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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화 Aug 31. 2022

갇혀 살다-셋

그림움의 몸살, 나의 아버지

겨울의 짧은 해를 등에 지고

막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의 발에선

고열처럼 뜨거운 발 냄새가 났다.


차가운 수돗물로 언 발을 씻고

발갛게 부어오른 발등을 주무르는

젊은 아버지의 얼굴엔 고단이 가득했다


고약한 발냄새에 잠이 깨어버린

성질 못된 열세 살 계집아이는

아무도 몰래 아버지의 운동화를 담장 밖으로 던져 버렸다


새벽녘, 운동화를 찾던 아버지의 역정에 잠이 깬 아이는

하얀 고무신을 동여매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았다

아끼고 아끼시던 당신의 추억같은 하얀 고무신을 신고

일곱 새끼들의 하루 끼니를 위해 가야 하는

아버지의 어깨는 외로웠다


무거웠을 그 발길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또 얼마나 멀고 추웠을까?

눈물을 모르는 계집아이는 호호 두 손을 불어가며

담장 밖에 던진 낡은 운동화를 빨아 부뚜막에 말렸다

"착하네"

빙그레 웃는 아버지는 사랑으로 계집아이를 키웠다


마흔 다섯, 그때의 아버지는

일곱 새끼를 위해 늘 신발을 동여 매었고

마흔 다섯, 그 성질 못된 계집 아이는

그리움에 몸살을 앓으며 시를 쓴다


돌아오기 위해 신발을 매어야 한다던

아버지의 말씀을 가슴으로 알기도 전에

아버지의 신발엔 아픈 세월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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