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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Jul 12. 2024

택시 안에서



 새벽까지 마셨다.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며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읽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나는 책을 가져오지 못 했다. 책을 읽었어야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 했다. 앉아있기 민망했지만, 오늘만은 괜찮다고 했다. 읽지 못한 자는 열심히 들었다. 나는 말하는 이의 말들 하나 하나가 다 좋았다. 어쩌면 좋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믿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열심히 취재하고 다른 이의 아픔을 듣는 것. 함께 곁에 있으며 그들과 생활하는 일이 멋지게 들렸다. 아픔은 살아보지 않고는 모른다. 나는 그것을 잃어버린 얼굴과 연락처 이름들에서 찾고 배웠다. 일을 하는데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너무 아파 손이 떨렸다. 없다는 건 이런 기분이구나. 내가 있던 곳에서 누군가 빠져버린 일은. 거기에 어떤 것을 다시 두어야 할까? 나는 길가에 앉아 계속 울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울고 싶었다. 왜 나 같은 인간은 여기 있는데 그들은 여기에 없는 걸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질문은 누구를 향한 누구에게 던지는 질문일까? 버스 차창 밖으로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그들을 유심히 본다. 옷을 입었지만 패션은 다 다르다. 걸쳤다는 사실만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다른 하늘을 보는 것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한 하늘 아래 있는 것만은 분명하기에. 


 택시 안에서 어떤 이야기는 내 안에 불편함으로 부딪혀 왔지만,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진 않았다. 말하는 자의 하나의 의견도 소중하기 때문에 조금 불편해도 참고 들었다. 어쩌면 나는 만든이를 떠올려서 일 수도 있다. 수고한 자들의 손 말이다. 손이 참 따뜻했다. 이렇게 붙잡고 있으면 안심이 되는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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