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님동 주민센터 요가반 #프롤로그
지난 4월부터 주민센터에서 요가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브런치에 올릴 첫 글을 다듬고 있는 지금 시점으로 보자면 벌써 여섯 달 차가 되었다.
<햇님동 주민센터 요가반>에는 주로 할머니들이 오신다.
우리 할머니들은 대체로 햇살같이 따듯하시다.
그 덕분에 내가 요가강사로써 천천히 평화롭게 자라날 수 있었던 것 같다.
매일매일이 벅차게 따듯하게 느껴진다.
이런 할머니들과의 나의 일상을 나누면 재미있을 것 같아 기록을 남기려 한다.
초반에 주민센터 수업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기도 했는데,
이제 시작하는 강사분들에게 반년 정도 먼저 시작한 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눈을 마주치면 방긋방긋 웃어주시는 얼굴들,
수업이 끝날 때마다 쏟아지는 박수갈채와 따듯한 피드백들.
쉬는 시간에 머리서기라도 하면 재롱잔치 보신 듯이 환호해 주시고,
자꾸 밥이라도 한 끼 사 먹이고 싶어 하시고,
소소하게 선물을 챙겨주신다.
내가 햇님동 주민센터 수업을 너무너무 좋아한 게 티가나서 인지,
주변 예비 요가 선생님 중에 주민센터에서 수업을 시작하고 싶어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첫 1~2달은 내가 너무 긴장한 상태이기도 하고,
좋은 일들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할머니들이 마음 벅찰 정도의 따뜻함을 자꾸자꾸 전해주신 덕에,
선생님으로서의 역할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나름대로 나의 최선을 다해 준비해 간 걸 알아주셨을 수도 있고,
내 직전에 선생님이 자주 교체되어 상황의 영향이었을 수도 있고,
그냥 원래 따듯한 분들이었을 수도,
우연히 나랑 합이 잘 맞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어쨌든 할머니들과 만나게 되어 참 다행이다.
벅찬 마음을 전하고 싶어 무엇을 전할까 고민하다,
지난여름부터 종이꽃 접기를 시작했다. 연말에 전달할 생각이다.
우리 할머니들은 좋아해 주실 거라는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