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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린 Sep 30. 2021

루틴, 뇌의 에너지 낭비를 줄인다.

10대들에게도 루틴의 힘을  2

루틴이 '있고, 없고'가 대체 뭘?


  학교에서 상담하다 보면 학생들이 시간 관리 때문에 꽤 애를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끔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정하지 못하고 게임에 빠진 친구들도 있죠. 모두 학습에 대한 루틴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친구들이었습니다. 

 

 우선 루틴이 없는 친구들은 주의가 무척 산만합니다. 무엇을 해야할지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시간도 적고 주변도 잘 정돈되어 있지 않죠. 정말 안타까운 것은 뭔가 하려고 의욕은 많은데 루틴을 만들지 못해 자꾸만 자기 에너지를 낭비한다는 것입니다. 애는 쓰는데 효율은 낮은 친구들이죠. 


  루틴이 없는 친구들도 나름대로 계획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루틴이 형성되지 못하고 의미 없는 계획만 헛물켜듯 반복할 뿐이죠. 이들의 계획은 쉽게 무너집니다. 귀가 얇다고 해야 할까요? 주위에서 약간의 유혹만 다가와도 흔들리기 일쑤입니다. 친구가 바람 쐬러 가자고 하거나, 게임을 하자고 할 때, 혹은 친구들 사이에 사소한 이슈만 생겨도 좀 전에 세웠던 결심이 바로 무너집니다. 당연히 자기주도성도 떨어져 있지요. 매사에 주변 상황에 끌려다니고, 뭔가를 결정하는 데에도 꽤 많은 시간을 허비합니다. 곁에서 지켜보면 우유부단하거나 의지가 약해 보일 때가 많죠. 


  이와 반대로 루틴이 잘 형성되어 있는 친구들은 집중력이 뛰어나고 자기주도적이며, 빠른 시간 안에 과제에 몰입하고 결과도 아주 좋습니다. 의사결정하는 시간도 줄일 수 있으니 시간 관리도 잘합니다. 주변에 휩쓸리는 일도 없고 창의적인 문제해결력도 뛰어나죠. 그렇다고 아주 뛰어난 머리를 가진 것도 아닙니다. 그저 성실한 태도를 지녔을 뿐이죠. 


불필요한 뇌의 낭비를 줄이려면?    


  루틴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어째서 이런 큰 차이를 만드는 걸까요? 그건 뇌의 특성 때문입니다. 뇌과학자들에 의하면 우리 뇌는 가능한 에너지를 덜 쓰도록 디자인되어 있다고 합니다. 인간의 뇌는 1.5Kg 내외로 성인 남자 기준으로 몸무게의 2% 남짓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은 뇌가 신체 에너지의 25%를 사용한다고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뇌는 어떻게든 에너지를 아끼고 줄이도록 노력한다고 합니다. 


  만약 우리 뇌가 어떤 과제를 수행할 때마다 판단과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어떨까요? 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것입니다. 게다가 뇌가 하나의 과제에 집중하는 시간이 15분 정도라고 하니 뇌를 써서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기란 보통 큰일이 아닙니다. 다행히 우리 뇌는 루틴이 형성되면 본능적으로 과제를 처리한다고 하죠. 처음 운전을 배울 때는 엄청나게 뇌를 쓰지만, 수년간 운전하면 어느새 루틴이 형성되어 뇌를 쓰지 않고 본능적으로 운전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런 맥락에서 루틴은 뇌의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루틴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면, 그만큼 그 분야에서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죠. 


10대들의 학습 루틴을 만드는 방법은?     


  열심히 독립을 준비하는 10대. 이들이 학습 루틴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루틴이 형성되려면 목표가 분명하고, 그것이 실천가능해야 하며, 즉각적인 보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just do it!’. 바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죠. 그런데 10대들은 첫 번째 설정부터 잘못하기 일쑵니다. 너무 크고 추상적인 목표를 잡아서 스스로 실천과 보상이 어렵게 만들죠. 따라서 구체적이고 어렵지 않게 도달 가능한 목표를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실천으로 곧장 이어지기 때문이죠. 그리고 보상은 즉각 주어져야 합니다. 하루에 영어 단어 30개, 수학 15문제 풀이, 그 후 친구와 매점에서 간식. 일단 이런 아주 작고 사소한 루틴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 계획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무리하게 계획을 짜면 루틴이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루틴의 생명이 반복과 강화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계획은 단순할수록 좋습니다. 복잡한 계획을 짜놓으면 자동화가 아니라 일일이 계획을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효율은 떨어지고 루틴 형성은 멀어질 것입니다. 


  시간 계획을 세울 때에는 스스로 가장 집중력이 좋다고 여기는 시간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에 높은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과목을 배치해야죠. 여담이지만 모차르트나 아인슈타인처럼 큰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늘 비슷한 시간에 창의적인 일을 수행했다고 합니다. 일종의 프라임 타임이 있었죠. 오전이면 오전, 밤이면 밤, 새벽이면 새벽, 스스로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작업을 수행했던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10대들에게도 프라임 타임을 정해두도록 조언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그 시간대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알겠지요. 요즘 아침 시간이 루틴을 형성하는 최적의 시간이라고 하는 글이 있는데, 사람마다 편차가 있으니 자신의 프라임 시간을 스스로 찾게 하는 것이 더 좋겠지요.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루틴이 되기 위해서는 인풋(Input)되는 정보가 다양해서는 그 효과가 떨어집니다. 루틴의 훼방꾼은 뭐가 됐든 복잡한 것입니다. 가장 복병은 디지털 기기들이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옆에 두는 순간 온갖 정보들이 집중을 방해하고 루틴을 깨뜨릴 테니까요. 평일 몇 시에서 몇 시, 국어 공부. 이런 식으로 심플하게 계획해 두고 그 시간 동안 오로지 집중한다면 루틴은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루틴이 만들어진다면 그때마다 판단할 필요 없이 계획을 실천할 수 있고, 힘들거나 짜증이 나고, 때로 유혹이 침범해도 루틴 자체가 훌륭한 방패막이가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 말했죠. 습관을 조심하라, 운명이 된다고. 비단 학습 루틴만이 아니라 10대들이 좋은 루틴을 형성하도록 어른들의 지지와 응원은 필수입니다. 



슬기로운 부모생활을 위한 팁


자녀에게 지나친 요구는 금물!
한 번에 가급적 하나씩해야 루틴이 잘 만들어집니다.
멀티태스킹, 원시 시대 맹수에게 쫓길 때 쓰던 생존 전략입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보상으로 사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단, 사용시간 만큼은 제한하세요.
루틴을 방해하는 복병, 건강입니다.
아프면 루틴이 깨지죠.
돌발이 잦으면 루틴은 망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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