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얄루루 Nov 29. 2023

나눔의 미학

주인은 따로 있다

제목에 미학을 붙이니 무언가 거창한 느낌이지만, 이사를 하니 (네- 또 이사 이야기입니다)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하는 짐들이 많아 당근마켓을 사용하고 있다. 몇 푼 벌기도 애매해서 나눔을 활용한다.


오늘도 청소를 하다 예전에 사다 놓은 20x25 액자를 발견하였고 역시 당근에 올려놓았다.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한 분이 연락이 왔다.

채팅창 위에  ‘xx님은 최근 30일 동안 나눔 20번 이상을 받으셨어요’ 알림이 보인다.

이것이 그 유명하다는 당근.. 거지인가?

사실 거지라는 어감이 세서 사용하고 싶진 않았지만 거진 매일같이 나눔을 받아갔다는 건 필요에 의해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는 의심을 들게 했다. 하지만 누가 가져가든 나에게는 비워야 하는 물건이기에 개의치 않고 만나기로 한 다음날을 기다렸다.


다음날이 되었다.

채팅 하나가 왔다.

”오늘 일이 있어 못 나갈 것 같네요. 다른 분 드리시죠. “

이렇게 하루아침에 무성의한 채팅을 받으니 기분이 허무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또 다른 채팅이 온다.

“안녕하세요  혹시 토요일오전에가도되아요 요번에 영전사진찍였는데 싸이즈가 20   25여서요”

받자마자 마음이 턱 막히는 문자였다. 당근마켓과는 왠지 멀어 보이는 영정사진이라는 단어, 그리고 타자는 틀렸지만 마지막을 정성스럽게 하지만 의연하게 준비하시는 마음이 느껴졌다. 나에게 쓸모없는 물건이 누군가에겐 세상에서의 기억되고싶은 모습이 되다니.


이것이 나눔의 미학이고 돌고 돌아 물건이 제주인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나 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