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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띠 Sep 12. 2020

바닷가재가 성장하는 법

끊임없이 불편함을 견뎌내는 것





바닷가재는 딱딱한 껍데기 속에 살고 있는 연하고 흐물흐물한 동물이다. 껍데기 속의 바닷가재는 계속해서 자라지만 바닷가재를 감싸고 있는 껍데기는 시간이 지나도 자라지 않는다. 그럼 바닷가재는 어떻게 성장하는 걸까. 바닷가재는 자랄수록 껍데기가 점점 자신을 조여 오는 압박과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그럼 바닷가재는 자신을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한 바위 밑으로 들어가 자신의 껍데기를 버리고 새로운 껍데기를 만든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닷가재는 새 껍데기도 불편해진다. 그럼 또다시 바위 밑으로 들어가 본래 껍데기를 버린 후 새로운 껍데기를 만든다. 그리고 이 과정을 수 없이 반복한다. 이렇게 바닷가재는 불편함으로 성장한다.



바닷가재는 불편함으로 성장한다 [출처: wiki pedia]



Dr. Abraham Twerski 박사의 바닷가재와 관련된 영상을 보고서 바닷가재가 자라는 방식에 대해 알게 되었다. 처음에 바닷가재는 당연히 자신을 감싸고 있는 껍데기와 함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커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바닷가재는 자신을 점점 압박해오는 현재의 껍데기를 버리고 새로운 껍데기를 만드는 무수한 반복의 과정을 거치며 자랐다.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과 그 상황을 스스로 깨는 길을 선택한다는 것. 우리도 아주 사소한 불편함이든 나를 압도할만한 큰 불편함이든, 끊임없이 나를 조여 오는 껍데기를 버리고 새로 만들면서 성장해왔다. 내가 인지하고 있지 못할지라도 말이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늘 한두 가지씩은 있었다. 하나가 가면 또 새로운 하나가 왔다. 스스로에 대한 고민,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간관계, 불확실한 미래, 바꾸기 힘든 현실 등 새로운 걱정거리가 나를 괴롭혔다.



처음엔 문제와 마주하는 게 두려워 회피하기도 했다. 그런데 돌고 돌아 다시 내 앞에 놓인 문제를 마주하고선, 결국엔 나를 불편하게 하는 문제를 직면해야 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하나의 문제를 마주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런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게 불편하고 낯설었다. 그런데 지금에야 돌이켜보면 그 불편함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내 모습으로 오롯이 존재할 수 없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무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어 방황하던 예전의 나는, 그 불편함을 이길 수 없어 철저히 나와 독대하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나 자신과 대화했고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질문했다. 불편함에 나를 던졌다.





불편함 속에 나를 던지다 [출처: wiki pedia]



인간관계에 상처 받아 수많은 밤을 고민으로 지새우던 날들, 회사 생활에서 내 부족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에 스스로를 끊임없이 자책하던 날들, 나를 사랑하지 못해 느끼는 여러 감정에 짓눌리던 날들. 바닷가재의 껍데기 같은 존재는 늘 나와 함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불편함을 받아들였다. 불편함과 마주하며 대화를 나눴고, 나를 감싸고 있던 현재의 그 껍데기를 버렸다. 그 불편함의 시간을 겪으며 나는 스스로를 좀 더 넉넉하게 품을 수 있는 새로운 껍데기를 만들었다. 여전히 여러 가지 문제들이 내 주위를 도사리고 있고 때로 두렵다. 하지만 지금껏 여러 불편함을 겪은 나는 그 전과 다름이 분명하다.



얼마 전 '이프온리(if only)'라는 영화를 다시 봤다. 너무 익숙해서 소홀히 대했던 연인이 눈 앞에서 죽고서 내가 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했음을 뒤늦게 깨달은 남자 주인공. 그리고 죽기 전날로 돌아가 그 연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자신의 사랑을 전하는 내용이다. 대학생 때쯤 처음으로 봤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 이 영화는 내게 아무런 감정적 동요를 주지 못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지금 그 주인공의 감정에 완전히 이입해,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그때와 나는 뭐가 달라졌을까. 예전의 나는 감정 표현에 서툴렀고, 어떤 게 정말 상대방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일인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 간의 여러 인간관계와 감정의 불편함을 겪으며 조금은 사람과 감정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그 불편함의 시간이 나를 성숙하게 했다.




현재의 껍데기를 버리고 새로운 껍데기를 받아들이는 길. 그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성장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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