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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교사 Jun 23. 2018

독일의 놀이문화,
'이기기' 보단 '즐기기'

치마는 싫어요

     

 독일은 아이나 어른이나 입는 것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청바지에 방수 잠바, 그것이면 외출준비 끝이다. 청바지는 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게다가 대학교수까지 즐겨 입는 복장이다. 또 비바람이 잦기 때문에 방수잠바는 외출의 필수품이다. 그래서 복장을 보고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가름하기 어렵다.      

 부모들은 아이들 옷이 더러워지는 것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 막 걸음마를 뗄 때부터 아이들은 모래밭에서 모래를 뒤집어쓰며 논다. 노느라고 더러워진 옷에 대해 나무라는 법이 없다. 오히려 아이들의 그런 욕구가 채워지도록 기회를 주고 옆에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준다.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학교에 갈 때는 활동하고 놀기 편한 옷을 찾는다. 티셔츠에 청바지면 족하다. 원피스와 같이 예쁜 옷이나, 한 벌 짜리 정장은 거의 입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옷을 입고 가면 놀림을 당한다고 입고 가기를 꺼려한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 갈 때 치마를 거의 입지 않았다. 불편해서 쉬는 시간에 놀 수 없다는 것이 이유이다. 특히나 작은 아이는 몸에 에너지가 넘쳐 쉬는 시간에 교실에 가만히 있지 않는다. 쉬는 시간 20분 동안 운동장을 뛰어 다니고, 철봉에서 원숭이처럼 실컷 매달리다 종이 치면 그제야 교실로 들어간다. 그렇게 넘치는 에너지를 그 시간을 이용해 마음껏 발산한다. 그런 아이에게 치마는 거추장스러울 수밖에 없다.       


 애나, 어른이나 옷차림에 겉치레가 없고, 그것으로 사는 수준을 평가하지 않으니 주눅 드는 일이 없어 좋다. 또 입는 것에 돈쓸 일이 적으니 유학생활의 스트레스를 하나 던 셈이기도 하다.            


'이기기보단 '즐기기', 독일의 놀이문화    

 

어느 날, 유치원에 새로운 원장이 부임했다. 전임 원장은 무뚝뚝하여 말 붙이기조차 조심스러웠는데, 새로운 원장은 부드러운 인상으로 늘 생글생글 미소를 지어 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 원장부임을 축하하는 파티가 열렸다.     

한쪽에는 다과가 마련되고, 유치원 각 반 교실에는 간단한 놀이가 준비되었다. 어떤 반에는 모래를 잔뜩 쌓아 놓고, 모래 속 깊이 숨겨진 보물(진주모양의 돌)을 찾게 하고, 또 다른 반에선 수저에 콩을 담아 나르게도 했다. 아이들이 키 만한 자루에 들어가 껑충껑충 뛰며 정해진 코스로 돌아오는 놀이를 하는 반도 있었다.     

어떤 놀이를 누가 할지, 어떤 순서로 할지 따로 정해져 있진 않았다. 어느 정도 먹고 놀다 보면 여기저기서 먼저 참여한 아이들의 환호성 소리, 부모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함께 어우러지고, 그 소리가 다른 아이들의 귀를 자극하면 그때마다 아이들은 부모의 손을 끌고 이 반, 저 반, 본인들이 원하는 곳을 오고 갔다.     

흥미로운 건 모든 게임이 개인플레이라는 거다. 자루에 들어가 뛰는 것도 혼자, 콩 나르는 것 역시 혼자다. 경쟁자가 없다. 남을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참여하며 즐기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그 곁을 지켜주며 환호성으로 아이들의 수고를 칭찬했다. 다른 사람을 이겨서 지르는 환호성이 아니다. 그저 아이가 즐거워하며 끝까지 해냈다는 것에 기뻐하고 만족할 뿐이다.     

끝나는 것도 미정이다. 아이들이 지루해하면 그때가 돌아갈 시간이다. 아이들의 놀이에는 편을 갈라 죽기 살기로 승부를 가르는 일도, 전체가 '준비', '시작!' 하는 통일감도 없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승부와 경쟁에 내몰리지 않아 그럴까? 이곳 아이들은 그렇게 약지도, 억세지도 않은 듯 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즐기는 게임문화     


아는 친구 중에 독일 남자와 결혼한 중국 여학생이 있다. 그 친구는 결혼과 함께 연세가 구십 넘은 시할머니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되었다. 신혼인데 시조모까지 모시고 사는 것이 불편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그래도 나중에 시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면, 이 집을 물려받을 수도 있다”며 좋은 쪽으로 생각하였다.      

그 얘기가 오간지 얼마 안 되어 그 친구를 다시 만났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하였다.     

“집을 상속받으려면, 아주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아. 할머니가 너무 건강하시거든. 특히 카드놀이를 하실 때면 눈이 반짝반짝 해.(웃음)”     

독일의 체험‧놀이 문화 중에서도 특히 잘 발달되어 있는 게 바로 보드게임이다. 모임 때면 의례히 그런 종류의 게임을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게임을 즐기는 계층이 정말 다양하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게임용품들도 (그들 광고대로라면) 0세부터 99세까지 누구나, 어디서든 즐길 수 있게 만들어진다.     

다양한 수요만큼 시장도 활발하여, 시중에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게임 제품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호기심 많은 새로운 구매자들은 열렬히 반응한다. 어떤 친구의 말을 빌리면, 이런 게임문화 때문에 독일의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산다면서 말이다.          


※ 이 글은 더퍼스트미디어와 오마이뉴스에 연재된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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