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오직 자기 자신만을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 데미안 中, 헤르만헤세
진짜 '나'를 찾기 위해 부단히 애쓰던 시기가 있었다. 고민과 방황의 시간 속에서 힘든 일들은 늘 놀라울 만큼 한 번에 찾아왔다. 내 주위를 둘러싼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잠식해와 감당하기 힘들 만큼 버거워졌을 때,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느꼈다. 나를 들여다보는 것 말고는. 사실 나는 진짜 '나'를 알지 못했다. 내 마음이 정말로 원하는 게 뭔지, 그 일이 어째서 나에게 힘든 건지, 왜 나만 이렇게 아파야 하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홀로 어두운 터널 속에서 손을 더듬으면서도 한 발짝도 앞을 나아가지 못했다. 어떤 것이든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면, 늘 사달이 난다. 아무렴 인간은 어떨까. 어떤 길을 처음 가본 사람이 길을 잃지 않고 한 번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어려운 일인 것처럼, 나도 지금의 내가 처음이기에 문제가 생겨도 척척, 의연하게 이겨내기 어려웠다. 그런 내게 처음 가는 그 길을 한 번에 찾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건 하나의 폭력이었다.
모든 인간의 삶은 각자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 데미안 中, 헤르만헤세
그런 나 자신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스스로에 대해 이해가 될 때까지 끊임없이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나 자신과 수없이 많은 대화를 시도했고, 다독이고 넘어진 나를 몇 번이고 또 일으켜 세웠다.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가족도 친구도 아니었다. 바로 진짜 '나'였다.그렇게 치열히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고민은 지금도 진행 중에 있다. 나는 여전히 내가 어렵고 가끔 낯설다. 아직도 어떤 일들은 나를 하루 종일 생각하기도 지겨울 만큼 괴롭고, 또 내 속이 쓰릴만큼 아프다. 그런데 예전만큼 무섭고 두렵지 않다. 나는 그런 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또 곧 괜찮아질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