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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먹고합시다 Apr 13. 2019

삼겹살 빼고도 맛난 부위는 많다!

오늘은 돼지고기의 부위별 장점들을 알아보려한다.

삼겹살 소비량 전세계 1위의 나라. 외국에서는 기름기 많은 부위가 오히려 가격이 싼 편인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삼겹살이 꽤나 비싸다. 이런 사연에는 조금 슬픈 이유가 있는데, 우리나라 양돈업이 1960년대 후반부터 발전하면서 외국에서 돈 좀 된다고 하는 부위들은 모두 해외수출용이었다. 그래서 그것들을 모두 빼고 나면 결국 먹을 게 삼겹살과 족발을 비롯한 특수부위 등이 전부였는데, 여기에는 살코기 비율보다 지방의 비율이 높아 외국에서는 선호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남은 고기들을 먹기 시작했는데, 사실상 삼겹살도 그 부위들 중 가장 대표적인 셈. 먹다보니 꽤나 먹을만하고 더군다나 산업화 시대 고열량의 칼로리를 섭취해야했던 노동자 계층에서 선호도가 높았다. 더욱이 돼지기름이 중금속을 배출해준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산업화 시대 철강과 기계노동자들이 중심이던 중공업 산업지역에 인기를 끌면서 국민적인 먹거리로 재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돼지고기는 삼겹살을 제외하고도 즐길 수 있는 부위가 많다. 몇 년 전에는 국가적으로 한돈캠페인을 벌이며 삼겹살 이외의 부위를 소비하자는 범국민적 캠페인을 벌였지만 약 반세기 동안 만들어진 국민의 식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돼지고기의 부위별 장점들을 알아보고 부위를 사용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요리들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다. 



1. 목살은 말 그대로 돼지의 뒷목에 붙어있는 살이다. 지방이 붙어있지만 살코기 대비 아주 적은 양이 붙어있고, 정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살코기만 떼낼 수 있을 정도로 지방층이 얇다. 이 목살은 사실 살코기라기 보다 근육의 형태에 더 가깝고 근육이라고 보는 게 차라리 더 나을 정도로 굉장히 좋은 단백질원이 된다. 서양의 많은 미식가와 요리사들이 가장 애용하는 부위가 바로 목살 부위인데 그 이유는 가장 돼지고기다운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돼지 고유의 적당한 육향이 과하지 않고, 기름기는 언제든지 조리사의 재량껏 손질할 수 있으며, 영양학적으로 아주 풍부한 단백질원이기 때문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요리를 선보일 수 있는 부위가 바로 목살이다. 


그래서 목살은 전천후로 쓰일 수 있는 유일한 부위다. 근육성 살코기이기 때문에 살이 퍽퍽해지지 않아 구워 먹는 것은 물론이고 찌거나 삶아 먹어도 쉽게 질겨지지 않고 쫀득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요리법은 아무래도 구이다. ‘돼지고기란 이런 것이다’ 라고 자신있게 맛볼 수 있는 부위가 바로 목살이기 때문에 소금만으로도 가장 돼지스러운(?) 맛을 뽐낸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이베리코 돼지고기에도 ‘목살’ 부위가 가장 인기있는 부위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겹살 다음으로 2인자의 위치지만, 전세계 어디서든 목살이 구이용으로 인기가 높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캠핑용으로 삼겹살을 선택하는데 이는 굉장히 미스매치이며, 캠핑용 구이로서 가장 활용도가 높은 건 바로 목살이다. 삼겹살은 기름이 많기 때문에 캠핑에서 화력조절을 잘못했을 때, 떨어지는 기름에 자칫하면 Endless 끝없는 불쇼를 경험하게 된다. 캠핑에서 고기를 잘못 구워 고기표면에 묻은 검댕이를 본적이 있을 것이다. 이건 탄 것이 아니라 검은색 그을음인데, 이는 불맛이 아니라 고기맛을 해치는 불청객이다. 불이 올라오게 되면 그을음이 생기고 이 그을음은 일종의 가스와 탄소덩어리인데, 이것이 고기에 묻게 되면 당연히 음식맛이 나빠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불을 일으키는 삼겹살 보다는 목살이 선호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 김치찌개에 들어가는 돼지고기나 아예 돼지찌개로 끓이는 각종 찌개에도 이 목살이 제격이다. 즉 찌개 육수용으로는 목살이 삼겹살 보다 상위호환급인데, 이도 삼겹살의 기름 때문이다. 삼겹살의 기름은 끓이게 되면 당연히 많은 양이 한꺼번에 빠져나오는데 이는 상당히 호불호가 갈린다. 또한 한번 먹고 끝낼 1식용 찌개라면 모를까 보통 가정에서는 두고두고 먹기 때문에 이 찌개가 식었을 때 둥둥 뜨는 기름막은 시각적으로 큰 불쾌감을 준다. 반면에 목살의 기름은 적당히 육수용으로도 괜찮고 식었을 때 또한 삼겹살의 기름보다는 깔끔한 형태를 뛰기 때문에 찌개용으로는 목살이 1순위다. 




2. 등심

돼지고기의 등심은 소고기와는 다르게 지방이 거의 없다. 목살보다 더 없다. 구이를 하게 되면 기름이 거의 없이 육즙만 흘러 나온다. 목살과는 다르게 살코기 단백질이 풍부한 곳이다. 그래서 쫄깃한 식감은 목살보다는 훨씬 덜 하고 안심보다는 덜 하지만 다소 퍽퍽한 감이 있다. 하지만 고기 손질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식감이 달라지는 부위가 바로 이 부위라서, 등심을 주로 손질할땐 망치로 때려 연육을 한다거나, 아니면 채를 썰어 고기의 근막구조를 끊어 사용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등심은 수분을 분리시키는 지방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구이용보다는 요리용으로 많이 쓰인다. 특히 양념의 베임이 중요한 요리의 경우는 이 등심이 목살이나 삼겹살에 비해 좋은 편인데, 살코기에 양념들이 잘 베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기의 정형이 쉬운 편이라 모양을 내기에도 안성맞춤이라서 돼지고기가 주재료가 아닌 다른 재료와 섞여야하는 요리에 특히 잘 어울린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잡채, 중식의 고추잡채에서 가장 쓰기 쉬운 재료가 바로 이 등심부위인데, 그 이유는 다른 재료와 함께 모양을 내야하고, 돼지기름으로 맛을 해치지 않아야 하고 담백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잡채에 들어가게되는 간장이나 소스에도 잘 간이 잘 베야 하기에 등심은 돼지고기요리 부분의 최강자로 군림한다. 그래서 특히 중식에서는 이 등심을 이용한 요리가 많은데 이는 중식 특유의 강한 소스에는 등심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3. 안심

돼지고기 안심은 소고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소고기 안심은 ‘텐더로인’ 이라는 영어이름에도 알 수 있듯이 살코기 중간중간에 미세한 지방이 숨어있어 극강의 텐더(Tender, 부드러운)함을 자랑한다. 하지만 돼지고기의 안심은 소고기의 안심처럼 스테이크를 해먹게 되면 끈질긴 퍽퍽함을 느끼기 딱 좋다. 특히나 한국처럼 돼지고기의 빨간색을 허락하지 않는 문화에서는 돼지고기 안심은 그야말로 최악의 부위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등심과 마찬가지로 살코기가 많고 정형이 쉬워 구이보다는 요리로 많이 해먹는 편이다. 하지만 퍽퍽한 결점에도 불구하고 닭가슴살 못지 않은 저지방 고단백 부위라 다이어트, 보디빌딩 용도로 자주 사용되며 단백질 흡수율이 소고기나 닭고기에 비해 더 좋기 때문에 사실은 숨겨진 고영양학적 부위다. 다만 내장부위가 가까워 육향이 진하고 근막이 질기기 때문에 손질을 잘못하게 되면 다시는 사먹고 싶지 않은 최악의 부위가 된다. 


그 중에서 돼지고기 안심은 ‘장조림’ 용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데, 가격이 싸고 양념이 가장 쉽게 베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심은 또한 물기가 부족한 단백질 덩어리기 때문에 돈까스용이나 튀김용으로 만들어 촉촉한 식감을 유지하는데도 활용되었다. 또한 찹스테이크 형식으로 인위적으로 수분이 풍부한 소스와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요리에 자신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응용요리를 선보이고 싶은 이에겐 최고의 부위가 아닐 수 없다. 


한가지 팁을 주자면, 요즘 유행하는 수비드 조리법(저온요리)을 적용한다면 이 모든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신세계를 맛보게 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수비드를 즐기려면 알맞은 수비드 기기가 필요하므로 이 부분에 있어서는 자금의 압박이 좀 있다. 



4. 다리살(전지+후지)

돼지 다릿살은 다른 부위에 비해 월등히 가격이 낮은 편이다. 돼지고기의 다리살은 전지(앞다리살)과 후지(뒷다리살)로 나뉜다. 전지가 후지보다 비싸다. 족발집의 앞다리가 뒷다리 족발보다 비싼 것과 같은 이치다. 뒷다리는 앞다리에 비해 대퇴부가 발달해 있기 때문에 살코기가 조금 더 많지만 전지에 비해 식감이 퍽퍽한 편이다. 돼지가 걸어다니면서 운동을 많이 하는 근육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 질긴감이 있지만 오래 조리할 수록 깊은 맛이 난다. 이런 면에서 볼때, 돼지고기도 소고기와 비슷하게 ‘부드러움’ 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전지살은 얇게 썰어 삼겹살이나 목살처럼 구이용으로 즐겨도 될 정도다. 미국식 바베큐에도 전지살을 많이 이용하기도 하며, 텍사스 핫도그(장조림처럼 만든 고기를 잔뜩 넣은 핫도그)에도 주로 쓰이는 부위가 전지살이다. 다만 장조림이나 수육처럼 물에 삶게 되면 힘즐, 건, 근막 등 결합조직이 많아 지저분하고 복잡해 보이기 때문에 시각적인 주의를 요한다. 젤라틴이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 끈적임은 있으나 족발처럼 치명적일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젤라틴이 식감을 조금 더 끌어 올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구이나, 장조림, 수육으로도 먹고, 돼지불고기나 두루치기 등과 함께 쓴다. 또 목살과 함께 섞어 쓰기도 하며, 돼지갈비 구이의 덧살로 사용되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왕갈비라고 불리는 대다수의 가짜갈비(?)가 바로 돼지의 갈빗대에 식용본드를 발라 전지살을 붙인 형태다. 미국에서는 바베큐의 오리지널 부위로도 쓰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식 바베큐를 할 정도의 시간적 여유와 공간이 없으므로 여건이 되는 사람들에게만 추천한다. 다만, 오븐이 있다면 오븐을 이용한 전지살 바베큐를 활용해볼 만하다. 슬로우 푸드에 사용되는 부위이니만큼 반복적으로 소스를 바르고 굽는 엄청난 정성을 들여야 하지만, 그 맛만큼은 보장한다. 


후지살은 유럽과 비교해 대우가 완전히 다른 부위 중 하나다. 뒷다리살은 등심과 안심과는 또다른 퍽퍽함이 있는데, 자연히 이는 우리나라에서 가격인하의 요인이다. 앞다리살인 전지살 보다도 더 열등한 대우를 받고 있으니 돼지고기 부위 중 가장 저렴한 부위다. 


하지만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는 후지살에 대한 대우가 후한 편인데 바로 ‘햄(ham)’ 문화 덕분이다. 뒷다리살을 가리키는 영어 자체가 pork ham인 걸 감안한다면 당연한 이치다. 그 유명한 하몬이나 쿨라텔로 등의 생햄은 바로 이 뒷다리 부위를 통째로 소금에 절여 숙성시켜 완성한다. 당연히 질 좋은 뒷다리살은 최고급 부위로 칭송받으며 오랜 기간 숙성을 통해 맛성분이 극대화된 뒷다리살 햄을 얇게 썰어내면 퍽퍽함은 커녕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미식의 신비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 삼겹살은 판체타나 베이컨처럼 훈연가공 제품에나 쓰이는 저렴한 부위인걸 감안한다면 식문화의 다양성은 정말 넓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훈연가공육은 일종의 조미법이 첨가된 것이므로 앞서 말한 자연스러운 숙성으로 만들어진 햄보다는 저렴한 취급을 받는다.



후지살 역시 전지와 함께 미국 정통 바베큐의 오리지널 부위다. 이때는 주로 엉덩이에 가까운 살을 쓰는데 8-12시간 은근한 시간 숯불에 요리하게 되는데 이때 겉을 감싸는 두꺼운 지방이 튀겨져 바삭해지고(crispy) 안족은 부드럽게 익어 별미 중 별미로 친다. 


구이용으로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장조림으로 활용하거나 아예 민찌(간 고기) 형태로 밥과 볶아 먹는 형태로 많이 활용된다. 또한 뒷다리살 역시 불고기로 활용되기도 하는데 전지에 비해 쫄깃한 식감은 확실히 적지만 담백하고 살코기의 씹히는 맛을 좋아하는 이라면 충분히 먹을만한 음식이 된다. 그래서 백반집에서 파는 국내산 고추장불고기의 대부분이 바로 이 뒷다리살이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안심이나 목살만큼 지방이 적은 부위라 다이어트나 체중관리용으로도 충분히 쓰일 수 있기 때문에, 불고기로 쓰기 아까운 안심이나 목살보다 불고기용으로 조금 더 선호되는 편이다. 




글쓴이 : 김성현 (먹고합시다 필진 / 요리사 집안에서 혼자 글쓰는 변종)





삼겹살이 아니어도 맛있는 돼지고기 다모였다!

물론,삼겹살도 있고요 :)

http://www.joyofeaters.com/shop/mall/prdt/prdt_list.php?pcate=048019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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