는 썰매를 타고 이동하다가 

약해진 개들은 식량으로 사용하는 어쩔 수 없는 방법을 택합니다.


그 뒤 ‘잔인하다’라는 세간의 평가도 있었지만 

이동 무게를 최소한으로 줄인 덕에 행군 속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눈보라와 동상으로 그의 얼굴엔 피고름이 흘러내릴 정도였고,

12월 14일, 아문센 일행은 마침내 남극점에 도달해 조국 

노르웨이의 국기를 꽂게 됐지요.     



고난은

우리가 그것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있는 거라고 하지요.  

   

남극 최초의 정복자 아문센의 이 말..!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체화되어 나온 말이라는 게 실감납니다.



극지 탐험가들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갑옷은 
바로
인내심이다...!








하느님.
이곳은... ‘최초의 정복’이라는 보답을 받지 않고는 
감히 발을 들일 엄두가 나지 않는
지독한 곳입니다....”     



1911년 남극점에 최초로 도달한 노르웨이의 아문센과 함께 

극적인 레이스를 펼쳤던 영국의 로버트 팔콘 스콧

그의 남극일기에 써 있는 글귑니다.     


사상 두 번째로

남극에 도착했던 그들의 귀환길. 


영하 42도까지 내려가는 기온과

저장소의 연료부족 상태에서 대원 에반스가 세상을 떠났고,


동상 걸린 자신의 발 때문에 팀 전체가 위험에 빠진 걸 안 오츠 대령은


“밖에 좀 나갔다 올텐데,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소.”라면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텐트 밖으로 비틀거리며 나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남은 대원들도

마지막 저장소인 원톤 캠프까지 17킬로미터밖에 남지 않은 지점에서 

생을 마감했고, 


8개월 뒤에야 텐트를 발견한 수색팀이 그 자리에 무덤을 만들었는데요,


머리맡에 놓여있던 일기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가 밝혀진 겁니다.     



모든 건 만족스럽다. 

만약 극점 정복이 실현되면, 

최초의 정복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극지로 들어갔던 가장 중요한 탐험대 중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

고난을 끝내는 수단인 진정제와 몰핀 한 튜브가 있었지만

우리는 자연스럽게 죽기로 결정했고

가다가 죽을 것이다...


-   스콧의 <남극일기>중에서   -


이렇게 기록했던 그들의 바람대로 

극점에는 도달했지만

로버트 팔콘 스콧의 일기는 

불행히도 귀환 도중 3월 29일을 마지막으로 

끝납니다.     


신발을 신는데만 30분이 걸렸다는 남극.


극도의 단순한 생활이 곧 건강한 생활임을 보여준다는 

일기 속 한 구절과


바람을 맞는 게 아니라 바람에 코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는 

극지방에서의 초인적인 사투....!


최후까지 서로를 격려하며

의연히 죽음을 맞이한 그들의 이야기는

고통 속에서도 생생한 감동과 슬픔을 전해주는데요,     


지구 어느 귀퉁이 한계 상황 속에서


이 순간, 


알려지지도, 표 나지도 않는 일을 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도.. 또 인간이 추구해야할 가치들도 존재하는 것 아닐까요.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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