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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교사 Aug 17. 2019

거지들만 간다는 마트, 알디((Aldi)

“독일엔 거지들을 위한 마트가 따로 있대요.”     


유학준비를 하며 독일어를 배울 때 듣게 된 소식. 독일의 ‘알디(Aldi)’라는 식료품점에 대한 정보였다. ‘거지들만 다닌다니…’. 그 별로인 느낌을 지닌 채 독일로 떠나왔다.     

독일에 정착해서도 이 가게 앞에만 서면 왠지 주눅이 들었다. ‘거지’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 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왜 그랬을까’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그곳에는 서민들이 기본적으로 먹고 사는데 필요한 것이 다 있었다. 식료품과 농산물은 물론이고 옷가지, 이불, 주방용품 등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거의 판다고 보면 된다. 가격도 일반 상점가의 3,40% 정도 저렴하다. 이런 착한 가격의 비밀은 바로 회사의 경영전략에 있다.     

알디는 독일에서 전국 체인망을 갖고 있는 중저가 마트 회사이다. 여기서 취급하는 물건들은 알디만의 브랜드를 갖고 있다. 거기다 거의 ‘무명’ 제품이다. 광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저렴하다는 말이다. 가격이 싼 것에 비해 품질은 크게 뒤지지 않기에 독일 서민들에게 인기 있는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 이용자가 되고 보니 ‘거지들만 다닌다’는 말은 좀 와전된 듯 싶다. 아는, ‘좀 사는’ 독일 주부는 가격과 품질을 일반 다른 식료품점과 꼼꼼히 비교한 후, 더 나은 상품이 있으면 꼭 알디에서 산다. 예를 들어, 휴대용 포켓 화장지. 이건 알디 제품이 최고다.      

    

고등어그리고 장보기     

알디 생각을 하니 유학시절의 쇼핑, 그 일련의 고민과 선택의 시간들이 떠오른다. 사실 말이 쇼핑이지, 대부분 생존과 직결되는 생필품이 쇼핑대상이기 때문에 그만큼 생각도 많고, 재기도 많이 쟀다.      

일단 쌀! 독일 쌀은 끈기가 없는데다 쌀의 모양도 형편없다. 그런 쌀로 밥을 지으면 꼭 싸래기밥 같다고나 할까! 하지만 독일 사람들에게 쌀의 품종과 질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주식이 아닌지라. 그들은 쌀에다 물대신 우유를 넣어 밥을 짓는다. 쌀을 가지고 그렇게 장난을 친 뒤, 거기에 고명으로 잼을 넣어 비벼 먹는다. 일명 ‘밀히라이스(Milch-Rice)’. 이런 느끼한 조리법에 적응될 리 만무하다. 결국 더 나은 쌀을 찾기 위해 쌀 만큼은 ‘술탄막(Sultanmarkt, 아랍식료품 가게)’을 이용한다. 술탄가게에서 파는 쌀이 좀 통통하고 끈기가 있어 밥을 해놓으면 그나마 ‘밥 같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곳에도 배추가 있다. 배추의 수분함량정도와 식감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양새는 거반 한국 배추와 똑같다. 일명 히나콜(Chinakohl,중국배추). 이 히나콜의 가격폭이 겨울철에는 큰 편이라 김치 담글 때가 되면 전화통은 불이 난다. 서로서로 물어물어 히나콜이 조금이라도 싼 가게를 찾기 위해서이다. 물론 가격이 한창 비쌀 때는 양배추로 대체하기도 한다.      

고등어! 이곳에서 생고등어는 귀하신 몸이다. 훈제 고등어는 흔한데 생고등어는 어찌 그리 귀한지. 한국에서 그리 흔한 절인 고등어는 구경도 못해봤다. 어쨌든 생고등어가 먹고 싶으면 대형마트인 ‘플라자(Plaza)’에 가야한다. 물론 장이 서는 날 싱싱한 생고등어를 팔긴 하지만, 비싼데다 오전에 잠깐 서는 장이라 학생인 나로선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      

아이들 학용품은 ‘클로푼벡(Kloppenberg)’이라는 전국 단위의 문구체인점에 가야만 하고. 자가용은 없고, 장볼 품목들은 사방에 흩어져 있으니 장 한번 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1년에 한번 정도, 큰 맘 먹고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마트가 있다. 대형할인마트인 ‘레알(Real)’이다. 그곳까지는 버스로 족히 1시간 이상 가야한다. 사실 많은 것을 사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가족 나들이 겸 기분전환을 위해서다. 배낭에 많은 것을 채우지 않고 돌아서더라도, 아이들과 모처럼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행복하기만 하다.     

대형마트들은 대부분 교외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도심에는 교통 혼잡이 없다. 또 어느 가게를 가든 소란함도 없다. 고객은 고객대로 집에서 미리 적어온 품목표를 보고 조용히, 아주 조용히 쇼핑을 즐기고, 점원은 점원대로 고객들이 차분하게 원하는 것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매장 안에서 소란스러운 외침이나 확성기를 이용한 광고 또한 전혀 없다. 고객들의 쇼핑 리듬을 깨는 유일한 것이 있다면 매장 종료시간을 알리는 방송뿐이다. 일상의 연속처럼, 쇼핑장에서도 독일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는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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