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쓸모없는 이야기
"내 말 듣고 있어?"
"어? 어, 그럼. 근데 잠깐만"
"내가 이야기할 땐 휴대폰 잠깐 내려두면 좋겠어"
"어, 그럴게. 이거 보던 거만 마저 보고"
"뭔데? 중요한 거야?"
"그걸 봐야 알 거 같아. 잠깐만"
"... 아직 멀었어?"
"이제 다 봤어. 별 거 아니네"
"뭐였는데?"
"메시가 바르샤에 이적 요청을 했었거든. 근데 어디 이적이 확정된 것처럼 기사 제목을 해놔서 봤더니 그냥 썰이었어"
"메시 이적하는 게 그렇게 중요하니?"
"큰 뉴스지. 지금까지 그 메시가 바르샤를 떠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걸? 심지어 본인도 그런 생각 안 했을걸? 근데 이적한다고 하니 얼마나 큰 뉴스야"
"난 메시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것보다 지금 당장 우리 일이 급한데 그게 눈에 들어와?"
"아니, 너가 뭐 알아본다고 인터넷 찾아보길래 그 틈에 잠깐 본 건데..."
"그게 나 좋자고 그런 거야? 지금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그런 거 아냐. 그리고 그걸 왜 나만 알아보는데? 이게 나 혼자만의 문제니? 너도 같이 해결하려는 노력이라도 보여야 할 거 아냐"
"미안... 그래도 그런 쪽은 나보다 너가 더 확실하니까... 아무래도 난 꼼꼼한 성격도 아니고..."
"메시 기사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꿰고 있을 정도면서 이건 나 혼자 알아서 하라 이거야?"
"아니 그런 말은 아니고... 아니, 나도 오기 전에 알아보고 너한테 이야기했잖아. 근데 그게 미심쩍다면서 너가 더 알아보겠다고 그런 거 아냐. 거기서 내가 뭘 더 어떻게 해"
"아니 기본적인 정보부터 파악이 안 되어 있으니 그렇지. 정확히 얼마인지도 모른다며?"
"그게 말했잖아. 정확한 견적은 따로 연락을 취해서 구체적인 일정 등을 알려줘야 한다고. 그쪽도 성수기, 비성수기 이런 것도 있고, 또 전반적인 규모나 요청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블로그 보니깐 가장 먼저 나오던데 뭐. 보니까 딱 우리랑 같은 케이스인데. 이거 안 봤지?"
"봤지 봤으니까 대충 얼마 정도 될 거 같다고 말한 거 아냐"
"그래 알았어. 다른 건 어떻게 됐어?"
"다른 거 뭐?"
"그거 왜 그때 같이 이야기한 거 있잖아"
"아 그거?"
"그래"
"아까 점심시간에 연락해봤는데 지금 상담 중이라고 찍힌 번호로 연락 준다고 하더라고"
"연락 왔어?"
"아니 안 왔는데?"
"그럼 다시 연락은 해봤어?"
"아니. 연락 준다고 하니까 기다리고 있었지. 그러다 보니 이 시각이 됐네"
"만약 내일까지 연락 안 오면 다시 한번 해봐"
"알았어 그건 그렇게 할게. 아, 근데 그건 어떻게 됐어?"
"뭐?"
"왜 그거 있잖아. 전에 만났을 때 그 있잖아. 그 뭐더라..."
"아, 걔도 잘 모른대"
"아 그래? 그거 아쉽네... 아니면 걔한테 물어볼까?"
"누구?"
"그전에 만났을 때 있잖아"
"아! 그래 그게 나을 수도 있겠다"
"근데 걔는 너가 이야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
"왜?"
"아니 뭐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닌데... 아무래도 좀 그렇지 않을까?"
"음... 좀 그러려나?"
"지레 괜히 그러는 건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누가 연락해도 상관없는 거면 너가 나을 거 같아서"
"그래. 그건 내가 물어볼게"
"그렇게 하자. 갑자기 휴대폰은 뭘 그렇게 봐?
"회사 동기가 뭐 물어본 게 있어서. 그것 좀 알려주느라"
"전에 그?"
"아니 그 사람 말고 다른 사람. 내가 이야기한 적 있을 텐데. 그 왜, 전에 밥 먹다가..."
"아 그 사람? 그 사람이 갑자기 무슨 회사 일로?"
"몰라. 무슨 서류가 필요하다는데 어느 부서에 요청해야 하나 그러네. 근데 나도 예전에 담당했던 거라 확실치가 않아서 예전 메일들을 보고 있었어"
"그 사람이? 어떤 일 이래. 그렇게 열심히 일도 다 하고"
"뭐 이런 상황이면 그럴 법하지. 다 자기 목구멍이 걸린 일이니까"
"이제 와서 그런다고 달라지나. 이미 게임은 끝난 거 같은데"
"뭐 꼭 그렇지도 않은가 봐. 이것도 전에 이야기했던 거 같은데. 그 이 사람이 잇는 지금 부서에..."
"아 맞다! 거기에 있는 누가 또 그렇다며?"
"그런가 봐. 그러니깐 지금 어떻게 보면 저울질 중인거지. 이쪽 아미녀 저쪽인데 사실 일러 때는 조금만 눈에 띄게 행동해도 크게 보일 거 아냐. 명확한 상대자가 있으니깐. 닭 무리 속에선 학 아니면 아무리 뛰어나 봤자 그냥 닭이지만 일대일의 투계에선 눈앞의 적만 쓰러뜨리면 되니까"
"그건 그 사람도 마찬가지 상황인 거 아냐?"
"그러니까 서로 아등바등하는 거지. 지금도 그렇고"
"근데 왜 너한테 연락하는데?"
"지금 그 사람이 하는 일이 내가 전에 담당했던 거거든. 그리고 괜히 상사나 바로 옆 동료한텐 묻기 싫었을 수 있지. 뭐 자기가 알아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그런 거 아니겠어? 나하곤 한 기수 사이라 아주 친하진 않지만 안면도 있고"
"꼭 그 사람 같네"
"누구?"
"우리 회사에 그 인간 있잖아"
"어떻게 보면 좀 그렇지. 그래도 그 사람이랑 비교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
"왜? 내가 보기엔 둘 다 똑같은데 뭐. 하는 꼬라지 하고는"
"그래도 그 삶은 뭐랄까.. 좀 더 그랬잖아"
"경중을 따지면 그럴지 몰라도 결국 똑같지"
"아무튼 그래"
"그 사람이랑 너무 얽히진 마"
"나도 일부러 그러지는 않아. 항상 선은 유지하지. 내가 어떻게 회사생활하는지 다 알잖아"
"하긴. 그래도 너무 그러진 마"
"뭐가?"
"너무 그러는 것도 남들 보기엔 안 좋아. 주위 사람들이 눈이 없어 귀가 없어. 다 안다니까"
"나보다 2년 먼저 사회생활했다고 되게 젠체하네. 그리고 그게 내 의도야. 그래야 귀찮게 안 할 거 아냐"
"아무리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라지만 어떻게 될지 알고. 그래도 적당히 하면서 그래"
"그 정도는 하지 당연히. 내가 만약 진짜 막 그랬으면 연락이나 왔겠어?"
"물론 다 아는데 혹시나 해서 그러는 거야"
"근데 너 아까부터 또 계속 휴대폰 본다?"
"너가 휴대폰 보고 있길래 나도 잠깐 본 거야"
"너네 다 똑같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