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준비를 하다가 문득 옆을 바라보니 침대에서 고영희씨가 곤히 자고 있다. 마치 갓난아이처럼 웅크린 모습이 귀여워 이리저리 사진을 찍다가 울컥한다. 흠, 아무래도 갱년기인가보다.
뭣 모르고 낳았던 큰 아이는 태어난지 한 달 만에 선천성 심장병 판정을 받았다. 모든 것이 내 탓인 것만 같아 몹시도 괴로워했던 시절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울어대는 그 아이를 안고 나도 힘들다며 따라 울던 철없던 때가 떠올랐다. 아들에게 탄이의 사진과 함께 카톡을 보내니, 다 큰 아들은 오히려 나를 위로한다.
한참을 눈물, 콧물을 뺀 후에 이번엔 나민애 교수님께서 <두 번째 교과서>에서 소개해 주신 한강의 <괜찮아>라는 시가 떠오른다. 시집을 펼쳐 읽다가 나 혼자 오열한다. 흠, 갱년기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