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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교사 Jul 11. 2018

독일 초딩 입학식 풍경 및 체육수업

큰아이는 원칙주의자다. 느릿느릿하지만 꼼꼼하고, 소심하지만 곧고 바르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런 면모를 보였지만, 완전히 굳어진 건 초등학교 때부터다. 생애 처음 만난 담임선생님이 딱 그랬기 때문이다. 담임의 영향이 그렇게 크냐고? 적어도 독일 초등학교에선 그렇다. 한번 담임은 영원한 담임이니까.  

      

꼬마에서 학생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다    


초등학교 입학식. 배움의 첫 발을 내딛는 본인에겐 설레고, 부모는 훌쩍 커버린 자녀를 대견하게 지켜보는 시간이다. 이런 마음만큼은 동‧서양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나 역시 어려운 상황에서도, 큰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갖가지 채비를 갖췄다.    


TV에서 보니,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려면 최소한 60~70만원 정도가 든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책가방 하나만 해도 좋은 건 15만 원을 훌쩍 넘었다. 유학생 신분을 감안하면, 입학식도 나름 목돈 드는 행사였다.     


나는 성격이 소심한 탓에, 어떤 일이든 시간을 좀 길게 잡고 나누어 진행하는 편이다. 큰 아이의 입학식 준비 역시 그랬다. 동네에 벼룩시장이 열리는 4월을 시작으로 입학식이 있는 8월까지 입학에 필요한 물품을 쪼개서 구입했다. 책걸상은 가까운 분에게 얻어냈고, 유명 브랜드의 책가방도 벼룩시장에서 다리품을 판 덕분에 매우 저렴(한화 4000원 정도)하게 장만해 놓았다. 필통‧실내화‧문구류 등도 벼룩시장에 들를 때마다 조금씩 모았다. 입학식에 입힐 옷까지 지인에게 얻고 나서야, 마음의 부담이 사라지는 듯 했다.        


모두가 하나 되는 축제, 독일 초등학교 입학식    


독일의 초등학교 입학식은 일종의 집안 행사다. 부모는 물론이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롯해 가까운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이 되기도 한다.    


입학식 날 아침, 아이들은 새로 산 책가방을 메고(물론 속은 텅 비어 있다), 가슴에는 ‘슐튜테(Schultuete, 선물 꾸러미)’라 불리는, 예쁘게 장식된 선물을 안고 행사에 참여한다. 선물 꾸러미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탕, 과자류와 문구용품이 들어있는데, 주로 부모 내지는 친척들이 입학하는 아이를 위해 준비한다.    


큰아이 역시 그랬다. 친한 친구 분이 만들어 준 슐튜테를 안고, 새로 장만한 책가방을 메고 들뜬 마음으로 입학식에 나섰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이미 강당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가득 차 있었고, 곳곳에선 역사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터트리는 플래시 소리로 시끄러웠다.    


다소 소란스런 장내를 정돈한 건 화려한 축하공연. 3‧4학년 재학생들이 신입생들을 환영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것이다. 그들이 보여주는 노래, 연극, 춤은 비록 다소 어설퍼 보였지만, 어린 후배들을 축하하고 격려하기 위한 메시지와 마음만큼은 모든 이들에게 잔잔히 전해졌다. 그 시끄러웠던 강당이 금세 조용해진 것도 그래서다. 모든 시선이 중앙 무대로 쏠린 게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재학생들은 다소 상기된 채 자신들의 역할을 곧잘 해냈다.


선배들의 공연이 끝나고, 교장 선생님의 간단한 환영인사와 담임발표가 이어졌다. 아이들은 배정된 담임교사를 따라 교실을 확인하고 그곳에서 간단한 주의사항을 들은 후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학교에서 그렇게 처음으로 반나절을 보낸 아이들은 가족, 친지들과 함께 식사 내지는 조촐한 파티 등으로 오후 시간을 보내고 다음 날부터 시작될 학교생활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든다.        


바뀌지 않는 담임선생님     


독일 초등학교 담임제의 특징은 졸업까지 단 한 번도 담임이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독일 초등학교는 4년제, 중‧고등학교의 경우는 9학년 간 2~3년을 주기로 담임이 바뀐다.) 그러다보니 마음이 맞는 담임교사를 만나면 4년 내내 꽃밭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가시밭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자기 입맛에만 맞추랴! 독일 학부모들도 담임교사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약간의 뒷말은 있을지언정, 대세는 그냥 참고 따라가는 편이다.   

  

큰아이의 담임선생님은 정년을 4년 앞둔 예순 한 살의 할머니였다. 큰아이가 그녀 교직 생활의 마지막 제자들 중 하나인 셈이다. 처음 담임배정을 받았을 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에 있는 할머니를 늘 그리워하는 아이가 담임선생님을 통해 그 그리움을 좀 채웠으면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대는 얼마 가지 않아 무너졌다. 그녀는 전형적인 독일스타일로, 엄격한데다 융통성조차 없었다. 희한하게도 큰 아이와 매우 비슷했다. 아이는 4년 내내 자기와 비슷한 성향의 선생님께 배우며 예전보다 더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가 되어갔다.    


작은 아이는 그 반대다. 원래 성격이 덜렁거리는데다 약기까지 하다. 눈치가 9단이다. 헌데 담임선생님도 좋게 말하면 마음이 넓은데다 융통성도 충만한, 나쁘게 보면 설렁설렁 일처리를 하는 남자 선생님을 만났다. 그러다보니 아이의 덜렁대는 성격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듯 했다. 사실 이곳 학부형들은 덜렁거리는 교사보단 꼼꼼하고 엄한 선생님을 더 좋아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반의 학습 분위기가 좋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정 담임제가 가진 단점도 물론 있다. 하지만 아이의 잠재력과 능력을 담임이 4년동안 충분히 읽어 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 한 학생을 놓고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그 아이의 변화를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속적인 만남과 관찰, 평가는 4학년 말에 있는 진학지도를 훨씬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이끈다. 또한 학년 초마다 새로운 반 배치와 담임 배정으로, 담임교사와 학생 모두 다시 적응해야 하는 시간적 낭비와 에너지 소모를 줄인다는 측면에서도 꽤 좋은 제도인 것 같다.        


단계별 맞춤학습, 초등학교의 체육수업     


독일 아이들은 스포츠를 즐긴다? 맞는 말이다. 그만큼 배울 기회와 시간적 여유가 많다. 부모들 역시 아이의 몸과 마음이 균형적으로 자라는데 관심을 많이 갖는다. 학교에선 부모들의 그런 관심을 다양한 스포츠 활동으로 해소시켜 준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체육시간에 수영을 배웠다. 학교에는 수영장이 없기 때문에 버스를 대절해 인근 대학교의 수영장이나 주(시)립 수영장에 가서 매주 1회씩 수업을 받았다. 이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수영의 기본과정을 익히고, 이미 기본과정을 배운 아이들에겐 수준별 수영수업이 따로 제공되었다. 즉 단계별로 평영, 배영, 접영 내지는 다이빙을 가르쳐 주는 식이다.(중·고등학교에선 응급소생술도 가르친다.) 이렇게 배운 수영실력을 바탕으로, 4학년 체육시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바다에 나가 요트를 탄다. 전문 요트강사에게 키 조정하는 법과 돛을 감고 내리는 법을 배우고, 이를 어느 정도 익히면 작은 요트를 2인 1조로 타고 바다로 나가기도 한다. 관심 있는 학생들은 방학 때 방학 (요트)교실에 참여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요트를 본인의 취미생활로 삼게 된다.    


축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달랑 공 하나 주고 아이들끼리 놀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기본기부터 철저하게 가르쳐둔다. 축구 시합을 펼치는 건 어느 정도 기본기가 갖춰진 후이다. 사실 독일에는 축구클럽에 가입해서 축구를 제대로 배우는 아이들도 상당히 많다. 그런 학생들은 학교 대표로 뽑혀, 학교 간 대항전에 참여하기도 한다.    


※ 이 글은 더퍼스트미디어와 오마이뉴스에 연재된 글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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