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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름 Sep 01. 2023

바카사나, 바닥을 밀며 몸을 들어 올리는 짜릿함

요가하는 마음

시르사아사나(Sirsasana, 머리서기) 다음으로 하고 싶던 아사나가 바카사나(Bakasana, 까마귀 자세)였다. 선생님의 시범 동작을 처음 본 날 '와..! 이건 또 뭐지. 어떻게 하는 거지? 손목 엄청 아프겠는데?' 생각했다. 막상 해보니 손목은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머리를 땅에 쿵 박을 것 같은 두려운 마음이 너무 커서 손목에 힘이 실릴 정도로 몸을 쓰지도 않았기 때문에 ㅎㅎ;


수련을 거듭할수록 손바닥과 팔로 바닥을 단단하게 밀어내는 힘, 코어 힘뿐만 아니라 무게 중심을 엉덩이에서 머리 쪽으로 옮기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그게 제일 어렵다!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아 낑낑대다가 무게 중심이 머리 쪽으로 넘어가서 엉덩이가 번쩍 들리면 바닥이 확 가까워지는 바람에 얼른 발을 내려놓는다. '되고 있나? 이게 맞나? 엎어져서 코 박는 거 아니야?' 두려운 마음이 커지면 시선은 점점 더 동공지진, 무게 중심도 갈피를 잃어버린다. 바카사나의 최대 걸림돌은 코 앞에 있는 바닥을 계속 직면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아닐까.


등을 동그랗게 말아서 갈비뼈를 천장 쪽으로 들어 올리는 힘도 중요한데, 상체가 뻣뻣한 나는 이 감각을 깨우는 데 오래 걸렸다. 등을 말았다고 생각했는데 촬영해서 보면 아니고,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영상을 보면 미동도 없다. 들어 올린 발을 엉덩이 쪽으로 바짝 붙여내는 햄스트링 힘도 필요한데, 햄스트링은 유연하게 스트레칭해서 늘이는 것만 연습해 봤지 강하게 힘을 줘서 조이는 건 낯선 감각이었다. 발에 쥐가 날 정도로 발바닥을 엉덩이 쪽으로 바짝 당겨 붙였다고 생각했는데, 찍어놓은 영상을 보면 '발이 이렇게 힘없이 둥둥 떠 있었다고?' 놀라기 일쑤.


수개월에 걸쳐 드디어 5초 정도 머무르게 된 바카사나
한쪽 다리를 4자 모양으로 접어 무릎 위에 올리고 몸을 숙여 내려가다가 바닥을 짚고 엉덩이, 다리를 들어 올리는 동작

에카파다 코운딘야사나(Ekapada Koundinyasana)도 아직 갈 길이 먼 동작이다. 오른다리를 1초 겨우 들었다가 스르르 무너지고, 왼다리는 전혀 들지도 못한다. 왜지? 뭘까? 팔 힘이 더 필요한가? 무게 중심이 안 맞나? 뒷다리를 올리려고 할 때마다 선생님이 "엉덩이 힘!" 강조하셨는데, 나는 다리를 들려고 하는 동시에 앞으로 무너져서 스르르 바닥에 엎드리게 된다. 민망하게 웃으면서. 아직은 헤매고 있지만 '언젠가는 되겠지~' 마음은 여유롭다.


올해 꾸준히 요가를 수련하면서 새삼 느낀 점은 몸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하타, 아쉬탕가, 빈야사 Basic, 빈야사 Level 2... 다양한 전문가 선생님들의 수업에 그날그날 몰입하면서 몸을 골고루 깨워내다 보면 조금씩 천천히 몸이 더 좋아지는 걸 느낀다. 근력이 늘고, 유연성도 좋아졌다. 움직임에 몰입하는 집중력이 좋아졌고, 몸을 알아차리는 감각도 더 섬세해졌다. 어느 날 갑자기 욕심 내던 동작, 혹은 지레 포기했던 동작이 스르르 되어버리기도 한다. 팔 근육, 다리 근육을 조각조각 따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몸 전체를 조화롭게 움직이는 법을 나도 모르는 사이 익혔나 보다.


암 발란스(arm balance) 동작들은 여전히 어렵지만, 바닥을 단단히 밀어내며 중력에 저항해 몸을 들어 올리는 감각이 너무 짜릿해서 수련하다 만나면 늘 반갑다. 기꺼이 매트 위에서 낑낑대고 즐겁게 실패한다. 다리 하나 드는 게, 엉덩이를 번쩍 들어 올리는 게 이렇게 어려울 일이냐 헛웃음을 지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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