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경력이 부족해서 그래!

그 뭐시라꼬

by 하로동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서툴고 낯설고 실수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배운다. 배움은 익숙해짐이고, 익숙해짐은 즐거움이다. 다만 그 속도가 사람마다 다를 뿐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취미가 등산이던 시절, 우리는 거의 매주 새 얼굴을 만났다. 이미 산행 경험이 많은 사람도 있고, 새 배낭에 새 옷을 입고 온 친구도 있다.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산을 잘 타는 사람도 있고, 아직 서툰 이도 있다. 그래도 산을 향한 열정 하나는 같았기에 낯선 이들이 금방 한 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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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어색함이 사라지면 말도 편해지고 행동도 자연스러워진다. 비로소 온전히 한 팀이 된 거다. 각자의 개성에 맞는 별명도 하나씩 생기고, 역할도 자연스럽게 나뉜다. 길 좀 안다고 뽕배낭을 메고 잘난 척으로 하루 해를 보내는 나 같은 사람도 있고, 요리 솜씨가 좋아 안 오면 서운한 친구도 있다. 무거운 장비를 말없이 챙겨 오는 든든한 후배도 있고, 어디서 구했는지 희귀하고 특이한 물건을 들고 나타나, "쓸데없는 걸 또 주워왔다"고 구박받는 이도 있다. 거기에 장비보다 패션이 먼저라며, 늘 화려한 차림으로 눈을 즐겁게 해주는 이도 있으니, 저마다 모이면 그냥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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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다니다 보면 머리끝이 서는 경험도 하고,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한바탕 웃기도 한다. 그런데, 실수는 뜻밖의 장소에서 의외의 인물이 한다. 대기업에서 수십 명을 거느리는 유능한 후배는, 야채를 준비한다더니 흙 묻은 상추를 통째로 들고 오고, 미역국 끓인다고 건미역 20인분을 봉지째 가져와 우리 팀 '상선'을 놀라게 했다.

"좀 배웠다는 놈이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뭐라 하니,

"흙이나 털고 그냥 먹으면 되지 형님들이 까다롭다"고 오히려 구박을 받았다.

그때마다 우리가 하는 말이 있다.


"아웃도어 경력이 부족해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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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산을 오래 자주 다녀도, 누구나 실수를 한다. 텐트 폴을 빼먹고 오기도 하고, 등산화를 잊어 먹기도 한다. 누군가 챙기겠지 하고는 아무도 김치 한가닥 안 가져오는 날도 있고, 어묵탕 한다더니 어묵 봉지는 빼먹고 야채만 가져와, 멀건 야채국으로 배를 채우는 날도 있다.

그럴 수도 있지. 그 뭐시라꼬.

다만, 아웃도어 경력이 조금 부족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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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경력이 부족해서 그래."

이 한마디면 실수도, 서툼도, 느림도 모두 용서된다. 나도 피해가진 못했다. 지리산 좀 다녔다고 이것저것 아는 체하다가 사소한 실수라도 하면 잡아먹을 듯이 사방에서 소리친다.


"아웃도어 경력이 부족해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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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리는 말도 아니고 비꼬는 말도 아니다. 이 말은, 누군가가 조금 서툴러도, 옆 사람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해도 그걸 유쾌하게 받아들인다는 선언이다. 서툰 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느린 걸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 그게 중요하다. 산에서 단련시키는 건 체력만이 아니다. 몸은 단단해지지만, 마음 근육은 더 부드러워진다. 자기 실수를 웃으며 인정하는 법, 남의 서툼을 너그럽게 받아주는 법. 그렇게 묶인 사람들이 오늘도 지리산을 걷는다.

그렇게 웃고 넘어간다. 세상에 필요 없는 물건 없고, 재주 없는 사람 없다. 좀 서툴면 어떻고, 좀 느리면 어떤가.


그 뭐시라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