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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쉐임풀 Oct 20. 2022

2. 부끄러움의 다양한 얼굴들

다채로운 수치 감정들 속에 숨겨져 있는 공통점


부끄러움이 대체 어떤 감정인지 알고 싶은 나의 호기심에서 출발한 첫 번째 탐구에서 알 수 있었던 점 중에 하나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수치 감정이 생각보다 꽤나 다양한 결을 가졌다는 점이었다.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언어 표현들을 살펴보았을 때도 이 부끄러움의 감정은 각 사람이 처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각각의 표현들은 그 특정한 상황들에 들어맞는 어휘들이어서, 서로 교차해서 사용하면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 가령 수줍다는 표현이 사용될만한 상황에 '굴욕'이나 '모멸' 같은 단어로 대체한다면 누구나 '저 사람 말을 이상하게 하네?'라고 생각할 것이 뻔했다.



이것은 단지 한국어가 가진 특수성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수치 감정에 대한 영어 표현만 살펴봐도 그렇다. embarassment, mortificaton, humiliation, chagrin, shyness, shame 등 각 단어가 활용되는 경우는 조금씩 다른 조건들을 갖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수치심은 매우 다양하고 풍성한 결을 가졌기에,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리는 게 속이 편할 것 같다. 이 부끄러움의 감정을 유발하는 원인 혹은 경우들은 너무나도 다양해서 도무지 공통점을 발견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영어든 한국어든 저렇게 다양한 단어들이 있는 것 아닐까?


하지만 여기서 나의 탐구를 그만둔다면 꽤나 찜찜할 것 같다. 이제 겨우 2번째 글이지 않은가. 처음부터 다시, 다른 관점에서 출발해보자.




우리는 이 감정이 무언가 구심점을 가진 하나의 감정으로 부를만하다고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것 같다. 나는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다소 외적(?)인 요인들에 주목한 것 같다. 그러니까 수치스러움을 느끼는 여러 가지 상황들에 천작했고, 그런 상황들을 표현하는 어휘들에 집중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수치심은 '나'라는 한 사람의 '내면'에서 경험되는 것 아닌가? 추측컨대, 이 감정을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은 우리 마음 안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부끄러움을 경험할 때, 내 마음 안에서는 대체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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