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 ㅓ평
제목에 홀려서 주문한 책입니다. 사랑을 글로 배운 전, '경험의 취약함'을 가장 큰 약점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번짐 처리로 되어 있는 책 표지가 으스스합니다. 나의 존재 자체가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일상적인 디지털 도구조차도 인간의 기량을 조금씩 깎아 먹는다. GPS는 종이 지도나 육분의 같은 도구보다 정확하지만, 사용자를 조종사가 아닌 방관자로 만든다.-17쪽
남편의 퇴직과 함께 새로 구입한 차는 반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로, 주차선이 그어져 있는 곳에서는 오토 파킹이 가능합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핸들이 휙휙 돌아가는 걸 보면서 일점일획의 오차도 없이 냉정한 AI의 성능에 놀라움보다는 걱정이 많아집니다. 이렇게 계속 AI에게 주차를 맡겼다가는 전, 주차도 할 줄 모르는 바보 멍청이가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차 주인은 난데, 주도권을 빼앗긴 나는 방관자로 살아갈 것이 명확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기술이 인간의 감각을 증폭시키는 것이었다면 오늘날의 기술은 자신의 감각을 불신하고 대신 기술에 의존하도록 우리를 훈련시킨다.-17쪽
기술은 우리와 세상 사이에 끼어든다. 기술이 현실을 해석하는 방식에는 우리를 위한다는 목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설계자의 엄청난 이익이라는 목적도 있다.-18쪽
얼마 전, <미션 임파셔블-파이널 레코딩>을 가족과 함께 보았습니다. 심장이 쫄깃한 장면이 수차례 있어서 화장실도 못 가고 세 시간을 동동거렸습니다. 그 와중에도 왠지 마지막 시리즈일 것 같다는 느낌 때문에 울컥한 장면도 많았습니다. 감동적인 대사가 영화가 끝나서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데다, 기대보다 재밌었기 때문에 다시 혼자 2회 차 관람을 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웬걸, 다음 장면에 뭐가 나올지 이미 아는 전, 중간에 화장실도 참지 않고 다녀옵니다. 스펙터클했던 장면들이 너무 시시하게 느껴지는 다소 당황스러운 순간을 마주합니다. 감동적인 대사 부분에서 핸드폰 음성 녹음을 켜야지 했건만, 타이밍을 놓쳐 그만 2회 차 관람의 본래의 목적조차 달성하지 못하고, 괜한 시간 낭비만 한 건가? 하는 자책을 하며 영화관을 나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제가 한 행동은 챗 GPT에게 마지막 루터의 메시지를 원문 그대로 영어와 한국어로 번역해 달라는 주문이었습니다. 영화 속 한국어 대사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기는 합니다만, 제가 감동을 받았던 부분을 다시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시간과 돈을 들여 2회 차 관람을 하지 않고 챗 GPT에게 물어보고 끝냈으면 속이 시원했을까요?
경험의 소멸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선택이다.-19쪽
처음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했더라면 손쉽게 대사를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2회 차의 경험이 없었더라면 전, 다음에 또 이 같은 상황이 올 때 N차 관람을 더 신중하게 고민할 것입니다. 음성 녹음을 하기 위해 핸드폰 화면을 검은 화면으로 미리 바꾸고,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면 마음을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내 뇌리에 각인되어 좀처럼 잊히지 않을 테지요.
또한, 챗 GPT를 활용함에 있어서도 무료 버전보다 프로 버전이 더 나은 결과를 내놓는 걸 보며, 부의 빈익빈이 정보 활용의 빈익빈도 가져오리라는 씁쓸함을 느낍니다.
겨우 프롤로그만 읽었을 뿐인데 덜컥 겁이 납니다. 그래도 저자의 격려에 힘을 내 책장을 넘겨 보아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인간인 나의 선택일 테니까요!
이 책은 우리가 매개 기술을 받아들이는 동안 잃어버렸거나 잃어버리고 있는 사고의 방식, 이해의 방식, 존재의 방식을 되찾고 발전시키도록 격려한다. (중략) 하지만 다른 많은 사람처럼 여전히 매개된 경험과 매개되지 않은 경험 사이에서 어떻게 적절한 균형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다른 사람의 눈보다 화면을 바라본 시간이 훨씬 많았다는 사실에 대해 고민한다. 비기술적 가치와 지식 흡수의 방식이 대체되고 사라지는 것을 마냥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18, 19쪽
다음에 계속,
Korean Translation
안녕, 형제여. 이 메시지를 듣고 있다면, 세상은 아직 존재하고 너도 살아 있다는 뜻이겠지. 참고로 말하자면, 난 단 한순간도 의심하지 않았어. 네가 방법을 찾아낼 거라는 걸 알았지. 넌 항상 그래 왔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이 삶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길 바란다. 이것은 너의 소명이었고, 운명이었어. 모든 생명체에 영향을 미치는 운명이지. 좋든 싫든, 우리는 우리 운명의 주인이야.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어. 그리고 우리의 대의가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우리가 미치는 영향력에 비하면 미미하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은 그 미래를 실현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돼. 우리 안의 선함을 반영하는 미래 말이야. 그리고 우리 안의 모든 선함은 타인을 위해 우리가 행하는 선으로 측정되지. 우리는 모두 같은 운명, 같은 미래를 공유해. 무한한 선택의 총합이지. 그런 미래 중 하나는 친절, 신뢰,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구축되며,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선택한다면 말이야. 우리가 볼 수 없는 빛을 향해 의심 없이 나아가는 것. 가까운 이들뿐만 아니라, 결코 만나지 못할 이들을 위해서도.
언제나 너를 사랑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해, 형제여.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겠지만, 너무 이르지 않기를 바란다. 세상은 아직도 네가 필요하니까. 물론, 세상은 절대 알지 못하겠지만, 우리는 해냈어. 그림자 속에서 살고 죽는 우리들이 말이야. 이 메시지는 5초 후에 자폭할 거야. 행운을 빌어, 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