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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로지 Feb 08. 2022

저 오늘 정말 출산하는 건가요...?

역시 계획대로 되지 않은 긴 출산 후기 글

(이어서) 나는 순식간에 처리(?) 되었다. 


'산모님, 우선 화장실에서 소변 먼저 보고 오실게요, 그다음에는 이 쇼핑백에 입고 오신 옷 다 벗어서 넣으시고 가운으로 갈아입고 안쪽 침대에 누우실게요.' 

나는 어느새 가운 한 장 걸치고 커튼으로 가려진 침대 위에 올라가 누워 있었다. 


우선 출산을 위해 입원이 필요한 상황인지, 아니면 집으로 귀가하여 좀 더 지켜봐야 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경험이 많아 보이시는 간호사 분이 오셔서 내진을 진행하셨다.


'자궁 입구가 2cm 열렸네요. 입원하시죠. 이 산모님 입원이요~~~~!' 


두둥. 복복이가 나오고 싶은 날을 결정한 것일까, 아니면 오늘 오른 15 층계 및 1시간 걷기 코스의 힘일까? 물론 아까 출산 가방을 들고 집을 나올 땐, 아이와 함께 돌아가겠다고 의지를 불사르며 나왔지만, 막상 캄캄한 밤에 병원 분만실에 갑자기 들어와서 분만을 위해 입원을 하자고 하시니 어안이 벙벙하고 무서웠다. 남편도 거의 반 이상은 집에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입원이라고 하니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이후, 모든 상황은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남편은 1인 지정 보호자로, 입구에서 나와 같이 코로나 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그 사이에 나는 태동 및 수축 검사기를 부착하고 기본적인 혈압체크 등을 진행했다. 순식간에 입원환자의 모습이 되었다. 


항상 태동 검사할 때마다 조용했던 복복이. 그래서 마지막 태동검사 때 까지는 얄밉기도 했다. 분명 나랑 둘이 있을 때는 발도 차고 움직이고 배도 좀 조였던 것 같은데, 태동검사만 시작하면 의사 선생님과 결과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잠잠한 녀석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래프도 오르락내리락하고 (그래프가 올라가면 자궁 수축 - 즉 진통이 진행되고 있는 것), 주기가 보이는 그래프 선이 그려졌다. 신기할 노릇! 


그 사이 밖에서 오늘 당직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새로운 산모 계시나?' 

'네, 방금 들어오셔서 태동 검사하고 계세요. Two finger full입니다.'


내가 분만실에서 쓰는 용어는 모르지만, 자궁입구가 손가락 두 개가 온전히 들어갈 만큼 열렸다는 표현인 것 같았다. 그리고 당직 선생님이 커튼을 쓱 하고 여시고 들어오셨다. 


'아이고, 배가 크네. 이 위쪽부터 아기가 있네. 진통이 왔으니 자연분만은 시도하되, 무리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네, 선생님 ㅠㅠ....'

'이 산모분 우선 지켜봐 주시돼, 절대 자연분만을 무리하면 안 돼요.' 


남편과 나는 분만방법에 대해, 전적으로 의료진을 신뢰하고, 가이드해 주시는 방향으로 가기로 이미 결정을 했었다. 우선 주치의 선생님과 자연진통이 제왕절개 수술 일보다 먼저 진행될 경우, 자연분만을 시도해 보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또 판단을 함께 해 주실 분은 당직 선생님이셨다. 갑자기 자연분만과 수술 모두 너무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두 가지 모두를 상상하며 두려움에 떠느니, 차라리 '이렇게 합시다'라고 딱 말씀을 해 주셨으면 하기도 했었다. 


안 그래도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계속 간호사 분들이 오셔서 여러 가지 서류작성 및 분만준비를 해 주셨다. 우선 자연분만을 준비하는 서류들이었는데, 무통주사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촉진제 사용에 대한 동의서, 기본적인 입원 정보 등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남편이 들어왔다.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의 우리 둘. 병원에 오는 길에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고, 늦은 시간이었기에 부모님들께는 연락을 드리지 않았었다. 하지만 입원이 결정되고 나서 남편은 밖에서 잠시 대기하는 동안 양가에 연락을 드리고, 고맙게도 내 동생에게도 연락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정말 분만이 시작되는 건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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