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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로지 Jan 04. 2023

어머님 안녕하세요

어린이집에서 온 첫 전화

요즘 하도 스팸전화가 많이 와서, 웬만한 유선번호의 전화는 받지 않게 된다. 그러나 이건 받아야 해 하고 느낌이 오는 전화가 있는데, 어제 낮에 온 어린이집 전화가 그랬다. 


민경이는 3월부터 나와 함께 직장어린이집으로 등원한다. 주변의 엄마들은 아파트 단지 내 가정어린이집이냐, 시립이냐 국립이냐 혹은 다 대기 중이거나 한 곳은 합격했는데 더 가고 싶은 어린이집을 기다리는 등, 어린이집과 관련한 소식(?)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그런 고민 없이, 다행히 무리 없이 등록할 수 있게 된 직장어린이집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2월 중에 있을 예비소집일 관련한 안내 전화였다. 그전에 한번, 내가 문의를 하려고 어린이집에 전화를 건 적은 있었지만, 이제 예비입소아동 엄마로서 연락을 받은 건 처음이다. 왠지 떨림 반, 어색함 반. 


내용은 단순했다. 오후 1시에 시작할 것이라는 것과, 회의실은 미정이니 추후에 알려준다는 내용 그리고 엄마, 아빠 중 누가 참석하실지 혹은 둘 다 참석할지에 관한 확인이었다. 남편은 마침 그날 휴가를 쓰기로 해서, 나는 남편과 함께 가고 싶었다. 그런데 그럼 아이를 봐주실 분은 따로 있는지 물어본다. 미팅시간이 좀 길어서 아기가 함께 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해 주셨지만, 민경이는 얌전한 편 이기 때문에, 나는 혹시 중간에 왔다 갔다 하게 되더라도 부모가 함께 들을 수 있는지 물어본다. 


남편은 다른 건 몰라도, 민경이에 관한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 함께 하고 싶어 한다. 아마 같이 참여해서 듣게 되면 좋아할 것이다. 내가 주말에 근무하게 되면 등하원도 해 줘야 하니 웬만하면 함께 듣고 싶다. 


이번 0세 반 입소인원은 5명이라고 한다 -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들었다. 선생님들은 충분히 계시니, 오히려 외롭게 있는 것보다 친구들과 함께 하면 좋을 것 같고, 또 나도 같은 반 엄마들이 여럿 생기는 게 더 좋았다. 회사에서는 업무적으로만 혹은 마주칠 일이 없던 사람들과도 다른 인연으로 엮인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또 조심스럽기도 하다. 

 

아직 전화 한 통 했을 뿐인데, 나는 벌써부터 어린이집을 보내고, 같은 반 엄마들과 고민도 나누고, 아프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도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가는 기쁨을 느끼고 있다. 


어린이집 번호를 핸드폰에 저장해 놓고, 얼마 남지 않은 이 소중한 휴직기간을 잘 보내야지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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